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력에 따른 가톨릭교회교리서를 공부합시다]
(7) 주님 세례 축일
인류를 죄에서 구원하기 위한 사명의 시작
"예수님께서도 세례를 받으시고 기도하시는데 하늘이 열리며 성령께서 비둘기 같은 형제로 그분 위에 내리시고, 하늘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너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다.'"(루카 3,21-22) 주님 세례 축일입니다.
◇ 살펴봅시다
㉠ 예수님의 세례(535~6, 1223~4항) : 예수님은 요르단 강에서 요한 세례자에게 세례를 받으심으로써 공생활을 시작하십니다. 요한 세례자는 주님의 길을 닦기 위해 파견된 주님 직전의 선구자입니다. 요한은 죄를 용서받기 위한 회개의 세례를 베풀고 있었습니다.
주님이신 예수님께서는 죄가 없으시지만 자청하여 요한에게 세례를 받으십니다. 예수님의 이 행위는 당신의 '비우심'을 나타냅니다. 강생 곧 거룩한 성탄을 통해 지극히 높으신 하느님 아들이 자신을 낮추고 비워 사람이 되신 것처럼, 이제 예수님께서는 한 점의 죄도 없는 거룩한 분이시지만 죄인들이 받는 회개의 세례를 받으심으로써 당신 자신을 죄인으로 낮추고 비우신 것입니다. 이는 죄인인 우리 인간을 구원하시기 위함이었습니다.
예수님의 세례는 따라서 예수님께서 구약에서 예언된 '고난받는 종'(이사 53장 참조)이라는 당신 사명을 수락하고 그 사명을 수행하기 시작하신다는 것을 알려주는 사건입니다. 예수님의 이 사명은 "죽음의 '세례'"(536항)로 완성됩니다. 그리스도이신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당신이 예루살렘에서 겪으셔야 할 일 곧 당신의 수난과 죽음을 당신이 받아야 할 '세례'라고 말씀하십니다(마르 10,38 참조).
이 죽음의 세례는 오로지 하느님 아버지의 뜻을 이루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따라서 예수님께서 요한 세례자에게 세례를 받으신 것은 죄인들을 위해 수난을 겪고 죽어야 한다는 아버지 뜻을 수락하신 것이기도 합니다.
예수님의 이런 수락에 성부께서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라는 소리로 화답하십니다. 또 성령께서는 비둘기 모양으로 내려오시어 머무르십니다. 하늘에서 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리고 성령께서 예수님께 내려오셨다는 것은 예수님이 메시아이자 하느님의 아들이심을 다시 한 번 드러내주는 것입니다. 그래서 예수님의 세례는 동방박사들의 아기 예수 경배와 마찬가지로 '주님 공현'입니다.
루카 복음은 예수님께서 세례를 받으실 때 '하늘이 열렸다'(3,21)고 전합니다. 아담의 죄로 닫혔던 하늘이 예수님의 세례로 다시 열린 것입니다. 예수님의 세례는 따라서 "새로운 창조의 서막"(536항)이기도 합니다.
◇ 알아둡시다
㉠ 세례의 예표(1217~1222항) : 예수님께서는 당신을 찾아온 니코데모에게 "누구든지 물과 성령으로 태어나지 않으면 하느님 나라에 들어갈 수 없다"(요한 3,5)고 말씀하십니다. 이렇게 물과 성령으로 새로 태어나는 것이 세례입니다.
그런데 성경은 구약에서부터 이 세례의 예표(豫表)를 여러 가지로 보여줍니다. 우선 들 수 있는 것이 홍수와 노아 방주입니다. 노아와 그 가족들은 방주 덕분에 홍수에도 불구하고 구원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교회는 이렇게 고백합니다. "홍수를 통하여, 죄를 씻고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세례를 미리 보여주셨나이다."
다음으로, 이스라엘 백성이 홍해를 건너가 이집트의 종살이에서 해방된 것 또한 세례로 이뤄지는 해방을 예고합니다. 교회는 부활 성야 때에 세례수를 축복하면서 이렇게 기도합니다. "아브라함의 후손들이 홍해를 건너 파라오의 종살이에서 벗어나게 하시어, 세례 받은 새 백성의 예표로 삼으셨나이다."
이스라엘 백성이 요르단 강을 건너는 것 또한 세례의 예표입니다. "요르단 강을 건넘으로써 하느님의 백성은 아브라함의 후손에게 약속된 땅을 선물로 받는데, 이는 영원한 생명의 상징이다. 이 복된 상속의 약속은 새 계약 안에서 성취된다"(122항).
㉡ 그리스도 안에서 성취된 구약의 예표(1223~1225항) : 구약의 이 세례 예표들은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 성취됩니다. 요한에게서 세례를 받으신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파스카 신비, 곧 죽음과 부활의 신비를 통해서 죄에 죽고 생명으로 새로 태어나는 '세례의 샘'을 모든 사람에게 열어주십니다. 성경은 십자가에 못박히신 예수님의 옆구리를 병사가 찌르자 "곧 피와 물이 나왔다"(요한 19,34)고 전하는데, 교회는 물과 피가 "새로운 생명의 성사들인 세례와 성체성사의 예형"(1225항)이라고 봅니다. 물과 성령으로 다시 나지 않으면 하느님 나라에 들어갈 수 없다고 니코데모에게 하신 말씀이 예수 그리스도의 이 십자가 죽음을 통해 비로소 성취된 것입니다.
그리스도께서는 또 부활하신 후에는 사도들에게 "가서 모든 민족들을 제자로 삼아,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주라"(마태 28,19)고 분부하십니다.
㉢ 교회 안의 세례(1226~1228항) : 그리스도의 이 명령에 따라 교회는 오순절 그날부터 거룩한 세례를 거행하고 베풀어왔습니다. 이 세례는 언제나 그리스도 예수님께 대한 믿음과 결부돼 있습니다. "주 예수님을 믿으시오. 그러면 그대와 그대의 집안이 구원을 받을 것이오"(사도 16,31). "회개하십시오. 그리고 저마다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세례를 받아 여러분의 죄를 용서받으십시오"(사도 2,38).
이렇게 믿는 이들은 세례를 통해 그리스도의 죽음이 그리스도와 함께 묻혔다가 그리스도와 함께 부활합니다. 그래서 교회는 이렇게 가르칩니다. "세례를 받는 사람들은 '그리스도를 옷 입듯이 입었다.' 성령을 통하여, 세례는 깨끗하게 해주고 거룩하게 해주고 의롭게 해주는 목욕이다"(2227항).
◇ 생각해 봅시다
예수님께서는 세례로써 당신의 죽음과 부활을 미리 겪으셨습니다. 그때 성령께서 내려오셨고 아버지께서는 '내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리고 예수님께서는 공생활을 시작하셨습니다. 공생활의 중심은 하느님 아버지의 나라가 오게 하는 것, 하느님의 뜻이 이뤄지도록 하는 것이었습니다.
우리는 세례성사로써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에 동참했습니다. 성령을 받고 하느님의 사랑받는 자녀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 모습은 어떠한지요? '내 사랑하는 아들 딸, 내 마음에 드는 아들 딸'로서 살고 있는지요?
[평화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