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수녀님과 함께한 깨알 같은 이야기
한때 경기도 광주 "성베네딕도 수도회"에서 운영하는 사회복지시설에서 근무한적이있다.
그곳은 약5만평 규모로 드넓은 대지에 위치하고 있어 사시사철 산새들이 날고 화려한 꽃들이 피어있다.
특히 나뭇잎에 노랑색 빨강색 물감으로 펼쳐지는 수체화의 향연은 가을이 나타낼 수 있는
최고의 단풍으로 자연의 순리에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마치 사운드 오브 뮤직 영화의 무대가 연상되는 곳으로
가끔 이혜인 수녀님이 이곳을 찾아 시를 노래하고 있다.
이곳은 퇴직한 노수녀님과 직원 수녀님들 약20명이 상주하고있다.
어느 봄날 토요일이였다.
나는 오전근무를 마치고 집으로 가고 있었다.
그날따라 무언가 허전하고 소등을 하지 않는 느낌이 들었다.
마치 주부들이 가스불을 점검하지 않고 외출하다가 문득 생각이 난것처럼...
나는 사무실로 되돌아가 이곳저곳 살펴보았는데 별다른 이상 없음을 확인한 후 복도로 나오중에 관장수녀님을 만났다.
수녀님은 인천집으로 가는 길목에 할머니수녀님을 부천성모병원에 모시고 가서 다음날 출근할때 모시고 오라는 지시를 받았다.
그리고 관장님과 나는 할머니수녀님이 있는 식당으로 가서 할머니수녀님과 개나리 봇짐을 싣고 인천으로 출발하였다.
2평가량 공간에는 수녀님과 단둘이 있었으며 두 사람의 대화는 대부분 노수녀님이 주도하고 나는 듣는 입장이였다.
수녀님은 서울성심여대를 졸업하고 수도원에 입문하였다고 한다.
이런 사실을 알고 집안에서는 당연히 말렸지만,
본인의 의지가 너무나 강해서 집안에서 꺽지 못했다고 한다.
수녀님은 세속적인 경제개념이 전혀 없어 10원짜리와 100원짜리를 똑같이 취급하고 있었다.
오래전부터 할머니수녀님의 스타일을 익히 알고 있는 나는 수녀님을 볼 때 마다 답답했었다.
그런 수녀님을 모시고 두시간동안 서로 다른 내용으로 동행하는것은 생각만큼 쉽지가 않을것같았다.
그러나 나의 생각은 완전히 빗나갔다.
수녀님은 당면하고 있는 우리사회 시국에 대한 식견과 깊은 통찰력에 깜짝 놀라고 말았다.
그러면서 인천을 가야만하는 사연을 또박또박 이야기하였다.
수녀님은 남동생이 있는데 부인이 며칠후면 임종을 맞이하기 때문에
마지막으로 수녀님을 보고 싶다는 전갈을 받았다고 한다.
세속에 대해서 문외한인 수녀님은 인천까지 가는길을 몰라 발만 동동거리고 있었다고 한다.
그런 걱정속에서 점심식사를 마치고 의자에 앉아 토막잠을 잤는데 꿈속에서
"걱정하지마라 내가 병원까지 데려다주겠다"라는 커다란 음성 듣고 벌떡 깨어났다고 한다.
잠에서 깨어난 수녀님은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이해가 않되고 별다른 묘수가 떠오르지 않아
마냥 식당의자에 앉아서 혼자서 고민하고 있었다고 한다.
이때 관장수녀님은 식당에서 혼자 앉아있는 할머니 수녀님의 사연을 듣고 문제해결을 위해 나를 찾다가 복도에서 만났다.
그때 나는 퇴근하는 도중 알지 못하는 무언가에 끌려 사무실로 되돌아가 모든 점검을 마치고 나오는 상황으로
할머니 수녀님이 고민하고 있는 그 시간과 정확히 맞아 떨어졌다.
나는 이런 기막힌 타이밍에 놀라고 전신의 소름이 쫘~악 끼치면서 닭살이 돋아났다.
그리고 나는 만약이라는 가정에서 반대되는 여러 가지 생각을 해보았다.
그럴수록 더 오묘한 사실이 신기하고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때 느꼈던 감정은 항상 가슴속에 묻어두고 말없이 간직하고 있었다.
사실은 딱히 속마음을 표현할수 기회와 장소가 없어 그냥 마음속에 담아두고 있었다.
이제는 더 이상 쌓아두면 처음 받았던 느낌이 희미해질 같아 홈페이지에 표현하게 되어 속이 후련하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처럼...
궁금증 하나
지금 할머니 수녀님은 잘계시는지? 혹시 부산 본원으로 가셨는지? 오늘 전화해야겠다.
궁금증 둘
할머니 수녀님께서 들었던 음성의 주인공이 남자였는지, 아니면 여자의 음성에 대해서 물어보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