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미사 때 첼로 켜시던 안경 낀 키 크고 듬직한 남자분...
2층에서 첼로 켜시는 거 같던데
덕분에 미사에 하나도 집중을 못 했습니다;;;
표현이 과하다 생각될 수도 있겠지만
천사가 첼로를 대신 켜는 줄 알았습니다.
첼로 소리를 듣는 내내
그 음을 직접 받고 있는 몸의 뒷면에서
끊임없이 소름이 돋아버려
미사에 집중하기가 힘들 정도였습니다.
음악적으로 능숙하다던가 깔끔하다던가
저는 평가할 줄도 모를뿐더러
그런 생각이 들기도 이전에
살아있는 그 음표들의 고요한 소용돌이에
제가 휩쓸려 버린 기분이었습니다.
아, 이 미사가 끝나면
저 첼로 소리를 더 못 들을 건데 어떡하지?
라는 아쉬움이 자연스레 올라와서
스스로 놀라기도 했네요.
저는 전공자도 아니고
첼로에 대해 흥미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음악에 대해 특별한 지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도 아니니
제 말에 전문적이고 객관적인 소견이 담겨 있는 건 아니지만
계속 머릿속에서
이건 분명, 저분의 등 뒤에서
천사가 저분의 손을 잡고 함께 연주 중인 게 맞다!
라는 생각이 어째서인지 멈추지 않더라고요.
근데 안면도 전혀 없고
갑자기 다가가서 너무 잘 들었다며 이런 말을 불쑥 건네는 거,
저도 첼리스트 님도 민망하니까
한강 성당 홈페이를 통해서라도 생각을 남겨봅니다.
저는 첼리스트 님이 어떤 분이신지 전혀 모릅니다.
뭐, 누군가는
이 사람이 뭐가 잘해?
이 사람 엄청 별로야;;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미사 시간 내내 제가 받았던
첼리스트 님의 선율은
이 자정의 시간에 제가 이런 글을 남길 수 있을 만큼의
신기한 에너지와
본인의 성실함과
기묘한 맑음을 느낄 수 있게 해주셨네요.
음악, 참 어렵다고 생각해요.
특히 자아도취하기 좋은 분야라서
조금만 들떠버리면
음에 자기애가 넘치게 되어 듣기 싫어지는데
그 특유의 거북함 없어서 더 듣기 좋았습니다.
오늘만 첼리스트 분께서 컨디션이 좋으셨던 건지,
오늘만 제가 유난히 유난을 떠는 건지 모르겠지만,
오늘의 첼로와 같은 소리를
세상의 많은 분들이 들을 수 있기를 바라며 글을 마칩니다.
잘 들었습니다. 감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