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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하는 삶

어느 노사제의 기억

작성자  |에파타 작성일  |2010.01.09 조회수  |1238

      
                   이글은 ,<기쁨과 희망 사목 연구소> 소식지에 계제된 원주교구 부론성당 안승길.로베르또 주임신부님의 글 입니다.


 작년 11월 서울광장, 갑작스레 몰아닥친 한파와 맞서며, 삼엄한 경찰이 둘러싸인 가운데 희생자들을 위한 위령미사가 봉헌됐다. 우여곡절 끝에 미사가 끝나고 11시가 넘어서 각 본당으로 돌아가는 전국의 사제들(약150명 정도)의 뒷모습을 보면서 사제들이 지녀야할 삶의 현주소에 대한 상념이 떠올랐다. 그날 나는 삼척, 고한, 제천에서 올라온 8명의 젊은 사제들과 함께 본당으로 돌아오는 승합차 안에서 현주소의 의미를 묵상하였다. 멀리 마산교구에서 참석했던 8명의 후배 사제들에게 5시간 걸리는 야간운전 조심하라는 인사를 나누었던 풍경도 인상에 남는다.

   39년 전 필자가 서품을 받기 전 피정지도를 하시던 故 지학순 주교님의 가르침이 평생 뇌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사제생활 본연의 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기도생활, 성사집전을 성실히 해야 한다. 그리고 이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있다. 그것은 다양한 사회 현상들 중에 자신의 현주소를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그 사제생활의 깊이가 좌우된다. 일시적인 즐거움으로 현장을 찾다 보면 사제생활은 깊이가 없어지며 그릇된 길로 가기 십상이다. 하지만 아픔과 고통을 받는 현장에 관심을 갖고 드나들다보면 -그것은 쉽지 않은 일이지만- 사제직의 참된 정체성을 느끼게 되고, 은총을 체감하게 된다. 정의와 사랑이 파괴된 현장을 외면하지 마라! 사제직은 구체적인 투신의 삶이어야한다. 이웃의 아픔을 외면하는 사제는 이미 정체성을 잃어버린 것이다." 지 주교님의 이 말씀은 나의 사제생활 내내 깊게 침전되어 흔들리는 삶의 방향을 이끌어주곤 하였다.

 "가난하고 보잘 것 없는 사람들이 특별히 사제에게 맡겨져 있다"(사제직무교령 6항). 그리고 "자유와 책임을 지닌 인간이 아니라 이윤추구의 단순한 도구로" 굴욕적인 노동조건 속에서 살아가는 노동자들이 존재한다는 것은 "창조주 하느님께 대한 극도의 모욕이다"(사목헌장 27항).

   제 2차 바티칸공의회의 이러한 통찰은 지난 해 한국사회의 ‘평택과 용산’이라는 현장에 왜 사제들이 있어야 했는지 알려주고 있다. 용산은 기득권 세력들의 모략이 횡포로 드러난 현장이고, 급기야 우리의 이웃이 무고하게 죽어간 곳이다. 또 평택은 힘없는 노동자들이 자신들이 도구가 아닌 책임있는 노동의 주체임을 선포하다 무차별 진압에 치를 떨던 곳이다. 그곳은 우리 시대의 골고타 언덕이었다.

   “용산참사 현장에 가는 이는 제도교회를 떠나라!” 라고 했다는 한 고위 성직자의 소리도 있었고, 사제들이 성당이 아닌 참사 현장에서 미사를 드린다는 비난의 소리도 들렸지만 괘념치 않았다. 왜냐하면 힘없는 자들의 현장은 언제나 복음의 길을 깨우쳐 주며 사제직의 정체성을 강하게 확인하는 장소였기 때문이다.

   이 글을 마무리 하는 도중, <용산참사 345일만에 극적 타결>이라는 속보를 접했다. 만감이 교차한다. ‘타결’이라는 단어 안에는 무수한 말과 감정이 숨겨져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선 해를 넘기지 않고 냉동고에 갇힌 다섯 구의 시신이 이제 하늘나라로 올라가 편히 쉬게 되었다. 다행이다.

   그동안 용산은 공의회 정신을 실천하는 사제직의 현장이고 동시에 시대의 불의와 아픔을 느끼게 하는 교육현장이기도 하였다. 연 인원 수천 명의 전국 사제들이 이곳을 찾았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매일 저녁 7시 용산 남일당 골목에서 촛불을 켜고 주님의 성체를 드높이 올리던 사제들의 두 손을 기억하며 모두에게 주님의 축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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