주님 세례 축일
22. 1.9 한강주임
+ 찬미예수님 (“너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다.”)
오늘 우리는 성탄시기를 마치면서, 새로운 시작의 때에, 예수님의 세례를 기념합니다. 세례자 요한이 예고했던, 오시기로 되어있던 구세주가 이제 세례를 통해 복음선포의 여정에 본격적으로 나서시게 됩니다.
하느님과 멀어진 후, 그 관계의 회복을 위해 인류가 고대하며 기다려온 구원이 선포되었습니다. 그리고 주님께서는 세상의 고된 삶에서 고통받는 이들이 참 생명을 얻을 수 있도록 복음을 선포하십니다.
오늘 이사야서와 사도행전의 말씀은 세상에 생명을 주러 오신 분과, 그분의 역할에 대해서 거듭 말씀하고 계십니다. 주님은 이 세상에 공정을 펼치시고, 차별하지 않으십니다. 어떤 민족이건 당신을 경외하며 의로운 일을 하는 사람은 다 받아주십니다.
그런 점에서 주님의 세례는 단순히 한 개인의 사적인 예식이 아니었습니다. 복음적 사명을 위해 살겠다는 공적인 약속으로서 그 첫걸음에 해당하며, 세상 모든 이들을 향해 열려진 ‘복음의 시작’을 알리는 선언이었습니다.
오늘날 세례받은 이들이 무수히 많이 있습니다. 그리고 본인이 원한다면 누구나 신앙의 대열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그 신앙의 목표는 이제 우리의 힘으로서가 아니라, ‘주님의 이끄심과 보호하심을 믿고 그 말씀에 따라 살아가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이미 신앙생활을 해 오신 분들은 느끼시는 것처럼, 그러한 세례와 신앙이 주는 의미에 합당한 삶을 사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고, 당연히 그대로 사는 사람도 많지 않습니다.
매우 단순하지만, 우리는 인간적 존재의 한계에 늘 갇혀있고, 어느 순간에는 본능적 판단에 따라 이기적 존재로 돌아가기 쉽기 때문입니다.
새해를 시작하면서, 우리가 맞이한 ‘주님의 세례축일’은 바로 그렇게 한계 속의 인간이 하느님의 사랑에 의지하여, 그 말씀에 따른 삶을 살려는 결심을 믿음 안에서 확인하는 자리입니다.
그래서, 오늘 예수님 세례에 있어서 절정은 하늘의 응답입니다.
“너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다.”
“우리는 누구입니까?”, “주님의 사랑받는, 그 사랑 안에서 살려고 하는 주님의 자녀임을 삶 속에서 얼마나 느끼고 있습니까?” 각자 자신에게 물어봅시다.
주님의 세례축일을 기념하면서, 우리가 받은 세례성사와 그 의미를 다시 생각해 봅니다. 이미 우리의 삶은 시작되었지만, 믿음을 통해 그 인간의 한계를 훨씬 뛰어넘는 능력과 도움을 받을 수 있음을 분명히 기억해야 하겠습니다.
그리고 그 도움에 기꺼이 의지하며 늘 주님께 기도하는 삶을 살아갈 때, 비로소 하느님의 자녀로서 완성되는 것임을 마음깊이 새겨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