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31주일
21. 10.31 한강주임
+ 찬미예수님 (주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네 몸처럼 사랑하라)
우리가 살았던 한해, 자신의 모습을 하나씩, 하나씩 다시 돌아봅니다.
오늘 우리가 살아야할 목표 중, 가장 큰 몫의 주제인 ‘사랑의 계명’에 대해 복음을 통해 들었습니다. 하느님을 믿는다면, 그 믿음의 중심에는 사랑이 있고, 하느님과 이웃을 향한 사랑의 실천을 해야 합니다. 당연히 하느님을 믿지 않는 사람이 하느님을 사랑할 수는 없습니다.
이러한 이치들을 전제로 믿는이들이 세상을, 그리고 네 이웃을 과연 어떻게 자신의 몸처럼 사랑할 수 있는지에 대해 생각해봅니다.
사랑이란 말처럼 좋은 말은 없습니다. 그리고 말로서는 누구나, 몇 번이라도 할 수 있는 말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억지로 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사랑은 마음으로부터 나와야 하고, 그 사랑이 기꺼운 것이어야만 합니다. 마음에서부터 우러나오기 위해서는 표면적인 이유에서가 아니라, 내 마음의 더 깊은 곳에서, 상대방에 대한 이해와 수용이 이루어져야만 가능합니다. 그때 비로소 우리는, 외적 모습은 쳐다보기조차 쉽지 않지만, 우리와 같은 사람인 나병 환자와 포옹을 하는 것도 가능해 집니다.
여기까지도 우리가 어렵지 않게 동의할 수 있지만, 마음으로 부터의 이해와 수용에 있어서 많은 갈등이 존재합니다. 동의가 쉽지 않은 근원적 이유는 바로 서로가 너무도 다르기 때문입니다. 나와 너는 다른 존재이고, 당연히 그 안에 들어있는 것도 모두 다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믿는 주님께서는, 우리 스스로의 능력으로는 불가능하지만, 하느님에 대한 진정한 믿음이 있다면, 그 믿음으로 완전한 사랑이 가능하다고 말씀하고 계십니다. 믿음은 그 불가능을 해낼 수 있게 하는 힘을 말합니다. 하나뿐인 소중한 목숨까지도 내어놓기 위해서는 용기를 넘어, 그 만큼의 믿음이 있어야 하고 그로부터 사랑의 실천이 가능해 집니다.
우리는 사랑이라는 과제를 놓고 오늘도 고민하고 있습니다. 오늘 주님의 말씀은, 그 실천을 참으로 원한다면, 그 계명을 주신 주님께 더 완전한 사랑을 드리고, 그 사랑을 느껴보도록 요구하십니다.
우리 앞에 있는 주님의 십자가는 상상이 아닌 현실입니다.
나의 힘만으로 되지 않을 때, 십자가에 매달려 계신 주님은 말로서가 아니라 온 몸과 생명을 다해 우리에게 그 사랑의 의미를 던져 주십니다.
사제로서 결코 짧지 않은 삶을 살아왔지만, 저에게도 그러한 사랑은 여전히 과제로 남아있습니다. 그 의문에 대한 답을 찾기위해 필요한 것은 머릿속으로 하는 고민이 아니라, 제 앞에 게신 십자가의 주님을 바라보는 것임을 그 어느 때보다 절실히 느끼고 있습니다.
세상을 살아가는 동안 신앙인들에게, 나아가 모든 인간에게 주어진 숙명이요 과제인 이 사랑의 진정한 의미를, 마음으로 다시 새겨볼 수 있는 한 주간이 되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