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일상생활에서 여러 가지 선택 상황에 직면할 때 갈등을 겪게 된다. 갈등은 두 가지 이상의 상반되는 욕구, 요소, 기회 또는 목표에 당면했을 때 일어나며, 한 가지 욕구를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다른 한 가지 욕구를 포기해야 한다. 이 때 어떤 기준을 가지고 대안을 선택하는 것을 ‘의사결정’이라고 한다.
우리가 겪는 갈등에는 먼저 동일한 가치를 지닌 매력적인 목표 사이에서 선택할 때 나타나는 ‘접근-접근’ 갈등이 있다. 반대로 동일한 크기의 불쾌한 목표 사이에서 선택해야 할 때의 ‘회피-회피’ 갈등도 있다. 이런 갈등은 강렬한 스트레스이면서 쉽사리 해결되지도 않는다. 또 어떤 한 가지 목표가 매력적인 것과 불쾌한 것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접근-회피’ 갈등의 경우에도 해결이 만만치 않다. 매력적인 쪽에 접근할수록 불쾌한 쪽에 대한 두려움이 커지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각각의 목표가 매력적인 것과 불쾌한 것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면 ‘이중 접근-회피’ 갈등 상황이 생긴다.
그러면 이러한 갈등 상황에서 우리는 어떻게 의사결정을 하게 될까? 의사결정의 방법으로 먼저 어떤 대안이 가진 매력적인 속성이 그렇지 못한 속성을 보충하도록 하는 ‘보충모형’이 있다. 이 모형에서는 각 속성에 가중치를 둠으로써 결정을 돕는다. 보충모형은 가능한 모든 대안들을 펼쳐놓은 상태에서 각각의 대안이 갖는 장점과 단점에 가중치를 주어 계산하면서 종합적으로 판단해 최선의 해결책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이다. 이 방법은 어떤 사람과 결혼할 것인가, 어느 대학에 진학할 것인가 등과 같은 중요한 의사결정에서 가장 바람직한 결정을 내릴 수 있게 해 준다.
그런데 ‘보충모형’이 합리적이기는 하지만, 대개 사람들은 이보다는 ‘비보충모형’을 많이 사용한다. ‘비보충모형’은 다른 조건은 고려하지 않고 자신이 중시하는 한두 가지 조건만으로 선택하는 방법이다. 이 모형은 ‘보충모형’에서와 같은 계산이 필요 없고, 가장 우선하는 속성이 무엇인지가 중요하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보충모형에 비해 불합리해 보이는 비보충모형을 선택하게 되는 것일까? 심리학자들은 그 이유를 사람들의 기억용량이 제한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즉 사람이 처리할 수 있는 용량의 한계 때문에 모든 대안들을 일일이 검토해 볼 수가 없고, 그 결과 최선의 선택을 찾지 못할 때도 있다는 것이다. 또 시간과 돈 등 자원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설명도 있다. ‘빨리 선택을 해야 하기 때문에’, ‘현재 가진 돈이 이것뿐이라서’ 그 제품을 산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사람들은 가장 좋은 대안이 아닌, 최소한의 조건을 만족시키는 괜찮은 대안을 주로 선택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