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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하는 삶

우리의 어머니이신 성모님께 드리는 글

작성자  |꽃보다 나 작성일  |2012.05.03 조회수  |1393



지극히 고결하고 아름다우신 어머니시여, 감사드립니다.

은총의 중재자이신 어머니시여, 어머니를 통해 받은 주님의 은총으로

지금껏 살아올 수 있었던 제가 이제야 어머니께 감사의 편지를 올립니다.

 
1994년 10월20대 후반에, 아직 현대의학으론 원인도 모르고 치료방법도 없다는

너무도 생소한 배체트라는 병을 진단받고 첫 수술을 받을 때 만해도 전 의사의 오진이리라 생각했고

설사 사실이라 해도 저는 너무도 젊었기에 그 병을 이겨낼 자신이 있었습니다.

아니 이겨내야 했습니다. 제겐 결혼을 앞둔 사랑하는 여인이 있었고 사회적으로 이루고 싶은꿈도 있었습니다.

그 뒤로도 수시로 응급실을 드나들며 어렵게 병과 싸워오던 제가 십여 년 만인 2004년10월 수술후유증과

병의 악화로 다시입원하게 되었을 때, 저는 “나는 너무도 나약한 존재”란 패배의식 속에 서서히 무너져 갔습니다.

50여일 넘게 물 한 방울 먹지 못하고 제 몸속에 꽂혀있던 수많은 주사바늘과 호스들이

너무도 고통스러워 차라리 삶을 포기했으면 좋겠다고, 그래서 고통을 빨리 잊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심신이 나약해져 있던 저에게 의사, 친구, 부모님, 사랑하는 아내,

심지어 제 어린자식들도 제가 삶을 지속해야한다는 힘과 동기를 부여하진 못했습니다.

 
그때, 어머니께선 제 동료 레지오단원의 입을 통해 말씀하셨습니다.

성모 어머니께 의지하고 버림받았다는 이야기를 들어 본적이 없다고.

 어머니의 그 말씀은 제게 형언할 수 없는 힘을 주었고, 그 힘은 의사도 회복가능성을 의심하던 수술전날,

저를 고백성사로 이끌었습니다. 고백성사를 통해  저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너무도 보잘것없고 미약한 존재임을

주님 앞에 고백할 수밖엔 없었고 주님께 드릴 거라곤 뜨거운 눈물 뿐 이었습니다.

다음날 홀로 남겨진 서늘한 수술대기실에서 전,

죽을지도 모를 위험한 수술을 앞둔 환자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너무나 평화로웠습니다.

8년이 지난 지금도 그때 느꼈던 평화로움은 아직도 제 가슴에 생생하게 남아있습니다.

그 수술 후 10여일이 지나 수술부위가 잘못되어 재수술을 하게 되었지만 그리 두렵지 않았습니다.

지금 와서 생각하면 그건 성모어머니께서 저를 그냥 내치지 않으실거란 확신,

고백성사를 통해 느꼈던 죽음도 두렵지 않았던 평화로움 때문이었습니다.

 
원죄 없으신 우리의 어머니시여!

당신께선 너무나 큰일들을 하셨습니다. 당신은 구세주의 탄생을 위해 당신 자신을 온전히 주님께 바쳤고,

십자가를 등에 지고 힘에 겨워 넘어지며, 죽음의 골고타 언덕을 향하는 죄 없는 아드님의 뒤를 눈물로 적시며 걸으셔야 했습니다.

당신의 눈앞에서 사랑하는 아드님의 손과 발이 십자가에 못 박히는 고통을 감내하셔야했고,

십자가에서 숨을 거두시는 아드님을 가슴에 묻는 순간에도 당신께선 우리 불쌍한 인간들을 위해 기도하셨습니다.

당신은 그 뼈를 깎는 아픔과 슬픔 속에서도, 스승을 잃고 당황하여 우왕좌왕하던 제자들을 위로하시고

그들이 아드님의 부활에 대한 믿음을 갖고, 교회를 세우도록 격려하셨습니다.

아드님을 먼저 보내시고 승천하시던 그 순간까지 당신께선 에페소의 산속 외딴 곳 너무도 작고 초라한 집에서

인간적인원망, 슬픔, 외로움을 인간에 대한 사랑으로 승화시키셨습니다.

가녀린 여인께서 어찌 그리 강하고 의연하실 수 있으셨습니까?
 
어머니시여, 당신의 아드님을 십자가에 못박은 저희 인간들은 여전히 너무 탐욕스럽고, 이기적입니다.

그럼에도 불쌍한 저희들은 오늘도 어머니의 치맛자락에 매달려 묵주기도를 바칩니다.

저희가 항상 주님을 통하여, 주님과 함께, 주님을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저희들의 등대가 되어 주시고 저희들이 바치는 묵주기도 한 알 한 알을 가엾게 받아주소서.

어머니 치맛자락에 매달리는 저희를 내치지 않으심을 굳게 믿사오니 어여삐 여겨주소서.

어머니 감사합니다.

 

 

 

  • nittany

    감동적인 글입니다!!! 꽃보다나님이 홈피에 잠시들린지 3년.. 긴 기다림의 보람이 있는 것 같습니다.

    2012-05-03 15:00:08 삭제
  • 꽃보다 나

    벌써 3년이나 됐나요. 그동안 너무 이성적으로 살다보니 제 감성이 많이 매말랐었나봐요. 앞으론 제 감성이 항상 촉촉하도록 물 좀 주며 살아볼까 합니다.

    2012-05-04 09:00:54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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