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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기심에 대하여...

작성자  |지혜의 샘 작성일  |2009.12.11 조회수  |1720

  초서(G. Chaucer)는 일곱 가지 대죄 가운데서도 가장 나쁜 것이 시기심이라고 했다. 그것은 어떤 한 가지 덕목에 반대되는 것이 아니라 모든 덕목과 모든 좋은 것에 반대되기 때문이다. 그것은 타인의 불행을 보며 즐거움을 느끼는 악마와 같고,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치며 느끼는 기쁨인 것이다. 다시 말해서 긍정적 목적을 전혀 내포하지 않는 것이 시기심의 특징이다.  

  시기심은 자신과 직접적인 경쟁 상대이거나 자신에게 직접적인 열등감을 야기한 대상에 대해 품게 되는 감정이다. 그러나 인간은 상대가 자기에게 해를 끼치지 않더라도 그가 훌륭한 면을 가지고 있거나 잘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상대를 미워하고 그가 잘못되기를 바라기도 한다. 모든 좋은 것에 대해 적대감을 품는 것이다. 그러므로 시기심 없는 마음조차 시기하고 자신에게 호의를 베푸는 대상에게도 적대감을 느낀다. 이런 감정은 때로는 상대에게 피해를 줄 정도로 강렬하게 표출되는데, 이러한 시기심을‘적대적 시기심’이라고 한다.

 ‘적대적 시기심’은 자기보다 못난 사람을 시기하는 이른바,‘간격 시기심’에서도 나타난다. 뛰어난 재능과 부와 권력을 갖고 모든 면에서 남부럽지 않은 사람도, 자기보다 못한 사람이 성공해서 자신을 따라오는 것을 경계하고 시기할 수 있다. 그 사람이 점점 더 훌륭하게 성장하고 발전하는 것을 싫어하는 것이다. 이런 감정은 결국 ‘모두 없어져 버려라!’ 같은 소름 끼치는 파괴의 형태로 나타나 그 절정을 이룬다. 모든 훌륭함과 탁월함에 오직 적대적이며 그것을 파괴하는 것만이 목적인 것이다. 우리가 피해야 하고 자제해야 하는 것은 이런 시기심의 발현이다.  

  맨더빌(Bernard de Mandevile)은『꿀벌의 우화』에서“한 번도 남을 시기하지 않을 만큼 정신적으로 성숙한 사람이 있다고 나는 믿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지금까지 자신도 그런 적이 있다고 솔직하게 시인하는 사람을 한 명도 만나지 못했다.”라고 말한다. 여기서 흥미로운 것은 뒤의 문장이다. 다른 어떤 악덕의 경우와 달리, 사람들은 시기심을 품었던 적이 있다는 것조차 시인하지 않으려 한다는 것이다. 인간의 자존심이 시기심을 인정하지 않으려 하기 때문이다. 시기심을 인정하면 자신이 못났다는 것, 또는 자기보다 잘난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누구에게든 시기의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그래야만 좀 더 평화롭고 안전한 삶을 살 수 있다. 물론, 시기의 마음을 품었다고 반드시 행동으로 옮기는 것은 아니다. 칸트는 행동으로까지 옮기는 시기심을 ‘실질적인 시기심’이라고 했고, 그 밖의 시기심을 단지‘비우호적인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비우호적 시기심의 가능성을 인정해야만 시기심이 실질적인 행동으로 옮겨져 파괴적인 힘을 갖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이에 배로스(K. Barrows)의 말 또한 귀담아들을 만하다. “우리가 자신의 시기심을 인정하고 올바로 대처할 수 있다면, 바로 이 모든 훌륭함을 다시 누리고 즐길 수 있게 될 것이다.”적대적 시기심은 타인의 파멸을 가져오기도 하지만 어떤 방식으로든 자신을 망가뜨린다. 시기심의 나쁜 결과는 자기 자신에게도 돌아오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자연의 은유적 가르침’은 소중하다. 꽃들은 시샘도 잘한다. ‘어서 나도 아름답게 피어야지’ 하고 서두르다가 때를 앞질러 피어나 손해를 좀 보는 일은 있어도, 남을 괜히 흘겨보거나 음모를 꾸미는 일은 없다. 그저 자신의 개화에 열중할 뿐이다. 꽃들이 시샘해서 하는 일이라고는 자신을 키우는 일 뿐이고, 자신의 능력을 보여 주는 것뿐이다. 꽃들은 자기 성숙으로 경쟁한다.

                        - 김용석, 「두 글자의 철학」중에서


  • 흰구름

    불가에서 말하는 인간의 다섯가지 욕심(五慾) 중에 시기심이 포함되던가요? 아니라면 오욕의 발원이 시기심이라 하고 싶습니다.

    2009-12-12 16:00:52 삭제
  • 지혜의 샘

    불교에서는 인간을 괴롭히는 욕망과 번뇌를
    五慾(오욕) - 수면욕(睡眠慾), 식욕(食慾), 색욕(色慾), 명예욕(名譽慾), 재물욕(財物慾) - 과 七情(칠정) - 희(喜)/기쁨, 노(怒)/노여움과 화냄, 애(哀)/슬픔, 락(樂)/즐거움, 오(惡)/미움, 욕(欲)/욕망(두려움), 애(愛)/사랑 - 이라 한답니다.
    저는 어느 정도의 시샘은 자녀 교육에 일정 부분 긍정적 효과가 있다고 믿어 왔기에 가끔씩 아이들을 부추기기(?)도 해왔었는데 우연히 이 글을 접하고 보니 제 자신이 많이 부끄러워지는 걸 느낍니다.

    2009-12-14 09:00:49 삭제
  • 지혜의 샘

    건축과 조각 그리고 발명에서 그리스 신화 최고의 장인이었던 다이달로스는 자신의 조카 탈로스를 제자로 키웠다고 해요. 탈로스는 명민함과 뛰어난 손재주를 가지고 삼촌의 가르침을 잘 따랐지만 다이달로스는 이런 탈로스를 시기하기 시작했고 마침내 탈로스가 뱀의 턱뼈에서 영감을 얻어 톱을 발명하자 아크로폴리스 꼭대기에서 조카를 떨어뜨려 죽이기까지 했다고 합니다. ^^

    2009-12-14 09:00:06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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