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 제 3주일
3.7 한강 주임
+ 찬미예수님(성전정화)
어려움 속에서, 다시 맞은 사순시기의 중반에서, 우리는 오늘 우리가 회복해야할 신앙인의 마음가짐 중에, 세상과의 관계에 대해 다시 생각하고, 돌아볼 수 있도록 이끌어 주는 말씀을 들었습니다.
우리는 믿음을 갖고는 있지만, 세상에 속해있다 보니, 우리는 어쩔수 없이 많은 시간들을 세상에 함몰되어 보내기도 합니다. 머리로는 늘 주님을 떠올리면서도, 몸은 세상에 던져져 있음을 자주 느끼게 됩니다.
오늘 탈출기에서는 ‘우리가 믿는 야훼 하느님은 어떤 분이신지’를 상기시켜 줍니다. 그분은 세상에 속한 모든 것에 자애를 베풀어주시고, 돌보아 주시는 분이십니다. 우리는 그에 대한 응답으로 당연히 주님을 위한 날을 거룩하게 지내고, 그 계명들을 지키려고 애를 쓰고 있습니다.
그 하느님과 만나는 곳, 그곳이 바로 성전입니다. 성전은 하느님의 집이고, 그래서 거룩한 곳입니다. 우리 삶에서 가장 중요한 곳이 집이라고 한다면, 믿음 안에서는 바로 하느님의 집이 중요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성전이 없으면 기도를 할 수가 없고, 신앙을 유지할 수 없는 것은 아닙니다. 믿음은 ‘하느님과 인간이 고유한 인격을 통해 소통하는 것’임을 우리 선조들은 신앙을 위한 순교의 역사에서 증명해 보이셨습니다.
그것은 하느님의 구원을 선포하시던 예수님께서 굶주리거나 아픈 것도 참고, 세상의 핍박도 무조건 받아들이라 하지 않으시고, 당신께서 풀으실 수 있다면, 당신 앞에 선 사람들을 외면하지 않으시고, 먹이시고 고쳐주셨으며, 늘 당신을 필요로 하는 이들과 함께 하신 모습에서도 그 이유를 찾을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이스라엘 백성들이 성전을 짓고, 우리가 교회를 세우는 것은, 그 성전은 우리들의 믿음을 가시적인 세상에 드러내는 것이고, 우리에게는 하느님과 온전히 소통하는 구별된 장소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그렇게 한신앙을 고백하는 사람들과 함께 우리의 정체성을 확인하고, 또 그 성전을 통해 하느님의 일을 지속할 수 있는 중심으로서 교회 공동체와 성전이 필요한 것입니다. 당연히 그 성전은 인간사의 일들 속에 있고, 그 일들을 나누기도 하지만, 그 궁극의 목표는 모두 하느님의 말씀과 그 뜻을 세상에 이루기 위한 곳으로 존재하고 또 이용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오직 하느님을 믿고 증거하기 위한 표징으로서만 기적을 보여주셨던 예수님께서는, 오늘 하느님의 뜻과 어긋나게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성전을 이용하고 있던 사람들을 향해 직설적인 공격을 하십니다.
오늘 복음에서 전하는 성전정화는, 이 세상에서 우리가 필요로 하는 것을 보여줌과 동시에, 반드시 구별해야 하는 것은 또 무엇인가를 보여줍니다.
우리 믿음의 출발은 하느님은 분명히 우리들을 사랑하시고, 끝내 돌보신다는 확신에서 출발합니다. 그러나 동시에 우리는 그 믿음을 확인받고 싶어 합니다. 하느님께서 보여주신 방법이 아니라, 세상사에서 우리가 바라는 방식으로 확인하고 싶어 합니다.
하느님께서 생명과 우리의 삶을 허락하셨고, 다양한 능력과 그에 따른 결실도 주시지만, 그것들을 인간의 관점에서만 보게 되면, 소중한 하느님의 집인 성전조차도 본래의 의미를 잃어버리고 말게 될 것입니다.
우리가 왜 하느님을 믿게 되었는지를 잃어버리면, 바로 오늘 복음에서처럼, 오염된 성전에서 살게 되는 것이고, 그때 성전은 본래의 취지를 잃어버리고, 인간의 본성을 추구하는 또 다른 현장으로 추락할 수밖에 없습니다.
세상을 살고는 있지만, 그 세상보다 높은 뜻과 삶을 지향하는 우리들의 뜻이 언제까지나 살아있는 바로 그 성전을, 우리들이 함께 미사를 봉헌하는 바로 이 곳에서, 그리고 우리들 마음 깊이 간직할 수 있도록, 각자의 다짐을 새롭게 하는 한 주간이 되도록 해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