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림 제 4주일
12.20 한강성당 주임
+ 찬미예수님 (구세주의 잉태 예고)
오늘 우리는 예수님의 오심을 앞두고, 그 준비를 위한 마지막 4주일을 맞이했습니다. 올 한해가 거의 다 지나가고 있습니다만, 어두운 우리의 현실은 조금도 차도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어떻게든 미사를 드리겠지만, 예전에 우리가 보았던 신자들이 꽉 찬 성당, 성탄의 풍성한 축하와 나눔 등을 찾아보기 어려울 듯합니다.
언제부터인가 너무도 당연했던 이 모든 것들이 앞으로는 불가능하다는 이야기들까지 나오면서, 마음이 어두워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인간의 마음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 당면한 세상은 각박함을 넘어서, 마스크를 쓰고, 서로를 기피하는 것이 당연하고, 그것이 서로를 위한 것이라고 까지 하니, 한편으로 기가 막힐 노릇이기도 합니다.
오늘 1독서에서는, 하느님의 집을 짓겠다고 나선 다윗왕을 향해, 야훼 하느님은,“내가 살집을 세우겠다는 것이냐!”고 반문하시면서, “이스라엘의 영광은 자신들의 능력으로 이룬 것이 아니며, 그 이스라엘을 세우시고 일으켜주신 진정한 주인은, 바로 야훼 하느님”이심을 나단 예언자의 입을 빌려 전하고 있습니다.
오늘날, 우리가 지금까지 이루어 낸 것들, 또 앞으로 이룰 것이라고 기대했던, 소위 발전이라는 우리 희망의 본질은/ 요즘 우리가 느끼는 것처럼, 하느님이 애초에 생명과 그 시간을 허락하지 않으셨다면 이룰 수 없는 것들이었습니다. 그런 이유로, 우리가 누리는 모든 것이, 우리 자신의 힘만으로는 온전히 지켜낼 수 없는, 우리 영역 밖의 것임을 뼈저리게 느끼게 됩니다.
2천 년 전, 예수님께서 오시기 전, 유대 땅의 모습을 상상해 봅니다.
유대인들은 나라를 잃고 절망적인 삶을 근근히 영위하고 있었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굶주리고, 질병으로 고통 받고 있었으며, 정치적으로는 로마의 강력한 지배 하에서 주권을 잃고 신음하고 있었습니다.
견디기 힘든 고난의 시간을 보내면서, 유대인들은 자신들을 선민으로 뽑으신 하느님께, 당신이 약속하신 구세주를 보내달라고 간절히 외치고 있었습니다. 스스로의 힘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 어둠 속에서, 몇몇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눈치 채지 못한 그 상황에서 구세주는 연약한 아기 예수의 모습으로 이 세상에 오십니다.
주님은 떠들썩한 환호와 사람들의 마중을 바라시지 않으시고, 이제 조용히 세상에 오시려 합니다.
우리들이 처한 오늘의 현실은 이전과 생각하면, 도무지 상상이 되지 않는 상황이긴 합니다. 하지만 이번 대림시기를 통해서 우리가 조용히 기다리고 있는, 사실은 익숙하지 않은 고요한 성탄은, 구세주가 오셨던 2천 년 전의 그 상황을 미루어 생각해보면, 주님의 오심을 그 어느 때보다 간절히 구하고 있는 오늘의 상황이, 그 당시와 더 가까워 보입니다.
우리들이 직면한 극한의 상황 속에서, 신앙인이기에 겪는 어려움들이 있습니다. 외적인 세상살이의 어려움들뿐만 아니라, 우리가 지금까지 지켜온 믿음은 어떤 의미인지지, 또 현실 속에서 그 믿음의 힘을 어떻게 느끼고 발휘해야 하는지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우리들의 그러한 고민들이, 만약 현실에만 초점이 모아진다면, 지금까지 우리가 소중히 지켜온 신앙은 그 빛을 잃고, 그저 삶에 필요한 수많은 도구 중의 하나로 그치고 말 것입니다.
이러한 기회를 통해서, 우리가 지금까지 예수님의 강생과 복음이 전하는 그 참 뜻을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그리고 세상에 오셔서 오직 하느님의 말씀대로 당신의 역할을 수행하는데 전념하셨던 예수님의 삶과는 다른, 그저 보장되고 자유로운 신앙의 현실에 안주했던 것은 아닌지를 돌아봐야 할 것입니다.
우리에게, 또 나에게 오시는 주님을 생각해 봅니다.
주님은 무엇을 위해서 이 세상에 오시는 것일까? 그분이 오셔서 내게 이루시려는 일은 또 무엇일까를 깊이 돌아보아야 하겠습니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이 세상에 오실 주님께서, 우리를 바라보며 건네실 그 말씀과 눈빛, 그 마음을 헤아려 보면서, 위기의 신앙인들이 가져야 할 진정한 대림의 의미들을 깊이 되새겼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