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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라도

작성자  |길을 걷다 작성일  |2010.03.29 조회수  |1335

「 빌라도는 더 이상 어찌할 수가 없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폭동이 일어나려는 것을 보고, 물을 받아 군중 앞에서 손을 씻으며 말하였다.  "나는 이 사람의 피에 책임이 없소. 이것은 여러분의 일이오."」 -마태 27,24

그리스도 사후 유대인들은 빌라도를 악독하고 잔인한 통치자로 묘사하지만 그리스도가 예루살렘에 입성할 당시 아무런 제재도 가하지 않았음은 그가 섣부른 결정을 하는 위인이 아니란 것을 말해줍니다. 예수님을 헤로데에게 보내 사형을 받을 만한 죄가 있는지를 다시 묻도록 한 것이나, 재판 직전 빌라도 아내의 꿈을 배치한 것(마태27,19), 빌라도가 수석사제와 백성들에게 세 번이나 예수님의 죄를 묻고 있는 모습 등은 신중해 보이기조차 합니다. 그러나 빌라도의 그 신중성은 순수하게 한 젊은이의 생명을 가여워 해서라기 보다, 자신의 것을 지키려는 한 방편으로 생각됩니다. 즉, 한 사람의 죽음에 대한 책임을 회피함과 동시에 그를 살려두면 일어날 수도 폭동과 그 폭동이 가져올 결과가 두려웠기 때문이었다는 겁니다. 그 폭동은 치안 유지의 실패를 물어 자기가 현재 누리고 있는 모든 것을 하루아침에 무너뜨릴 수도 있는 것이었기 때문이었겠지요.

결국, 빌라도는 예수님이, '그들이 시기하여 자기에게 넘긴 것을 알고 있었(마태 27,18)'으며 '사형 받을 만한 죄를 지은 것도 아니(루카 23,22)'었으나, '폭동이 일어나려는 것을 보고(마태 27,24)' '그들의 요구를 들어주기로 결정하였(루카23,24)'지만, '손을 씻음으로써' 한 사람의 죽음에 대한 책임을 회피합니다. 말하자면 나에게 아무런 상관이 없으면 가만히 놓아두지만 나의 기득권을 빼앗길 위기에서는 가차없이 처단한다 는 뭐 그런 논리일 겁니다.

그리스도의 수난기를 대할 때마다 빌라도의 행동양식은 늘 저를 불편하게 하였습니다.

자유의지와 나약함이 제 안에서 부딪히고, 책임회피와 비겁함은 인정하고 싶지 않아 하는 제 안의 감정이기 때문일 겁니다. 사순절 마지막 복음에서 하느님의 기적을 보고 체험한 사람들이 두 종류로 나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한 편은 '예수님께서 하신 일을 본 유다인들 가운데에서 많은 사람이 예수님을 믿게 되었(요한11,45)'고 또 다른 한 편은 '바리사이들에게 가서 예수님께서 하신 일을 알'립니다. 알린다 하였지만 수군거림의 냄새가 배어있음은 의심의 여지가 없으며 말을 덧붙여서 없던 것도 만드는 그런 수준이었을 겁니다. '남'의 이야기이니까요.. 여하튼지 이렇듯 바로 앞에서 보고도 믿지 못하는 사람들이 왜 있는 걸까요. 왜 순수하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걸까요. 좋은 것을 좋다고 말하면 자기의 뭔가가 손해본다고 생각하기 때문일까요. 결국 공동체로 불리우는 집단의 논리에 반하는 것은 그것이 아무리 좋은 것이고 칭찬할 만한 것이라 해도 아닌 것처럼 행동해야하는 집단 이기주의, 왜일까요.  하느님의 일(Heavenly thing)과 사람의 일(Earthly thing)이 부딪혀서 일까요? 도대체 '사람의 일'이란게 얼마나 견고하여 그렇듯 완고한 마음을 지니게 되는 걸까요..

나에게는 '하느님의 일'과 부딪히는 '사람의 일'이 무엇일까 묵상해봅니다.  그리하여 예루살렘에 입성하시는 예수님을 환영하기 위해 손에 들었던 성지가 예수님이 사랑하는 사람들을 겨누는 활이 되지 않도록, 마음을 열고 비워 하느님의 일을 있는 그대로 믿을 수 있도록, 성주간의 시작에 은총을 간구합니다.  아멘.

  • 관리자

    성금요일을 지내고 부활전야를 맞으며.. 하느님의 일과 사람의 일..또한 자신이 살아온 지난 모습을 다시 생각해 봅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2010-04-03 18:00:44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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