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모승천 대축일
21. 8.15 한강 주임
+ 찬미예수님
오늘은 민족이 일본의 압제에서 해방되었던 광복절이면서, 초대 교회 이래 교회와 불가분의 관계로 우리 신앙의 모범이 되신 성모님의 승천을 기념하는 대축일입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의 현실을 다시 바라봅니다.
이 세상의 기본적인 틀은 한마디로 약육강식입니다. 우리의 이성과 인격을 이야기하고 소중한 생명을 거론하지만, 지금도 한편에서는 오직 힘이 없다는 이유로 한 생명이, 또 한 나라가 전쟁의 소용돌이에 휩싸이고, 무죄한 사람들이 고통과 죽음에 이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또한 힘이 없어서 나라를 잃고, 그 논리의 희생양으로 나라 없는 핍박의 36년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우리 민족이 역사적으로 겪었던 아픔과, 또 신앙인으로서 죽음에 이르는 박해까지를 감내해야 했던 우리들에게, 믿음으로 최악의 시련과 고통들을 이겨내셨던 성모님은 그 자체로 신앙인들이 가져야할 마음가짐에 대해 더욱 깊은 성찰을 하게합니다.
오늘 성모님을 맞이한 엘리사벳은 이렇게 고백합니다.
"복되십니다. 처녀의 몸이었지만, 주님께서 하신 말씀이 이루어지리라 믿으신 분", 인간이시면서도, 하느님의 은총으로 세상에서 들어 올림을 받으신 성모님이 그 영광을 받으신 이유를, 이 문장이 온전히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분명 성모님은 우리와 똑같은 인간이셨지만, 우리의 믿음 안에서는 비교할 수 없는 특별한 위치에 있으십니다. 그러한 결과들은 주님께서 이끄시는 길에서, 성모님이 보여주신 겸손과 굳은 믿음에 따른 것들입니다.
성모님의 노래, ‘성모찬송’은 하느님께서 주신 크나큰 은총을 입은 성모님의
마음자세에 대해 너무도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
"비천한 종을 굽어보셔서, 그분은 당신을 경외하는 모든 이들을 돌보아 주십니다. 또한 마음속 생각이 교만한 이들과 세상의 권력에 취한 이들을 끌어내리시고, 비천한 이들과 굶주린 이들, 당신을 믿고 따르는 이들과 하느님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모든 이들에게, 그 자비를 영원히 내려 주실 것입니다."
성모님의 노래는 우리가 처한 이 세상의 현실 속에서, 우리들이 나아가 방향과 마음가짐에 대한 답을 줍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성모님은 세속적인 관점에서, 부귀영화나 세상의 행복을 누려본 적이 없으십니다. 하느님의 큰 은총으로 구세주를 잉태하셨지만, 성모님은 자신의 영광보다, 자신의 비천한 처지에도 불구하고 낮은자를 지극한 사랑으로 돌보시는 하느님의 사랑을 먼저 생각하시면서 찬미를 드리고 있습니다.
믿는이의 길도 분명 이 세상에 있습니다. 그러나 그 과정과 궁극의 목표는 엄연히 다릅니다. 우리는 신앙인의 길을 선택했고, 그렇게 살려고 합니다.
성모님처럼 세상을 거슬러 믿음에 따른 삶을 사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지만, 참된 믿음에 의지하면 어떤 일도, 불가능한 일도 이겨낼 수 있음을 성모님의 삶 속에서 발견하게 됩니다.
우리 각자는 여전히 연약하고 부족하지만, 성모님의 도우심과 주님의 이끄심에 온전히 의지하며 살아간다면, 그 불가능한 일도 반드시 이루어지리라는 굳은 믿음과 희망으로 성모님을 바라봅니다.
오늘 성모님을 통해 세상을 구원하신 하느님의 은총과 그 자비하심을 기억하며, 우리도 그 여정에 기꺼이 동참하는 삶을 살아가기를 다시한번 굳게 다짐해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