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이튿날 아침에 예수께서 성안으로 들어오시다가 마침 시장하시던 참에 19 길가에 무화과나무 한 그루가 서 있는 것을 보시고 그리로 가셨다. 그러나 잎사귀밖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으므로 그 나무를 향하여 “이제부터 너는 영원히 열매를 맺지 못하리라.”하고 말씀하셨다. 그러자 무화과나무는 곧 말라버렸다. 20 제자들이 이것을 보고 놀라서 “무화과나무가 어찌하여 그렇게 당장 말라버렸습니까?”하고 물었다. 21 예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나는 분명히 말한다. 너희가 의심하지 않고 믿는다면 이 무화과나무에서 본 일을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이 산더러 ‘번쩍 들려서 바다에 빠져라.’ 하더라도 그대로 될 것이다. 22 또 너희가 기도할 때에 믿고 구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다 받을 것이다.”(저주받은 무화과나무, 마태 21:18-22)
2009년 연말 <독서클럽9313>에 가입하여 책 3권을 선물 받았다. 그리고 의무감으로 먼저 성심수녀회 수녀인 스즈키 히데코(鈴木秀子)의 《가장 아름다운 화해 이야기》(원제: 죽은 이와 살아있는 이의 화해하는 시간 死者と生者の仲良し時間, 1997)를 읽고 12월초 독후감을 성당 홈페이지에 올려놓았다. 그리고 나서 왠지 모르는 끌림에 나머지 두 권 중 나에게 많은 생각을 안겨준 안토니 블룸(Anthony Bloom) 대주교의 《기도의 체험》에 대해서도 독후감을 써야겠다고 마음을 먹기만 하고는, 연말연시를 바쁘다는 이유로 오늘까지 마냥 지내왔다.
《기도의 체험》은 故 김수환 추기경님께서 성직자와 수도자는 물론 신자들이 진정으로 기도의 필요성과 그 가치를 인식하고 기도할 줄 아는 사람이 되기를 바라시면서 추천하신 책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무엇을 어떻게 기도해야 한다는 말일까? 안토니 블룸(Anthony Bloom) 대주교는 “하느님이 안 계실 때, 곧 그분이 침묵하고 계실 때가 곧 기도를 시작할 때”(p.30)라고 한다. 또한 우리가 그분이 우리와 함께 안 계시는 것처럼 느끼는 ‘하느님의 부재’를 받아들일 용기가 있으면서, 당장에 위로를 줄 거짓 신에 의지하지 않을 때라고 한다. 아울러 “기도는 우리가 할 말이 많을 때가 아니라 ‘나는 당신 없이는 살 수가 없습니다. 정말 괴롭습니다. 왜 이렇게도 침묵하고 계십니까?’하고 우리가 하느님께 호소할 때 시작되는 것으로, 찾아야만 되겠고 못 찾으면 죽을 것만 같을 때 비로소 우리는 현재의 나를 넘어서 그분의 현존 안으로 들어가게 된다고 한다.
우리의 기도는 첫째, 창공에 계신 신이나 멀리 계신 신에게로 향할 것이 아니라, 안으로 향해야 하고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욱더 우리에게 가까이 계시는 하느님께로 향해야 한다. 둘째로, 기도의 시작은 우리 자신들에게 솔직하고 알맞은 말을 선택해서 할 수 있는 모든 정성을 들여서 하느님께 말씀드리는 데 있다는 것이다. 또한 기도를 드릴 때는 우리 마음을 전부 쏟아야 하며 하느님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우리를 있는 그대로 나타내는 사랑의 표현을 해야 한다.(《기도의 체험》, p.66)
그런데 나는 갑자기 무슨 끌림으로 오늘 갑자기 이렇게 컴퓨터의 키보드를 두드리는 것일까!
