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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하는 삶

뒤돌아 보지 말고 떠나십시오...

작성자  |nittany 작성일  |2012.02.21 조회수  |1473

...<중략>...


경당을 둘러보고 난 우리는 손님 숙소 옆을 돌아 공동묘지로 발길을 옮겼다. 

하얀 칠을 한 작은 철제 십자가가 여러 겹 줄을 이루며 풀밭에 점점이 박혀 있었다.

몇 분 후에 우리는 보고 싶은 것을 찾아냈다. 청동 명판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루이스 머튼 신부, 1968년 12월 10일 선종.”

나는 뙤약볕 아래 서서 몇 십년 전에 이 자리를 에워싸고 머튼의 모순된 삶과 문학적이라고 할 만큼 기묘한 죽음을 되새겼을 수도승들을 생각해 보았다.

 (갑자기 일어난 감전으로 선종한 머튼은 <칠층산>을 “네가 하느님의 형제가 되어 불에 탄 사람들의 그리스도를 알아 모실 줄 알도록”이라는 말로 끝맺었다.) 

그리고 나의 예수회 성소가 이곳 겟세마니에서 싹트게 된 경위도 생각해 보았다.


 ...<중략>...

 사흘 동안 트라피스트 수도원의 생활 리듬을 따르다 보니, 막판에는 수도승 생활이 나에게 적합하지 않으리라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우리는 줄곧 경당에서 지내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물론 이것이 핵심이었다). 나와 함께한 많은 피정 참가자가 으레 그러했듯, 

나 또한 ‘활동적인’ 삶의 가치가 소중하다는 생각이 깊어져 있었다.

이튿날 5시 45분에 아침기도를 바치고 나서 우리는 가방을 손님 숙소로 가지고 내려왔다. 그런데 나는 그곳을 떠나기 전에 해야 할 일, 

아니 해야 할 말 한 가지가 생각났다. 

그걸 깜박 잊고 있었다. 그래서 서둘러 수도원 모퉁이를 돌아 머튼의 무덤으로 갔다.

나는 밝은 초록빛 풀밭을 내려다보며 기묘하고 복잡하고 모순된 머튼의 삶을 마음속으로 그려 보았다. 

그러자 월트 휘트먼의 시 가운데 내가 좋아하는 <나 자신의 노래> 끝머리 시구가 머리에 떠올랐다.


   내가 사랑하는 풀로 자라나고자 나를 낮추어 흙으로 갑니다.
   나를 다시 원한다면 당신의 구두 밑창에서 나를 찾으십시오.


나는 머튼에게 이야기하고 싶은 온갖 것을 생각해 보았다. 내 성소는 다른 누구보다 예수님 덕분이라는 것. 

머튼의 저서들 덕분에 나는 세상 한가운데서도 여전히 수도 생활에 끌리고 있다는 것. 모순되고 복잡다단한 그의 삶이 

나로 하여금 우리네 삶이 아무리 엉망으로 보일지라고 우리 모두가 성스러울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했다는 것. 

그는 자신이“참된 자아‘라 부른, 하느님 앞에서의 현재 나의 모습과 내가 갖추기로 되어 있는 모습이 어떤 것인지 이해하도록 도와주었다는 것.  

그리고 흠이 있음에도 그는 여전히 나의 위대한 영웅 가운데 한 사람으로 남아 있다는 것.

하지만 무엇 하나 정확하게 보이는 것이 없었다. 그래서 나는 내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을 그가 안다고 믿고 그냥 “고맙습니다” 하고 말았다. 

그러고는 달려 나가 내 친구들과 합류하였다.

 (제임스 마틴, "나의 멘토 나의 성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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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늦은 겨울이었던가? 신부님께서 지하 소성당을 성 김대건 안드레아 성당으로 다시 꾸미고 싶다는 생각을 하셨지요. 

이에 모두들 김대건 성인의 유해를 모실 석관을 어찌 만들 가 고민하던 차에.. 선종하신 요한 바오로 2세의 지하무덤과 같이 만들고자 하신 원종현 신부님... 

미완성인 디자인 시안을 보며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던 때가 기억납니다. 어렵게 수입 석재상들을 뒤져서 석관으로 쓸 아주 귀한 흰 대리석을 구했다고 전하자.. 

“아, 그래요. 너무 잘 되었네요” 하시며 빨리 보러 가자고 하셨던 신부님... 강원도 먼 곳까지 달려가던 겨울 길들, 그리고 돌아올 때의 석양...

몇 일 전부터 신부님께서 성당을 떠나실 모습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어찌 떠나실 가? 어떤 마음이실 가? 

그래도 지난 5년 많은 신자들과 미운 정, 고은 정 깊이 새겨졌을 터인데... 

정성들인 성당 구석구석들이 모두 마음에 남아 있을 터인데...

그러나 우리 모두 어딘가, 그리고 누군가의 곁에 영원히 머물 수 없는 것이 우리의 삶이지요. 

신부님! 지하 소성당에 계신 안드레아 신부님께 “고맙습니다. 당신의 작은 성당을 꾸밀 수 있는 은총 주심에 감사드립니다..“하고 인사드리고, 

뒤도 돌아보지 말고 떠나십시오... 이 모든 작은 인연들 모두 뒤로하시고 주님의 큰 품에 안기셔서, 

오랜만에 긴 휴식 취하시며 또 다른 새로운 출발을 준비하십시오... 당신의 출발천사가 지켜 주실 겁니다... 

그동안 너무 고생하셨습니다. 하지만 즐거운 나날이었습니다. 신부님,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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