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도 오늘 같았으면 참 좋겠다
작성자 |는개비
작성일 |2012.07.01
조회수 |1472
비가 오지 않을거라 했지만, 그래도 걱정했다.
혹시...
어제 내린 비는 지열을 없애주고 ,구름 드리운 하늘은 뜨거운 햇빛을 가려 주었다.
이른 아침에는 선선한 날씨에 잔치국수 뜨거운 국물이 인기 최고
덕분에 하루종일 만든 국수가 팔백 그릇...
잔치국수가 많이 팔릴수록 지하2층 주방에선 자매님들이 뜨거운 불 앞에서
국수 삶고 고명 얹어내느라 땀을 벌뻘 흘린다.
팔에는 작은화상 입고 얼굴에 뜨거운 물 튀어 빨갛게 부풀었으면서도 뭐가 좋은지 웃는다.
어제 하루종일 주방에서 고깃국물 우려내고 대파 데치고 고사리 삶고
커다란 가마솥 두개가 가득 차도록 끓여낸 육개장 ..아침식사로 먹어보니 맛이 끝내준다.
주방에서 애썼던 시간만큼 그 정성만큼 우리입은 즐겁다.
어제 주방에서 시식해서 그 맛을 기억하는 부추전...
반장들의 숫자보다 더 많은 후라이팬에서 부쳐내는 지짐이는 바자회 장터의 상징이 된지 오래
어젯 밤 예수회센터 커피봉사자들과 함께 핸드드립으로 커피원액 우려 내더니
맛 좋은 냉커피로 변신하여 오고 가는 사람들 손에는 냉커피 한잔씩 들려있다.
젊은 엄마들 모임인 자모회 회원들의 떡볶이 순대 그리고 팥빙수
그 중 순대는 술안주로 한 몫했다.
배추김치 ,열무김치, 오이지, 레몬청, 곰취장아찌, 식혜. 양념북어..등등
떼어다 팔면 얼마 남지 않는다며 ,또 티켓 구매한 분들께 좋은 음식 드려야 한다며
최고의 엄선된 재료 직접 구입해서 몇날 며칠 주방에서 만들어낸 역작품
비밀인데... 배추김치 속에 들어간 무는 주임신부님께서 반바지 입고 오셔서 씻으셨다.
양념북어는 원장수녀님께서 물기 좍좍 빼셨고...
그 모든 준비과정이 얼마나 힘들었을지...
어젯밤 주방에서 뒷 정리하던 여성 총구역장님의 얼굴과 온 몸에 고스란히 쓰여 있었다.
오늘 바자회장은 소리가 나지 않았다.
국수를 달라고 하는데 소리로 하지 않고 손으로 했다.
부침개 간장을 달라고 할 때도 손으로 찍어 먹는 표시를 한다.
그래서 나도 말로 답하지 않고 몸짓 손짓 ..그리고 표정으로 답했다.
말하지 못하고 듣지 못하는 그 분들...
내가 그들과 소통 할 수있는, 그들의 언어를 모르는 한
그들과 나는 이방인일 수 밖에 없다는 것.
이스라엘에 갔을때 가이드 없이 아무런 것도 소통 할 수없는...
가이드나 일행 없이는 외출 하기도 쉽지 않았던
그 때를 기억했다.
그래도 나는 그 곳에서 잠시 머물면 되고
필요하면 그들의 언어를 익히면 되지만
그 분들은 살아 있는한 우리들과 어울려야 하며
그 분들은 우리의 언어를 익힐 수 없다는 것
그 분들과의 소통은 전적으로 우리에게 달려 있다는 것
오늘을 위해 노력했던 많은 시간들에 대한
주님의 은총인가보다.
나를 바라 볼 수 있게 한 것이...
소리 낼 수 없는 사람들과 소리 낼 수 있는 사람들이 하나로 어우러져
먹고 마시고 ,웃고 기뻐 하던 날
외짝교우인 아내가 남편과 함께 와서 국수 먹던 날
2구역과 11구역이 옆자리에 장사한다는 이유로 형제자매 어우러져 맥주마시던 날
네것 내것 가리지 않고 무거운 짐 들어 주던 날
몸은 피곤한데 마음이 따뜻한 날
2012년 7월 1일
어젯 밤 늦게까지 성당마당을 장터로 바꾸어 놓은 사목위원과 또 다른 봉사자들
말이 아닌 행동으로 진두지휘 하시는 사목회장님
무엇보다도 그 모든 것을 계획 하시고 실행 하시는 신부님
감사.....그리고 또 감사......
오늘은 행복한 날...내 인생에 또 한 획이 그어진 날
내일도 오늘 같았으면 참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