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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후에는 무엇이 오는가? 를 읽고

작성자  |에이브 작성일  |2010.02.01 조회수  |795

죽음, 부활을 꿈꾸는 삶의 형식
 
인간의 죽음은 겪어보기 전에 어느 누구도 알 수 없는 단 하나의 리얼리티이다. 또 인간의 존재 상황을 깨닫게 하는 가장 본질적 주제라 할 수 있다. 죽음은 문학과 철학, 종교, 예술의 영역에 이르기까지 인간 세계에서 다루어지고 있는 영원한 화두인 것이다.

사랑도, 명예도, 권력도, 죽음 앞에서는 모두 그 의미가 퇴색하거나 어느 누구도 저항할 수 없으니, 우리는 겸허하고 진중하게 죽음을 맞을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불멸에 대한 인간의 갈망은 고대의 주술적 힘이나 여러 풍습들을 통해 다양하게 나타났지만, 그런 시도들은 오히려 영원성에 대한 인간의 욕망이 얼마나 부질없는 것인가를 보여줄 뿐이다. 알려지지 않은 불확실한 죽음에 대해 대부분의 인간은 불안감과 공포를 느낀다. 이러한 실존적 불안은 인간이 신에 매달릴 수 있는 강력한 계기가 된 것도 사실이다. 인간은 자연의 섭리인 시간을 무력으로 지배할 수 없으며 이를 되돌리거나 정지시킬 수도 없다. 인간의 삶은 영원하지 않기에 오히려 그 가치와 의의를 부여받는 것일지도 모른다. 어느 누구도 대신해 주거나 같이 짊어질 수 없는 각자의 생의 무게는 오롯이 죽음의 형식을 통해서만 완성되고, 고유한 아우라를 부여받게 된다.

그렇다면 우리는 언젠가 마주치게 될 죽음의 형식을 어떤 식으로 준비해야 할 것인가?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고 난 후의 비통함을 어떻게 치유해야 할 것인가? 죽음 이후의 삶이 과연 존재하는가? 지상의 많은 사람들 대부분은 이런 질문과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지만 어느 누구도 이 문제에 관한 시원한 해답을 제시해주지는 않는다. 필자 역시 가까운 가족들을 떠나보내고 죽음의 문제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했지만, 명확한 해법을 구하지는 못하였다. 아무리 신앙 속에서 살고 있더라도 죽음 자체가 우리에게 가져다 주는 고통과 슬픔의 그림자를 벗어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읽게 된 안셀름 그림의 『죽음 후에는 무엇이 오는가? 』는 종교의 영역에서 바라본 죽음의 주제를 철학적․ 신학적․ 심리학적 관점에서 재조명하여 그동안 필자가 간과했던 부활과 성령의 세계를 다시 접하게 하는 소중한 기회를 선사하였다.

이 책에서 말하는 죽음 이후의 세계는 우리가 죽음을 체험하는 방식과 그 이후에 다가오는 것에 대해 생각하는 표상에 달려있다고 본다. 또 죽음은 인간의 삶에 마침표를 찍는 마지막 순간이기보다 다른 세계로의 이행이자 재회의 희망이라는 것이다. 죽음을 통해 하느님은 사랑, 자유, 행복, 생명에 대한 갈망을 채워주실 것이며, 인간 사이의 사랑은 물론 하느님의 사랑과도 갈라놓지 못한다고 한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그리스도 안에서 사랑과 관용의 가치를 믿고 나 자신을 주님께 맡기며 매사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삶을 영위해야 할 것이다. 예수님의 죽음과 부활을 전하는 복음은 사랑이 죽음보다 강함을 약속하는 가장 진실한 내러티브이기 때문이다.

죽은 사람의 부활에 대한 그리스도교의 복음은 모든 인간이 유한성과 유일성을 가진 존재들이며 자신의 인격적 존재로 하느님께 나아감을 말해주는 것이다. 하느님께서 우리 각자에게 주신 삶은 죽음을 통해 그 의미가 벗겨질 것이며, 죽음 이후에야 우리가 실제 누구인지 온전히 밝혀질 것이라고 한다. 결국 죽음은 새로운 탄생이며, 우리는 죽음을 통해 새롭게 창조되는 것이다. 더 이상의 경쟁과 갈등과 명예를 위해서가 아니라, 영원한 안식을 위해서, 그리고 더 많은 것을 소유하거나 군림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완성을 위해 창조된다.
 
죽음을 소멸이 아닌 창조로 해석하는 시각은 크게 새로울 것이 없지만, 성령의 힘과 연결시켜 죽음의 현상학을 해석하는 필자의 시각은 상당히 신선하게 다가왔다. 그동안 성령의 힘을 제대로 느끼지도 못했고 복음의 가치를 실천하기 위해 크게 노력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작은 일들에 늘 연연해하며 안절부절하던 나의 모습이 하느님 앞에 한없이 작아지고 부끄러워지는 기분이었다. 죽음을 우리들 삶에 통합시키고 갑작스럽게 닥친 죽음을 더 침착하게 받아들인다면, 죽음에 대한 공포나 불안도 상쇄시키고 영원한 생명에 대한 믿음을 더 강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인간의 유한성을 극복하고 영성(靈性)을 내 안에 받아들이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오늘도 하느님께 진실한 기도를 바친다.󰡒천주의 성모 마리아님, 이제와 저희 죽을 때에 저희 죄인을 위하여 빌어주소서, 아멘.󰡓역설적으로 이 기도는 우리들에게 죽음의 공포를 극복하게 하는 힘이 되는 것이 아닐까?
 
저자는 죽음의 형상이 많은 사람에게 묵상의 대상이 되었음을 지적한다. 이것은 죽음에 대한 불안이나 공포감을 떨치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이 형상을 묵상한다면 우리의 영혼 깊은 곳에서 죽음이 새로운 탄생과 마찬가지임을 깨달을 것이라고 한다. 또 죽음은 모성의 힘과도 관련된다. 우리가 태어날 때 어머니 품에서 나온 것처럼 죽을 때도 어머니 같은 하느님 품에 안길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우리 곁에 계시는 하느님은 늘 우리를 어머니처럼 다정하게 대하실 뿐 아니라 사랑의 손길로 우리의 지친 몸과 마음을 어루만져 주신다.
 
죽음 앞에서 우리 자신과 하나 될 뿐 아니라 우리들 삶과 일치하여 행복한 희망이 되리라는 저자의 생각은 일반인들이 받아들이기에 지나치게 관념적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언젠가 마주쳐야 할 죽음의 형식을 진지하게 탐구하고 삶을 성찰할 기회를 주었다는 점에서 충분히 읽을 만한 가치가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인생은 숱한 고행과 갈등의 연속이지만, 각자 맞이하게 될 죽음 이후의 삶을 믿고 죽음이 삶의 종말이 아니라 재생과 부활의 시작임을 자각한다면 우리 모두는 더 겸허하게 하느님의 사랑에로 한 걸음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 관리자

    참 마음에 와 닿는 좋은 글이라 생각되어.. 다시 찾아 읽어 봅니다. 에이브님..앞으로 홈피에도 가끔 글을 올려 주실 것이라 기대해도 되겠지요? 감사합니다.

    2010-02-13 16:00:30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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