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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당신의 착한 구두를 사랑했습니다 / 성미정

작성자  |Parsely 작성일  |2011.06.20 조회수  |1711


처음엔 당신의 착한 구두를 사랑했습니다


                                                                              / 성미정


처음엔 당신의 착한 구두를 사랑했습니다
그러다 그 안에 숨겨진 발도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다리도 발 못지않게 사랑스럽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어느 날 당신의 머리까지
그 머리를 감싼 곱슬머리까지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당신은 저의 어디부터 시작했나요
삐딱하게 눌러 쓴 모자였나요
약간 휘어진 새끼손가락이었나요
지금 당신은 저의 어디까지
사랑하나요
몇 번 째 발가락에 이르렀나요
혹시 제 가슴에만 머물러 있는 건 아닌가요
대답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제가 그러했듯이
당신도 언젠가 모든 걸 사랑하게 될 테니까요

구두에서 머리카락까지 모두 사랑한다면
당신에 대한 저의 사랑은 더 이상 갈 곳이 없는 것 아니냐고요
이제 끝난 게 아니냐고요
아닙니다
처음엔 당신의 구두를 사랑했습니다
이제는 당신의 구두가 가는 곳과
손길이 닿는 곳을 사랑하기 시작합니다
언제나 시작입니다


---------------------------------------------------------------------------------------
사랑은 사소한 데서 출발한다. 가늘게 떨리는 귀밑머리
정맥이 드러나는 희고 긴 손, 영화표 한 장, 그날 처음 가까이에서 본 그 남자의 턱수염 따위
사랑은 저렇게 미미했다가 이윽고 창대해지는 것인데, 사랑의 끝은 왜 그토록 추레할 때가 많은가
사랑은 늘 시작이어야 한다. 그래야 사랑하다가 죽을 수 있다. [시인 이문재]

 

  • Parsely

    일전에 시 한편을 홈피에 올렸다가 내린 적이 있습니다. 어째 성당 홈피에 옛애인 타령 하는 것이 모양새가 그렇고 해서 내인 것인데.. 사실 그 시에서 말하는 애인은 남녀관계를 말하는 것이 아니지요. 이 세상에 태어나 살다 다시 돌아갈 때까지 만나는 수많은 인연을 말합니다. 어렸을적 둘도 없는 친구였다가 이제 모두 결혼해 애들 키우고 또 사는 형편이 너무 다르다 보니 소식마저 끊고 사는 인연도 많지요. 또 우연히 만난듯 얼마지나지 않아 서로 잊고 사는 것에 익숙해져 사는 우리들입니다. 홈피에 올렸던 시를 아쉬워하시는 분이 계시다기에 다시 올립니다.
    ---------------------------------- ------------


    이 세상의 애인은 모두가 옛애인이지요

    / 박정대


    이 세상의 애인은 모두가 옛애인이지요
    나의 가슴에 성호를 긋던 바람도
    스치고 지나가면 그뿐
    하늘의 구름을 나의 애인이라 부를 순 없어요
    맥주를 마시며 고백한 사랑은
    텅 빈 맥주잔 속에 갇혀 뒹굴고
    깃발 속에 써놓은 사랑은
    펄럭이는 깃발 속에서만 유효할 뿐이지요
    이 세상의 애인은 모두가 옛애인이지요
    복잡한 거리가 행인을 비우듯
    그대는 내 가슴의 한복판을
    스치고 지나간 무례한 길손이었을 뿐
    기억의 통로에 버려진 이름들을 사랑이라고 부를 수는 없어요
    지나가는 모든 것과 다가오는 그 모든 파도를 나의 바다라고 부를 순 없어요
    이 세상의 애인은 모두가 옛애인이지요
    맥주를 마시고 잔디밭을 더럽히며
    빨리 혹은 좀더 늦게 떠나갈 뿐이지요
    이 세상에 영원한 애인이란 없어요
    이 세상의 애인은 모두가 옛애인이지요


    [시인 이문재}
    그대와 만나는 순간부터 그대와의 이별도 시작된다. 민들레에게서 배우자.
    민들레꽃은 바람이 무거워하지 않을 만큼 가볍고 투명해진 다음, 바람을 타고 날아간다.
    민들레와 민들레꽃은 서로 상처를 주지 않는다.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옛애인, 아직 나타나지 않은 애인도 언젠가 옛애인이 된다.
    우리 민들레처럼 부디, 서로 버리지도 말고, 버려지지도 말자.




    2011-06-20 13:00:26 삭제
  • Parsely

    성미정 시인의 \'처음엔 당신의 구두를 사랑했습니다\'라는 제목의 시는 처음에는 그 뜻을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이문제 시인의 짧은 해설에서와 같이..남여간의 사랑뿐아니라 우리의 모든 인간의 만남 역시, 부단한 노력과 타인에 대한 이해없이는 결국 추레함으로 끝난다는 것이지요. 모든 만남은 언제나 새로운 시작과 같이 다시 태어 나야 합니다.

    2012-06-17 13:00:50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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