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 제 5주일(생명주일)
21. 5.2 한강주임
+ 찬미예수님
우리에게 생명이 어떻게 주어졌는가?
그 본질은 알지 못하지만, 우리 생명은 어떠한 인간의 노력이나 능력에 의한 과정이 아님을, 또 생명의 근원에 대한 어떠한 형태의 개입이나 조작도 불가능함을 분명히 알고 있습니다.
오늘 생명의 소중함을 이야기하는데 있어서의 출발점은, 우리가 영위하고 있는 삶이 고유하고 독창적인, 그리고 인간의 어떤 행위로도 재현할 수 없는 창조적인 행위의 결과라는 것입니다. 그 생명을 선물로 받은것에 대한 우리의 응답은 하나뿐입니다. 하느님 보시기에 모두 하나의 생명을 무상으로 받은 존재이기 때문에, 생명으로부터 시작해서 우리가 누리는 어떤 것도, 나의 것일 수 없고, 소유권을 주장할 수도 없다는 것입니다.
그 소중한 생명으로 우리가 해야 하는, 또 할 수 있는 일들은 무엇일까 생각해봅니다.
우리 앞에 세상이 놓여 있습니다. 그 세상은 상상이 아닌, 현실이고, 때론 냉정하고, 한 치의 양보도 용납하지 않는 것입니다. 나의 성공은 너의 실패이고, 내가 차지한 것은 누군가의 실망과 고통을 동시에 야기할 수도 있음을 우리 모두 알고 있습니다. 현실속의 세상은 그렇게 불공정하고, 상대적이며, 함께 똑같은 마음으로 누리고 또 나누기에는 우리 인간의 수용력이, 또 능력이 미치지 못합니다.
그런 우리들이 예수님을 알고 믿는다는 의미는, 그러한 세상을 이겨내기 위한 새로운 삶에 동의하고 동참하겠다는 약속을 뜻합니다. 우리는 홀로 떨어진 개인이 아니고, 오늘 복음의 말씀처럼, 주님이라는 포도나무에 붙어있는 가지인 것입니다. 그 힘을 믿는다면, 그저 세상이 그러니까 어쩔 수 없다고 좌절하고 포기해서는 안 되는, 책임을 부여받은 사람들인 것입니다.
우리 한사람, 한사람의 힘은 너무 작고, 보잘것없어 보입니다. 그래서 우리의 온힘을 다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현실 속에서는 참담한 실패와 좌절을 맛보기도 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믿음에 따른 노력을 포기할 수 없는 것은 하느님의 나라, 참 행복의 나라는 인간의 힘으로 시작하고, 우리의 능력으로 완성할 수 있는 목표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한 자연인으로서 그 모든 한계를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혼자가 아닌 함께, 인간의 마음과 능력이 아니라 믿음의 주인이신 주님을 바라보면서, 이 어렵고 불가능해 보이는 길을 포기하지 않고 가려는 것입니다.
그것이 우리의 믿음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그 믿음을 얼마나 소중히 여기는지는, 그 믿음을 세상에 드러내야할 신앙인의 삶을 통해서 나타나게 될것입니다.
오늘도 우리는 이 세상에 발을 딛고 또 하루를, 내일을 살게 될 것입니다. 우리가 주님을 믿는다는 것은, 나에게 주어진 삶이, 더 이상 나만의 영역이 아니라, 내가 믿는 주님과 함께 가는 길임을 기꺼이 받아들이겠다는 뜻입니다.
부활하신 주님은 바로 그러한 우리 믿음의 표지이고, 증거입니다. 우리의 힘으로는 불가능한 바를 이루어주실 수 있음을 매번 확인하는 것입니다.
오늘 우리에게 주어진 고통 또한 바로 내가 주님을 믿는 한, 나는 결코 혼자가 아니며, 반드시 이겨낼 수 있다는 희망을 잃지 않을 때, 우리는 여전한 삶의 불확실성과 실패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그 시련을 통해 더 단단해지는 진정한 그리스도인의 삶으로 거듭나게 될 것입니다.
이번 생명주일의 한 주간을 통해서, 우리 생명의 소중함과 그 안에 담긴 무한한 은총의 힘을 확인하고, 믿는이로서 더 힘을 내어 살아가는 우리들이 되도록 다시한번 다짐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