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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교구 연풍성지를 다녀와서

작성자  |노아가다 작성일  |2013.08.22 조회수  |1520

연풍성지를 다녀와서


지난 토요일 가족 성지순례로 연풍성지를 다녀왔다.

연풍성지는 103위 성인중의 한 분이신 황 석두루카성인의 고향이고 영원한 안식처로 묘소를 모시고 있는 곳이다

작두날도 막지 못한 황 루카(1813-1866) 성인의 신심과 평신도의 모범이며 페롱신부님의 말씀대로 “조선교구에서 가장 휼륭한 회장” 이였다고 한다.

연풍은 경상도와 충청도의 신앙을 잇는 교차로로 선조들의 보금자리가 되어 병인박해 때 수많은 교우들이 체포되어 순교의 영광을 얻은 성지이다.

1866년 병인박해 때 비공식으로 3만에서 4만의 순교자들을 추정하고 공식적으로 7천에서 8천명의 순교를 추정한다고 한다.

그 당시 사헌부까지 올라가지 못하고 천주교신자만 선 조치 후 후보고 형식으로 박해를 했다고 하니 그 수를 헤아릴 수 없다고 한다.

그때의 사헌부는 지금의 대법원이다.

하느님은 다 아시고 계시리라 믿기에 위로 받는다.

연풍성지출신으로 13명의 순교자가 기록되어 있다고 한다.

병인박해 때 1866년 03월30일 갈매못(보령시 오천면 영보리)에서 군무효수로 순교하신

성 다블뤼 안 안토니오주교님(파리외방선교회소속) 1818-1866

성 위앵 민루카 신부님(파리외방선교회소속) 1836-1866

성 오메트르 오베드로 신부님(파리외방선교회소속) 1837-1866

성 장주기 요셉회장 1803-1866

성 황석두 루카회장 1803-1866

이렇게 다섯 성인상이 모셔져 있고 성인 상 아래에는 전교와 성사를 위해 숨어 다니시다 쉬던 오성바위가 남아 있다.

무심히 부르면서 기도하던 103위 성인들의 이름에서 특히 파리외방선교회 소속 주교님 신부님들의 순교를 새삼 생각하게 한다

인간적으로 낯선 나라에 오셔서 말도 통하지 않고 죽음이 늘 따라다니는 조선이라는 시골벽지에서 20대 후반에서 30대에 잔혹하게 생명을 잃으신 성인이전에 인간적으로 그분들의 부모님들을 생각해 본다.

아들이 죽을 줄 알면서도 보내주셨던 부모님들의 슬픔과 그 뜨거운 믿음에 가슴이 먹먹해진다.

64년에 발견된 형구돌은 서울 절두산 성지에 옮겨다 보관하고 있고 72년에 발견된 형구돌은 황 루카성인의 묘소 앞에 있고 92년에 발견된 형구돌은 은혜의 성모상 앞에 있다.

홍성대원군이 소리 소문 없이 천주교 신자들을 죽이려고 고안해 낸 형구돌로 연풍성지에서만 3덩이의 형구돌이 발견되었다는 상황만 보아도 순교자의 박해가 어떠했는지 짐작 할 수 있는 아주 끔찍하고 처절한 순교의 성지임을 증거하고 있다.

교우들을 목 졸라 죽였던 형구돌에는 아직도 선혈이 돌 틈에 남아 있고 피비린내가 나는 것 같았다.

순교자들의 목에 줄을 걸고 소나 사람이 반대쪽 작은 구멍에서 줄을 잡아 당겨 머리뼈가 바스러지게 하거나 목뼈가 부러져 죽음에 이르는 잔혹한 도살 도구였다.

황 루카성인의 스승이신 이학규선생은 우리나라 최초의 세례자이신 이승훈 베드로의 조카이시고
이익의 제자이신 스승님아래에서 황루가성인은 만고의 진리인 가르침을 받았고 스무 살에 세례를 받고 동정부부로 일생을 헌신하다
주교님이 체포되었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자수하여 끝까지 순교의 용덕을 보여준 성인이시다.

성지에서 11시 미사를 드리고 공소에 모셔져 있는 황 루카성인의 세 번째 목뼈와 성 오메트르 오베드로신부님의 유해앞에서 치유의 은사를 간절히 청했다.

나 자신의 부족함을 위해서 기도를 드리고 알알이 장미가 새겨져 있고 단마다 성인의 얼굴이 새겨져 있는 묵주를 사고 성전봉헌도 하고 유기농의 비빔밥을 맛있게 먹었다.

미사 중 강론의 말씀에는 “쉼”에 대하여 중요함을 전해 주셨고

늘 감사하는 삶이 신앙인의 기본자세라는 것과 불평은 은총을 깎아 내리는 행위라고 하셨다

언제나 성인들을 통하여 전구하고 성모마리아님을 통하여 전구하는 기도만이 하느님한테 가는 길임을 강조하셨다

삶의 중심이 하느님임을 알고 있으면서도 늘 세상살이로 번잡한 세상일이 중심이 되어 살아가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깨우쳐 주셨다

문경새재 길을 걷고 또 걸었다

걸어가다가 문득 7만 리 길을 걸어가신 우리나라 두 번째 신부님이신 최 양업토마스 신부님의 발자국이 남아 있는 길임을 묵상해본다.

길 위의 사도로 헌신하시다 과로로 장티푸스로 장렬한 삶을 마감하신 이곳 어딘가의 주막을 지나치면서 최양업신부님의 순명의 삶에 숙연해진다.

우리는 왜 걸어야 하고 자주 떠나야 하는가?

우리 삶의 위기의 순간에 일상의 삶을 멈추고 주님의 음성을 듣기 위해서이다

현재의 삶을 떠나고 인간관계를 떠나고 다시 새로워지기 위해서이다.

본래의 자신으로 되돌아오기 위해서 우리는 떠나는 것이다.

성지에서 만나는 삶은 이리도 간단한데 죽음과 삶이 이리도 가까운데
왜 이리 인생사가 복잡하게 얽혀서 분주한지 생명까지 아낌없이 내어 놓는 성인들 앞에서
나 자신은 신앙인이라고 평생을 주님께 달라고만 하고 살아온 자신이기에 한없이 부끄러진다.

죽었어도 살아 있는 죽음과 살아 있어도 죽어 있는 우리네 신앙을 되돌아보게 하는 거룩하고 아름답고 처절한 성지에서. 노아가다

  • 火星男

    순교성월을 보내면서 우리선조 순교 성인들의 믿음과 나 자신의 신앙에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좋은 글,잘 읽었습니다.감사합니다

    2013-09-05 16:00:54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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