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성당 교우들과 함께 하는 묵상 (1)
한강성당 교우여러분! 새해의 날이 밝았습니다.
잘 맞으셨지요. 어둠은 빛을 더 환히 밝혀주고, 시련도 우리의 희망에 대한 기대를 더 키우고 실현시키는 밑거름이 됩니다. 그래서 우리의 삶이란 시련과 고통 속에서 더욱 성장하고 값진 열매를 맺게 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여전히 우리 앞에는 감당하고 넘어서야 할 일들이 산더미처럼 가로막고 있습니다.
하지만, 걱정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는 지금까지도 숱한 어려움들을 이겨내며 살아왔고, 또 앞으로도 넘어설 것이기 때문입니다.
언젠가 다가올 희망의 그 날을 향해 한걸음씩 나아갑시다.
주님의 축복과 은총이 한강성당 교우여러분과 그 가정에 충만하시길 기도드립니다.
2021. 1. 3 최 베네딕도 신부
[코로나 시대에 다시 돌아보는 우리의 믿음]
* 앞으로 2~3주간 동안, 우리 믿음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 대해 생각해 보려합니다.
1. 우리 믿음의 근본에 대하여
1) 달라진 세상과 우리들
- 앞으로의 세상의 역사는 코로나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고 합니다. 이 말 한마디로 ‘코로나 사태’가 우리 삶에 끼친 영향이 얼마나 지대한지를 단번에 느낄 수 있습니다.
- 우리의 일상이 멈추어 섰습니다. 우리가 지금까지 너무도 당연하게 누리던 자유, 그 안에서의 만남, 활동, 여행 등 그 어느 것도 이제는 맘대로 할 수 없습니다.
우리 교회도 달라졌습니다. 언제라도 오고 싶은 때, 성당에 와서 함께 하던 미사와 교회의 모든 활동이 거의 중지되었습니다. 마치 우리의 삶이 천지개벽한 듯한 느낌입니다.
- 하지만, 코로나가 우리에게 준 선물도 있습니다.
우리가 지금까지 관성적으로, 타성적으로 해오던 모든 것들, 그것의 의미와 본질들에 대해, 나아가 ‘나의 삶에서 가장 소중한 것들’이 무엇인가를 다시 생각하게 해주었습니다.
- 그 어떤것도 당연하거나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은 단 한 가지도 없다는 사실, 우리는 지금까지 그 소중함의 의미를 미처 다 알지 못하고 달려왔다는 현실을 뼈저리게 체험하고 있습니다.
돌이킬 수 없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우리가 지금까지 애써 노력해서 얻은 것들과 잃은 것들은 무엇인지를 성찰해 봅니다.
2) 우리는 무엇을 향해 왔는가?
- 우리가 믿는 하느님, 그 하느님은 언제 어디서나 저희를 지켜보고 계십니다. 그것이 우리의 믿음입니다.
하지만 우리의 삶은 언제부터인가, 눈앞에 보이는 것만을 찾아 달려온 것은 아닌지 생각해봅니다.
- 우리의 믿음은 소정의 노력으로도 손쉽게 얻을 수 있는 그런 결과물이 아닙니다.
예수님은 당신이 선포한 복음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서 끊임없이 기도하시면서, 당신께 다가오는 이들에게 마음을 내어주시고, 당신에게 구하는 바를 기꺼이 들어주십니다.
예수님의 관심은 늘 단 하나였습니다. 당신이 아니고서는 실현 불가능한 많은 요청들에 대해 “너는 나를 믿느냐?” 라고 물으시고, 그들의 간절한 바램을 들어주셨습니다.
- 교회는, 그 안에서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의 궁극의 목적도 이와 다르지 않습니다.
우리 믿음은 세상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우리 마음속에 살아계신 주님을 만나는 그 순간에 얻어지는 생의 최고의 가치입니다.
이성으로는 그 가르침에 동의하지만, 우리의 마음과 정신은 눈앞에 보이는 것들, 더 크고 화려한 것들, 세상이 귀하다고 하는것에 덩달아 마음을 내주기도 했습니다.
- 오늘 우리 눈에 보이는 텅빈 성당, 우리 공동체의 중심이었던 미사를 제대로 드리지도 못하고 있는 이때에, 우리가 달려온 길을 새삼 돌아봅니다.
우리의 믿음은 거대하고 큰 성당에서, 많은 재물이나 거대한 프로젝트로 이룰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예수님이 하신 것처럼, 그저 지금 나의 눈앞에서 나의 도움을 청하는 이들에게 기꺼이 손을 내미는 것, 바로 그것입니다.
모든 것이 멈추어버린 듯한 세상에서,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것들이 새삼 떠오릅니다.
- 텅빈 우리의 훌륭한 성전은, 역으로 우리가 추구하고 달려왔던 우리의 삶을, 우리의 믿음을 우리가 가려 했던 본래의 그것을 다시 생각하게 합니다.
☛ 이 혼란스런 시대에, 내가 찾는 것, 내가 가려는 길은 어떤 길일지요?
그리고 나는 어떻게 하면 그 길을 찾을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