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과 바람직한 관계를 이루기 위한 출발은 솔직한 자아의 개방과 긍정적 수용 경험이다. 조셉 러프트와 해리 잉엄은 ‘조하리의 창(窓)’(Johari's Window)이라는 모형으로 개인의 잠재된 심리영역이 타인과 상호작용하는 모습을 설명한다.
‘조하리의 창’의 첫 번째 영역은 나 자신도 알고 타인도 알고 있는‘공통영역’으로 표현된다. 만약 동네에서 서로 가깝게 지내는 이웃이 있다면, 그의 가족사항, 나이, 옷 입는 취향 등에 대해 서로 알고 있는 공통영역의 부분이 넓어 친밀한 관계가 쉽게 형성될 수 있다.
두 번째 영역은 자신은 모르고 있는데 남은 잘 알고 있는‘맹점영역’이다. 가령, 어떤 사람이 타인을 대할 때 자신만의 독특한 특성으로 인해 상대방에게 불쾌감을 주지만, 정작 그 자신은 모르는 경우가 있다. 이렇게 자신이 잘 알지 못하는 언어 습관이나 행동의 습관들을 맹점이라 할 수 있다.
세 번째 영역은 나 자신은 알고 있는데 상대방은 모르고 있는, 나만이 가지고 있는‘사적영역’이다. 이것은 비밀이나 치부가 드러나 행동의 제약이나 사회적인 책임을 지게 되므로 노출을 꺼리는 부분이다. 그러나 자신의 비밀을 솔직하게 노출시킨 후 그것이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받아들여지면 그와의 신뢰감이나 자신의 존재 가치에 대한 자신감은 상당히 높아진다.
네 번째 영역은 남도 나도 잘 알지 못하는 ‘미지영역’이다. 인간에게는 자신에게 내재되어 있으나 알 수 없는 미지의 영역이 존재한다. 이 부분은 자신도 모르게 자신 안에 있는 무의식 영역이다. 이 영역은 긍정적 자극에 의해 긍정적으로 촉발되는 특징이 있다. 우리는 때때로 어려운 환경의 사람이 남에게 봉사하며 더 큰 즐거움을 느낀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이것은 불행을 느낄 만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타인을 돕는 사회적 관계의 힘이 미지영역을 긍정적인 힘으로 전환시킨 예에 해당한다.
상대방의 이야기도 듣지 않고 자신을 내 보이지도 않는 아성을 쌓으면 자신의 결점이나 무능을 감추는 데 급급하게 되어 삶의 귀중한 에너지와 시간을 낭비하게 된다. ‘자아의 모습’을 타인에게 노출했을 때 그 모습 그대로 수용되는 경험이 많을수록 공통영역은 넓어지고 타인과 긍정적 관계를 맺을 확률도 높아진다. 타인과 신뢰가 형성되면 주위 사람들의 조언도 좀 더 긍정적으로 수용된다. 이는 인간의 성장을 의미하며 동시에 움츠렸던 자아가 ‘자유’를 얻게 되는 과정이다. 감추고 싶었던 부분이 타인에게 긍정적으로 이해되는 경험, 그것은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자신을 성장시키고 자유를 얻는 첫걸음이다.
- 송관재 외, 「인간 심리의 이해」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