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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사항

성서모임 개학과 함께 드리는 글

작성일  |2008.09.02 조회수  |3800

성서는 인간에게 다가오신 하느님의 역사役事이며, 동시에 이에 응답한 인간의 역사歷史입니다. 그래서 성 예로니모는 “성서를 모르는 것은 그리스도를 모르는 것과 같다”고 했지요.  

사실 하느님께서는 성서 안에서 당신 자녀들을 언제나 친절히 만나주시고, 그들과 말씀도 나누십니다. 그래서 하느님의 말씀은 교회에는 ‘스스로를 지탱해주는 힘’이 되어 주고, 자녀들에게는 ‘신앙의 힘’, ‘마음의 양식’이 됩니다. 과연 하느님의 말씀은 우리들 ‘영신생활의 깨끗하고 마르지 않는 샘’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때론 성서의 말씀이 우리에게 어렵고 잘 와 닿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성서에 보면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사람들이 나를 누구라고 하더냐?”하고 물으시는 대목이 나오지요. 제자들이 대답합니다. “세례자 요한이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고, 불 수레를 타고 하늘로 사라졌던 예언자 엘리아라는 사람도 있고, 예언자 중에 한 분이라는 사람도 있습니다(마르8,27).” 사람들은 예수님을 약속된 메시아, 인간을 구하시기 위하여 하느님이 보내신 분으로 알아보기 쉽지 않았든가 봅니다. 그분 곁에서 가까이 지내던 사람들만이 그분의 정체에 대해 무엇인가 잡히는 것이 있었고, 십자가의 비극과 돌연한 부활을 본 뒤에야 비로소 손뼉을 치며 탄식했습니다.

성서란 무엇인가? 이 같은 물음 안에서도 대답은 우리에게 가지각색일 것입니다. 예수라는 인물이 그랬듯, 성서도 그 독자를 어리둥절하게 만들고(마르2,7), 머리를 흔들게 하고(마르10,17-22), 심지어 걸려 넘어지게(마르6,14-29) 하니까요. 그래서 성서를 대하는 것은 하느님을 대하는 것을 뜻합니다. 물론 이 만남은 문학적 호기심이나 심리적 감정의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만남이 아닙니다. 삶의 차원, 모든 것을 내거는 모험이자 귀의이며, 신앙의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만남이지요. 

그리고 만남이 있으면 대화가 있듯, 성서는 하느님과 사람 사이에 생긴 대화의 결정체입니다. 인류 역사의 어느 일정한 순간들에 주고받았던 하느님과 인간의 대화이며, 지금도 여전히 지속되고 있는 대화입니다. 그것도 우리의 언어를 통해서입니다.  

생각들 해보십시오. 이 얼마나 은혜로운 일입니까? 하느님께서 우리의 언어를 통해서, 우리가 알아들을 수 있는 방식으로 우리에게 당신의 말씀을 건네신다니요? 그래서 성서를 대하는 것은 스무 몇 세기 전에 지구의 한 모퉁이 팔레스티나 땅에서 일어난 역사를 배우고, 히브리 민족의 걸출한 인물들과 초대 그리스도인들의 야담을 공부하는 그런 수준이 아닙니다. 지금 이 순간 21세기의 인간인 내게 건네시는 하느님의 말씀, 그래서 내게 답변을 요구하시는 말씀입니다. 

성서의 어느 장절이나 인물을 대할 때 일어나는 경탄이나 심미적 감각, 또는 그 사건과 인물에 대한 역사 지식은 첫 걸음에 불과합니다. 이는 깊은 사색으로 들어가는 초대이고, 성서가 일러주는 그 심원한 세계에 관해서 보다 깊고 생생한 깨달음을 얻는 자극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이 깨달음마저도 우리에게 물음을 던지시는 하느님께, 삶을 거는 응답을 드리는 경지에 도달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우리의 생사를 좌우하지도, 하느님의 구원역사役事에 접근할 수조차 없습니다. 창세기 12장 4절에서 아브라함이 그랬듯이 그 말씀이 우리에게 일러주시는 쪽으로 무턱대고 길을 나서지 않는다면 그것은 우리 두뇌를 잠깐 번쩍이게 하는 지식에 그치고 말 것입니다. 허나 우리가 이 길을 간다고 해서 결코 외로운 것은 아니지요. 왜냐하면 하느님의 말씀을 읽고 깨닫는 일은 순전히 개인적인 일이 아닌 까닭입니다.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기대하시는 그 응답이 순전히 개인적인 문제가 아닌 듯이 말이지요.

우리는 하느님의 백성 가운데 삽니다. 교회의 품속에 살지요. 교회는 오늘날 과거 어느 때 보다도 이 말씀에 귀를 세우고 있으며 진지하게 응답하고자 애씁니다. 따라서 교회의 생활, 특히 교회의 전례에 진지하고 깊이 참여할수록 성서를 깨닫고 가르침에 동화하는데 도움이 클 겁니다. 물론 성서를 잘 알수록 교회의 생활과 전례가 더욱 밝게 빛나는 것도 사실이구요. 

우리는 운이 좋은 사람들입니다. 오늘의 교회도 그리스도교 생활의 순수한 원천으로 돌아가려는 부단한 움직임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무작정 과거로만 돌아가겠다는 움직임이 아닙니다. 하느님과의 개인적인 만남과 교회를 통한 만남을 보다 돈독하게 만드는 길을 다시 찾자는 움직임이지요.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서 우리를 구원하시는 하느님, 우리가 당신을 알아 뵙기 전에 먼저 우리에게 말씀을 건네신 하느님을 만나 뵈려는 움직임입니다. 

따라서 우리가 할 일은 이론적인 성서공부가 아닙니다. 하느님 말씀과의 만남, 삶을 건 만남을 도모하는 것입니다. 이 말씀은 우리에게 응답을 요구할 것입니다. 크리스챤 생활에 전보다 향상을 이룩하도록 우리를 자극할 것입니다.

                                  주님의 손길이 함께 하시기를 기원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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