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옥희(수산나), 송한근(안드레아), 이영자(세레나), 임영희(헬레나), 최현주(베로니카), 황경숙(율리아)(가나다순) 형제 자매님께서 감상문을 한강성당 신자분들과 함께 나누고자 제출하셨습니다.
한분 한분의 글이 다 소중하여서 따로 수상작 없이 참가하신 분 전원 소감문을 주보에 게제하기로 하였습니다.
지면관계상 무순위로 4-5주에 걸쳐 주보 7면에 게제하오니 신자분들께서는 성경쓰기의 감동을 함께 나누시기 바랍니다.
“성서 이어쓰기”를 마감하면서
이영자(세레나) - 13구역
아파트 꽃이 흐드러지게 피었습니다. 쪼그리고 앉아서 꽃향기도 맡고 이야기도 주고받았습니다. 성경 필사를 하고 눈이 침침해서 잠시 쉬었다 가려구요. 그런데 어느새 내 마음속이 충만해지고 행복감을 느꼈습니다.
나의 일생에 한번은 실행해 보고 싶은 일이 성서 쓰기였습니다.
지식으로만 알고 눈으로 많이 접하면서, 그것이 나의 50년 신앙생활의 기본으로만 생각했으니까요.
사실 아이들이 결혼해서 외국으로 다 떠나가고 텅 빈 가슴에 외로움을 안고 꽤 오랜 시간을 보냈습니다.
나름대로 뒷바라지 하던 아이들 대신에 이제 주님의 도구로 써 주시면 시간을 봉헌 하겠습니다 하는 다짐도 했습니다.
그런데 날이 갈수록 외롭고 허전한 마음만 자리 잡아 갔습니다.
제 기도의 끝은 항상 기다림과 외로움을 감당하게 해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본당의 행사로 성서 필사의 시간이 온거예요. 구역별로 이어 쓰기였지만 처음에는 신자들의 관심을 이끌지는 못하였어도, 그 성서 필사의 기회가 구역 단합에도 좋고 또 나 자신을 위한 일이라 생각하고 처음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창세기와 출애굽기는 많이 접했지만 그 밖의 역사서나 예언서 등은 그냥 훓고 지나치는 정도의 공부였기에 이번 기회에 확실히 익히는 절호의 기회였습니다.
특히나 토빗이나 하바꾹에서는 나 자신을 성찰하는 좋은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러나 이어쓰기였기에 쓰기에서 접하지 못한 부분은 집에서 다시 읽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전체의 맥을 이어 이해 할 수 있었습니다,
지구의 종말이 온 것 같은 가히 살인적인 이번 더위에 만남의 방 창문 곁에 앉아서 열심히 쓰고 있는 다른 구역원을 볼 때 마다 하느님도 감동하실 것 같았습니다.
차츰 하루도 빠지지 않는 일과가 되었는데 무슨 중독 현상처럼 집안일을 정리하고 나면 내 발걸음은 성당을 향하고 있었습니다.
매일 같은 길을 걸으면서 꽃이 피고 지고 바람이 불고 비가와도 내 걸음은 8개월 동안 멈추지 않았습니다.
무슨 힘이 나를 이끌었을까요?
내 자신의 의지력 보다는 아마도 성령께서 인도하심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눈이 아파서 병원을 찾기도 하고, 안약을 넣어 가면서 힘들었지만 꿀맛 같은 달콤한 성서 말씀의 향기에 매료되더군요.
때를 맞추어 성서 40주간을 시작했으니 이건 금상첨화가 아니겠어요?
쓰고 읽고 그러나 말씀이 실천에 옮길 때 육화로 변하겠지요. 알아야 믿음이 생기고, 믿어야만 실천 할 수 있는 삶이 되겠지요. 아무리 알고 믿음이 강해도 실천하는 삶이 아니면 하느님과 함께 있다는 사실을 잊을 수 있으니까요.
아름다운 체험의 시간을 반원들과 함께 하고 싶어서 독려하는 과정에서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다는 사실에서 깊이 사과드리는데, 결국에는 맛을 들여 마지막에는 모두가 동참했다는 사실은 분명 성령의 이끄심이었다고 봅니다.
구역장들의 수고하는 모습에 진정한 봉사자의 모습이 투영되면서 우리 교회가 성장하는 그 속에서 하느님을 찾는 하느님의 자녀를 보았습니다.
이제 이러한 체험은 주님의 섭리를 깨달아가는 과정으로서 내 삶을 더욱 아름답게 꾸며 줄 것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신앙의 해의 끝자락에서 이와 같은 체험을 통하여 내 인생의 여정을 다시 꾸며가는 계기가 되기를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