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령 강림 대축일
2021. 5.23 한강주임
+ 찬미예수님
오늘 우리는 성령이 오심으로 인해, 주님을 믿는 모든 이들이 그 은총 안에 온전히 놓이게 되었고, 거듭난 신앙인으로서의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게 되었음을 기념합니다.
사실 제자들은 예수님의 십자가에서 죽으신 뒤에, ‘죽음은 모든 것의 끝’이라고 생각하는 인간의 근원적 문제에서 한걸음도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미래에 대한 불안과 걱정으로 숨어있던 제자들은 주님께서 약속하신 성령이 오셔서 확인된 기적적인 사건들로 인해 용기를 얻게 되고, 제자들을 통한 복음 선포는 본격적으로 이루어지게 됩니다. 우리는 바로 이 제자들과 함께, 믿음을 고백하는 이들의 모임을 ‘교회’라고 하고, 성령의 오심을 기념하는 이날을 교회의 시작일로 성대하게 기념하고 있습니다.
오늘 제자들에게 나타나신 성령의 오심으로 얻는 은총 중에 으뜸은, 성경 말씀에 의하면 바로 죄를 용서해줄 권한의 상징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인간은 근원적 결함으로 서로의 모양은 다른지만, 일생동안 자신의 결함과 그로 인한 죄들과 싸워야 합니다.
죄는 무엇일까요? 우리들이 이미 지금까지 살면서 겪어온 아픔, 고통, 번민과 미움, 그 끝의 절망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삶을 위협하는, 인간의 모든 문제들을 말합니다. 우리가 주님을 믿게된 것은 우리의 삶에 어둠을 안기는 그 죄들을 벗어버리고, 그 안에 갇혀 있는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함입니다.
즉, 모두가 피할 수 없는 그 죄의 상황을 이겨내기 위해서입니다.
오늘 복음은 그 죄사함의 권한을, 이겨낼 수 있는 힘을 성령을 통해 제자들에게 주셨다고 선언하십니다. 숱한 기적을 통해서도 믿음을 갖지 못하고, 주님에 대한 불확실성과 인간의 이성 사이에서 두려워하던 제자들은 부활하신 주님을 뵙고, 축복의 말씀을 들은 후, 새로운 힘을 얻게 됩니다.
또 그 권한을 받은 제자들은 이제 예수님의 권위를 위임받아 복음선포의 사명을 수행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여전히 제자들은 인간적 한계들을 갖고 있었지만, 주님은 인간의 그 불완전함을 이겨낼 수 있도록 당신의 축복을 베풀어주시고, 성령을 보내주심으로서 그 부족함을 이겨낼 수 있었습니다. 우리의 믿음은 바로 여기에서 출발합니다.
세례를 받은 신앙인들 역시, 굳은 고백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그 불완전함을 완전히 떨쳐낼 수는 없습니다. 거기에 더하여 그 존재들이 모여 살고 있는 이 세상은 도무지 어떤 의미로도 완전한 세상을 만들어내지는 못합니다.
그러한 사실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겪어왔던 우리들의 체험들 안에서 이미 확인된 내용들입니다. 설령 나름의 믿음이 있다 해도, 우리는 인간의 허약한 마음 때문에 인간의 끝없는 욕구와 유한한 삶에 걸맞지 않은 욕심들을 담을 수밖에 없게 되고, 우리들의 믿음은 한순간에 저만치 사라지기도 합니다.
이렇듯 우리의 생각대로 세상살이가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우리들의 믿음이 참된 삶의 희망이 되기 위해서는 한시도 “주님의 도우심과 이끄심이 아니면 이 세상의 모든 시련들을 이겨낼 수 없음”을 잊지 않아야 하는 것입니다.
우리 모두는 이미 주님을 믿기 때문에 여기 미사에 함께하고 있습니다.
내가 믿는 주님, 그 믿음 가운데서 살아가고 있는 나의 모습들과 내면의 상태들을 돌아봅니다.
지금도 우리들은, 나를 괴롭히는 삶의 문제들 때문에 마음이 어지러울 수도, 괴로울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신앙인이 바라는 참 평화는 아무 걱정이 없는 상태를 통해서가 아니라, 우리의 믿음에 의지하여 그 모든 것을 이겨낼 수 있으리라는 확신에서 시작되는 것입니다.
오늘 부활시기를 마치는 성령강림 대축일을 통하여, 우리도 2천 년 전 제자들이 방황을 끝낼 수 있었던 그 모습, 그 마음을 되새기면서 주님이 성령을 통하여 우리에게 주시려는 그 위로와 도움 안에서 기꺼운 신앙인의 삶을 살아가기를 거듭 다짐해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