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왕 대축일
21. 11. 21 한강주임
+ 찬미예수님(하느님 나라, 그 영광의 실제 모습은?)
이제 우리는 전례력으로 한해의 끝에 서 있습니다. 늘 그렇듯이, 많은 아쉬움과 지나온 날들에 대한 안타까움도 뒤로 한 채 새로 시작하는 날들에 대한 기대를 품고, 오늘 세상에 구세주로 오시는 주님의 영광을 기념하고 있습니다.
주님은 세상의 왕으로 오셨습니다. 사실 우리는 이미 매 주일마다 그 주님의 말씀을 듣고, 성찬례를 거행하면서, 그분의 구원과 영광을 기념하며 찬미를 드려왔습니다.
오늘은 세상 끝 날에 오시는 주님께 그 어느 때보다 더 영광스럽고 성대하게 지내려 합니다. 당연히 오늘의 기념은 우리 믿음과 그 믿음을 통한 결실을 생각하고, 그날을 맞이하기 위한 우리의 준비를 봉헌하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 말씀에서, 예수님은 이 세상의 지배자에게 죽음을 당하시지만, 끝내 그 죽음조차도 이길 수 없는 분이 바로 예수님이심을 증언하고 계십니다. 영원한 삶을 향한 우리 여정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극적으로 보여줍니다.
현세의 왕은 세상의 통치자, 군림하는 존재입니다. 오늘의 전례는 예수님께서 세상을 이끄시고 구원하는 왕으로 오셨음을 상기시키면서, 지금까지 우리가 보아온 세상의 왕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오심을 기억하려 합니다.
세상을 움직이는 근원은 힘입니다. 그것이 개인이든, 집단이든, 국가이든 힘이 있어야 영향력을 발휘하고 움직일 수 있습니다.
우리는 또 다른, 그 어떤 세상의 힘보다 더 큰 힘을 믿고 있습니다. 그것이 우리의 신앙입니다. 오늘 우리에게 던져지는 질문은 바로, “나는 그 힘을 믿고 살아왔는가?”입니다. 이 질문은 세상 모든 사람들과, 더불어 신앙인으로 살고 있는 우리는 그들과 어떻게 다른가? 를 생각하게 합니다.
아직도 진행형인 지난 2년간의 ‘코로나 시기’에 그 어느 때보다 우리가 당연히 해오던 신앙인으로서의 삶과 인간적 행위들에 대해 그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이었는지에 대해 깊이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세상에는 어느 것도 당연한 것이 하나도 없고, 우리에게 주어진 그 순간들도 우리가 지나치고 나면 결코 돌아오지 않음을 생각할 때, 너무나 익숙해서 의식하지 못하고 지나쳤던 것들의 의미와 그 소중함을 깨닫는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어려운 시간들, 그리고 너무도 힘들게만 느껴졌던 우리의 당면한 현실조차도, 세상에서의 고통을 기꺼이 감내하셨던 예수님의 삶에 비추어보면 우리도 마땅히 이겨내야만 하는 삶의 과정입니다.
그 어려운 시간들을 이겨내며 지금 우리에게 남겨진 결실들은 거저 얻은것이 아니며, 각고의 인내와 희생의 결과라고 믿습니다.
때문에 오늘 우리의 기념은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신앙인으로서 인생 여정 안에 담아야 할 가장 중요한 마음가짐과 요소들을 그리스도왕 이라는 표현을 통해 우리에게 가르쳐 주고자 합니다.
“우리의 간절한 바람을 모두 들어주신다고 한 주님”의 그 약속을 진정으로 믿는다면, 우리가 겪어온 삶의 시련 속에서 오히려 더욱 주님께 의지하며 단련된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세상의 그 어떤 시련도, 주님과 우리 사이를, 또 하느님의 사랑을 가로막을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가야 할 길이 또 멀고 험하다 해도, 우리는 그 시련보다 더 큰 힘을 믿습니다. 죽음을 이겨내신 예수 그리스도가 바로 우리의 힘입니다.
비록 언제가 다가올 세상의 끝날을 생각하면 두렵기도 하지만, 믿음을 간직하며 살아온 이들에게는 희망의 날임을 다짐하고 확인하는 날로 기쁘게 간직해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