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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순 넷째 날.. 재의 수요일 아침에 / 이해인

작성자  |nittany 작성일  |2012.02.26 조회수  |1029

 


재의 수요일 아침에 / 이해인




"사람은 흙에서 왔으니

흙으로 돌아갈 것을 생각하십시오"

 

이마에 재를 얹어주는 사제의

목소리도 잿빛으로 가라앉은

재의 수요일 아침 꽃 한 송이 없는

제단 앞에서 눈을 감으면 삶은

하나의 시장기임이

문득 새롭습니다.

 

죽어 가는 이들을 가까이

지켜보면서도 자기의 죽음은

너무 멀리 있다고만 생각하는 많은

사람들 속에 나도 숨어 있습니다.

 

아름다운의 발견에 차츰 무디어 가는

내 마음을 위해서도

오늘은 맑게 울어야 겠습니다.

 

사랑 없으면 더욱 짐이 되는 일상의

무게와 나에 대한 사람들의

무관심조차 담담히 받아들이는 일

이 또한 기도의 시작임을 깨닫는

재의 수요일 아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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