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림 제 1주일
21. 11. 28 한강주임
+ 찬미예수님 (세상의 구원이 가까이 왔다. 준비하여라)
아직 21년이지만, 교회력으로는 새해를 시작합니다. 우리 신앙인의 여정을 또 새로운 마음으로 출발하려 합니다.
대림 시기는 세상을 구원한 구세주의 오심을 기다리는 시기입니다. 구세주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으로 시작된 구원을 고대하며, 주님을 맞기에 합당한 우리들이 될 수 있도록 각자의 삶을 돌아보며 준비하는 시기입니다.
교회는 주님의 오심을 준비할 수 있도록 새날을 선포하였습니다. 우리들에게 대림은 낯설지 않습니다. 어떤 분들은 수십 년간 이 시기를 지낸 분도 계실 것입니다. 하지만 오늘 우리 앞에 다가온 대림은 그저 때가 오면 맞게 되는 시기가 아닙니다. 일상의 타성에 젖어있는 이들, 또 구원에 대해 알고는 있지만, 아직 그 삶을 살고 있지 못한 이들이 과감히 다시 일어나 새로운 날을 준비하며 시작해야 하는 은총의 시기입니다.
비록 우리가 구원의 선포를 알고, 구세주를 믿는다고 해서 그에 걸맞는 준비가 자동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가 그에 발맞추어 올바른 마음과 자세로 준비를 해야하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은 우리가 가장 많이 하게 되는 일상적인 행위들 가운데, 쓸데없는 행위들에 걱정과 마음을 빼앗기지 않고 ‘갑자기 다가올 그 날을 생각하며 준비하도록’ 권고합니다. 그것이 우리 개인의 마지막이든, 세상의 종말이든 우리가 기다리는 그 날은 언제일지 모르지만, 반드시 그날이 덫처럼 다가올 것인데, 우리의 준비는 바로 ‘깨어 기도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매일, 또는 매 순간 성당에 와서, 또는 기도만으로 살 수는 없습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소중한 삶을 위해 매일 일해야 하고, 또 내일을 위한 준비를 해야만 합니다. 아무리 해도 부족한 내일을 위한 우리의 투자에 비해, 그 모든 것이 사라지고 하느님 앞에 서게 될 그 날을 위한 준비는 당연히 세상에서의 내일을 위한 준비보다 수십 배, 수백 배 더 많이 해야만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다면 이유는 하나뿐입니다. 세상과는 달리 신앙인으로 맞게 될 영적 미래는 매우 추상적이고, 멀게만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분명한 것은 우리가 하느님을 믿는다면, 그날은 반드시 올 것이고, 준비된 만큼의 결실을 주님으로부터 받게 되리라는 것입니다.
배는 항구에 있을 때 가장 안전합니다. 하지만 배는 항해를 위해 있는 것입니다. 사람과 물건들을 실어 나르고 정해진 목적지에 도착하기 위한 도구입니다. 위험한 항해는 그 목적달성을 위해서는 필연적인 것입니다.
우리의 인생은 이처럼 위험을 무릅쓰고 구원이라는 목적지에 도달하기 위해 일생동안 항해를 하는 것입니다. 그 과정이 험난하고 때로는 목숨을 걸어야 하지만, 그 행위를 포기한다면 우리는 살아있으되 살아있는 것이 아닙니다. 많은 이들이 안전하고, 큰 위험 없이 인생이라는 항해를 하기를 원하지만, 그 안전한 삶에 안주해버리면, 우리는 정작 마지막 순간에 모든 것을 잃어버리는 어리석음을 범하게 될 것입니다.
우리는 다시 새로운 출발선에 서 있습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인생 여정의 의미와 그 결실들, 즉 구원이란 무엇인지 다시 생각해봅니다.
위험도 있겠지만, 그 여정에 주님이 오셔서 함께 해주십니다. 그래서 인간적으로는 두렵지만, 걱정을 뒤로하며 앞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큰 시련 속에서 다시 맞게 되는 이 대림시기를 통해, 그 하느님의 도우심과 사랑을 어느 때보다 깊이 느낄 수 있는 은총의 시간들이 되도록 만들어 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