1월15일 오늘 새벽 4시30분경. 새벽미사해설을 하기 위해 샤워를 하는데, 갑자기 “나는 세례를 받은 후, 지금까지 주님의 뜻에 맞도록 살기 위해 내 자신을 얼마나 변화시켰을까?”하는 의구심과 함께 “나는 처음 세례를 받기 전, 왜 무엇 때문에 주님을 섬기기로 결심했었나?”하는 생각으로 그 해답을 선뜻 찾지 못해 한동안 곤혹스러움을 겪었다. 그리고는 성당으로 걸어가면서 나름 나만의 이유를 찾아 내 자신을 합리화하고 머릿속을 어느 정도 정리시켰다. 그런데 오늘 복음과 강론 말씀을 통해 ‘기도’와 ‘봉사’, 그리고 부주임신부님을 통해 생각과 말을 실천으로 옮겨야 한다는 말씀과 함께 도움을 주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말씀을 듣게 되었다.
17 하루는 예수님께서 가르치고 계셨는데, 갈릴래아와 유다의 모든 마을과 예루살렘에서 온 바리사이들과 율법 교사들도 앉아 있었다. 예수님께서는 주님의 힘으로 병을 고쳐 주기도 하셨다. 18 그때에 남자 몇이 중풍에 걸린 어떤 사람을 평상에 누인 채 들고 와서, 예수님 앞으로 들여다 놓으려고 하였다. 19 그러나 군중 때문에 그를 안으로 들일 길이 없어 지붕으로 올라가 기와를 벗겨 내고, 평상에 누인 그 환자를 예수님 앞 한가운데로 내려 보냈다. 20 예수님께서 그들의 믿음을 보시고 말씀하셨다. “사람아, 너는 죄를 용서받았다.” 21 율법 학자들과 바리사이들은 의아하게 생각하기 시작하였다. ‘저 사람은 누구인데 하느님을 모독하는 말을 하는가? 하느님 한 분 외에 누가 죄를 용서할 수 있단 말인가?’ 22 예수님께서는 그들의 생각을 아시고 대답하셨다. “너희는 어찌하여 마음속으로 의아하게 생각하느냐? 23 ‘너는 죄를 용서받았다.’ 하고 말하는 것과 ‘일어나 걸어가라.’ 하고 말하는 것 가운데에서 어느 쪽이 더 쉬우냐? 24 이제 사람의 아들이 땅에서 죄를 용서하는 권한을 가지고 있음을 너희가 알게 해 주겠다.” 그러고 나서 중풍에 걸린 이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너에게 말한다. 일어나 네 평상을 가지고 집으로 가거라.” 25 그러자 그는 그들 앞에서 즉시 일어나 자기가 누워 있던 것을 들고, 하느님을 찬양하며 집으로 돌아갔다. 26 이에 모든 사람이 크게 놀라 하느님을 찬양하였다. 그리고 두려움에 차서 “우리가 오늘 신기한 일을 보았다.” 하고 말하였다.(중풍 병자를 고치시다, 루카 5:17-26)
중풍환자를 고쳐주신 예수님을 생각하면서, 막연히 “주님에 대한 믿음이 강하면 나도 내가 뜻하는 일을 이룰 수 있겠구나!”하는 생각을 평소에 가져온 것이 사실이다.
