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 공현 대축일
22. 1. 2 한강주임
+ 찬미예수님
“예루살렘아, 일어나 비추어라. 너희 빛이 왔다. 보라, 어둠이 땅을 덮지만, 그러나 네 위에는 주님께서 떠오르시고, 그분의 영광이 네 위에 나타나리라.”
오늘은 주님 공현 대축일입니다. 주님께서 세상에 오심을 알아보고 동방의 세 박사가 주님을 찾아 경배하였음을 기념하면서, 구세주의 오심을 공적으로 확인하게 된 사건을 전례 안에서 기억하는 것입니다.
주님이 세상에 오셨지만, 당연히 모든 사람들이 알아보고 경배하지는 못했습니다. 그 이유에 대해 생각해봅니다.
인간은 자신의 생각과 지식을 넘어서는 더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존재입니다. 믿음이 알려준 하느님, 구세주는 이 세상의 방법에 의해서는 확인이 불가능한 분이시기 때문에, 하느님이 아무리 우리에게 놀라운 표징을 보여주신다고 해도, 그것을 믿음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구세주를 내 안에 모실 수는 없습니다. 우리가 세상의 잣대와 방법으로 하느님을 만나려 한다면 백번이고 실패할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우리는 수없이 하느님, 그리고 주님을 찾지만, 그 고백에 따른 우리의 실제 행위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실제 신앙의 결실을 맛보고, 그 안에서 기쁨과 행복을 누리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주님이 세상에 오셨습니다. 그렇지만 모든 사람이 아니라, 극소수의 사람만이 주님을 알아보고 경배하였음에 주목해봅니다. 그 과정이 세상의 왕이신 분의 출생에 걸맞는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에, 보통 사람의 눈으로는 당연히 주님을 알아보지 못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러한 이야기들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이, 그 믿음의 결실을 맛보기 위해 필요한 마음가짐과 자세에 대해 많은 것을 시사해 줍니다.
어둠이 짙을수록 빛은 더욱 빛이 나고, 눈에 뜨이게 됩니다.
대낮에는 그 빛이 두드러지지는 않습니다. 예수님이 세상에 오신 그때가 시간적으로 밤이기도 했지만, 당시 세상도 어둠에 짙게 쌓여있는 시대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다수의 많은 사람들은 그렇게 조용히 오시는 주님, 간절히 고대하던 주님을 알아 뵙지는 못하였습니다.
오늘 우리가 사는 이 세상에 드리운 어두운 그림자, 그 어둠을 느끼고 있다면 더 간절히 ‘빛’을 또 구세주를 찾아야만 합니다. 그렇게 주님을 바라고 찾는 이들에게 주님은 다가오십니다.
오늘 공현 대축일은 주님을 이미 구세주로 받아들여 살고 있는 우리들이, 그 믿음을 올바로 살아내기 위한 마음가짐을 살펴보는 때입니다. 그리고 이미 그리스도인으로 살고는 있지만, 그 빛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삶을 깊이 새기며, 신앙인으로서의 각오를 새롭게 하려는 것입니다.
우리에게 펼쳐진 새날들이 또 있습니다. 그 미래를 우리의 경험으로 예상할 수는 있지만, 사실 아직은 백지와도 같습니다. 내 마음에 주님을 간절히 원하고, 또 그 말씀을 깊이 간직했다면, 다가오는 내일은 반드시 더 나은 삶의 그림을 그리려는 우리의 다짐을 통해서, 이 세상에 오신 주님을 기꺼이 준비해 맞이하는 우리들이 되도록 다시 한번 마음을 모아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