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감사했습니다.
작성자 |길을 걷다
작성일 |2009.12.30
조회수 |1468
고3 시절이었습니다.
성심학교 분위기와는 전혀 다르게 뭐든 일등을 해야 직성이 풀리시는 선생님이 담임이셨습니다. 오죽하면 당장 입원을 해야 했던 저를 붙잡고는 '시험이나 보고 입원하라' 하셨겠습니까, 반 평균성적 때문이라 하셨지만 저에게는 모진 말씀이셨지요. 입시를 앞둔 고3으로 입원해야하는 학생의 마음이 어떠하리라는 것은 생각이나 해보셨을까요.. 그만큼 '성과'에 집착을 하셨던 선생님은 매 종례시간마다 칠판에 줄을 쭉 그어 놓으시고는 '인생'이라 부르셨지요. 줄 중간 중간 세로로 선을 그어 '지금은 여기, 1년 후는 여기, 십년 후는 저기..'..그런 식으로 설명하시면서 말입니다. 입시가 코 앞인데 우리들이 하는 공부라는 것이 영 탐탁지 않으셨나 봅니다. 일년 내내 지칠줄도 모르셨던 선생님은 '지금 순간순간이 모여 인생이 된다'는 심오한 말씀을 그렇게도 듣기 싫은 잔소리 같이 하셨던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요사이 그 선생님 생각이 많이 납니다.
순간..
저에게 주어진 순간..
하느님이 저에게 허락하신 순간순간, 그 순간들이 모여 이루어지는 삶, 결국엔 죽음까지..
그렇다면 그 순간들을 어떻게 채워나가야 하는 건지..
저에게 홈페이지는 하느님이 허락하시고 함께 해주신 '순간들'이었고 사랑을 나누어 채워가야 하는 '삶'이었습니다. 황 몬시뇰 말미에 간신히 조당을 풀고 홍신부님 부임하신 후 어찌저찌해서 '함께하는 여정' 의 첫번째 대표봉사자를 맡게 되었습니다. 그 인연으로 당시 홈페이지의 예비신자 코너에 질문이 올라오면 답을 해 버릇 한 것이 이제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지금의 홈페이지로 거듭나기까지, 신자들의 소통을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으셨던 주임신부님과 다른 관리자들께 감사드립니다.
이제, 먼 길을 오래 떠나있게 되어 관리자로서의 소임을 더 이상 계속할 수 없어서 이렇게 인사드리게 되었습니다.
건강하시고 행복하십시오. 떠나있는 동안 저도 행복하겠습니다.
흰구름 올림
**ps**
선물을 하나 준비했습니다.
안재욱의 '친구'..
오늘 오랜만에 만난 여고 동창이 들으며 울었다는 친구..
꼭 찾아서 들어보라 했던 노래입니다.
“안재욱 - 친구 -
괜스레 힘든 날 덧없이 전화해 말없이 울어도 오래 들어주던 너 /늘 곁에 있으니 모르고 지냈어 고맙고 미안한 마음들... //사랑이 날 떠날때 내 어깰 두드리며 보낼줄 알아야 시작도 안다고 /얘기하지 않아도 가끔 서운케 해도 못 믿을 이세상 너와난 믿잖니 //
겁없이 달래고 철없이 좋았던 그 시절 그래도 함께여서 좋았어 /시간은 흐르고 모든 게 변해도 그대로 있어준 친구여.. //세상에 꺽일때면 술 한잔 기울이며 이제 곧 우리의 날들이 온다고 /너와 마주 앉아서 두 손을 맞잡으면 /두려운 세상도 내 발아래 있잖니 //
세상에 꺽일때면 술 한잔 기울이며 이제 곧 우리의 날들이 온다고 /너와 마주 앉아서 두 손을 맞잡으면 /두려운 세상도 내 발아래 있잖니 //
눈빛만 보아도 널 알아 어느 곳에 있어도 다른 삶을 살아도 /언제나 나에게 위로가 되 준 너 /늘 푸른 나무처럼 항상 변하지 않을 널 얻은 이세상 /그걸로 충분해 내 삶이 하나듯 친구도 하나야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