12 예수님께서 어느 한 고을에 계실 때, 온몸에 나병이 걸린 사람이 다가왔다. 그는 예수님을 보자 얼굴을 땅에 대고 엎드려 이렇게 청하였다. “주님! 주님께서는 하고자 하시면 저를 깨끗하게 하실 수 있습니다.” 13 예수님께서 손을 내밀어 그에게 대시며 말씀하셨다. “내가 하고자 하니 깨끗하게 되어라.” 그러자 곧 나병이 가셨다. 14 예수님께서는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고 그에게 분부하시고, “다만 사제에게 가서 네 몸을 보이고, 모세가 명령한 대로 네가 깨끗해진 것에 대한 예물을 바쳐, 그들에게 증거가 되게 하여라.” 하셨다.(나병 환자를 고치시다, 루카 5:12-14)
그런데 오늘의 복음과 강론을 통해, “나는 이제껏 내 욕심만 채우려 성당을 다녔구나!”하는 자괴감과 함께 내가 아무리 내 자신을 예쁘게 포장하려 해도 나 스스로 내 자신을 통해서 나의 가장 깊은 내면으로부터 하느님이 계신 곳으로 가서 그 곳에서 하느님과 만나기 위한 여행인 기도와 함께 중풍환자가 치유될 수 있도록 이웃 장정들이 그를 위해 봉사한 것처럼 나 역시 이웃을 위해 도움의 손길을 보내지 않으면, 나의 신앙생활은 ‘단팥 없는 찐빵이요, 안경알 없는 안경’일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또 한편으로 그분이 우리 곁에 안 계실 때보다도 내가 그분을 외면할 때가 더 많았고, 특히 나는 그분께 무엇인가를 받기만 원하지, 그분과의 만남이나 그분께서 주신 사랑에 감사하고 그분의 사랑을 이웃과 나눔에 소홀하였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또한 “저는 당신의 아들을 죽였습니다. 당신이 저를 용서해 주시면 저는 용서를 받을 수 있습니다.”하고 내 자신의 죄를 먼저 고하고, 탄원의 기도를 드린 적이 없다. 언제나 나 자신은 구원을 받아야 하는 선택된 인간이고, 또한 완벽한 사람인양, “성가정 이루게 도와주시고, 저의 아이 미카엘이 감기에 걸려 몹시 아파하고 있나이다. 그 아이의 병을 낫게 하시어, 항상 건강한 모습으로 지내며 주님의 존재하심을 느끼게 해주소서.”라든가, 아니면 “길거리에서 특히 아이들 옆에서 아무 거리낌 없이 담배를 피우는 이들이 자신의 이기심으로 아이들의 건강과 환경미화에 끼치는 악영향을 깨닫게 하시고, 다시는 그런 행동을 하지 않도록 이끌어 주소서.” 등등, 언제나 나와 내 주변 사람을 위해서 그리고 잘못된 것은 모두 주위 탓만 하면서 기도의 시간과 내용을 할애해 왔다.
개신교 목회자인 조지 뮬러(George Muller)는 그의 저서 《조지 뮬러의 기도》에 응답받는 강력한 기도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첫째, 예수님을 의지하라.
둘째, 죄를 멀리하라.
셋째, 믿음을 실천하라.
넷째, 그분의 뜻에 따라서 간구하라.
다섯째, 인내하며 기도하라.(《조지 뮬러의 기도》, pp.143-147)
그리고 기도의 사람을 만드는 기도 수칙도 함께 제시하고 있다.
1. 끈기 있게 기도하라.
2. 기도로 불안을 이겨라.
3. 기도로 하느님(필자 주-원저에는 하나님)과 교제하라.
4. 말씀을 따라서 기도하라.
5. 은밀하게 기도하라.
6. 먼저 기도하라.
7. 기도의 내용을 기록하라.(《조지 뮬러의 기도》, pp.179-186)
참고할 만한 내용이라고 생각한다.
분명 나의 가장 깊은 내면으로부터 하느님이 계신 곳으로 가서 그 곳에서 하느님과 만나 하느님과 함께 나누는 영적인 대화인 기도는 중요하다. 하지만 내가 받은 주님의 사랑을 도움을 필요로 하는 이에게 내가 먼저 손을 내밀어 붙잡아 주는 사랑의 나눔을 실천한다면 錦上添花라 생각한다. 이런 생각을 하자니, 영명축일로부터 4일후인 나의 생일, 그리고 그 생일로부터 4일후인 오늘까지 모두 합쳐 8일이 지난 오늘, 중국에서는 숫자‘8(/ba/)’을 한자‘發(/fa/, 발전하다)’의 발음과 비슷하다는 연유로 좋게 여기는 것처럼, 오늘부터 나의 생활이 더욱 하느님의 은총으로 충만할 것 같은 예감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