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성당 남성 백여명이 지난 주말 청명한 가을 하늘을 바라 보며... 버스 두대와 봉고에 나누어 타고 독립기념관 옆에 위치한 국립청소년수련원에 2박3일 피정을 다녀 왔습니다.
원래 이번 피정의 주제는 "왕(王)의 여정 그 완성을 위해..."이었다고 합니다. 이번에 피정에 참여한 형제중 30대도 2명 있었고 40대도 몇명 있었으나 대부분은 50대, 60대, 그리고 70대인 형제님도 10명 정도 계셨습니다. 모두들 남성위주의 삶을 오랫동안 살아온 우리들이었습니다. 그러나 나이가 들며 가사일도 돕고.. 나아가 여성의 입장에 서서 가사일이 얼마나 힘들었나 생각해 보는 기회를 가졌지요.
이날 말씀을 통해 신부님께서 우리 모두는 남성상, 여성상, 나이 어린 천진한 마음, 그리고 나이 지긋해지며 무르익는 현명함.. 남녀노소의 성품 모두를 가지고 태어났다고 하십니다. 비록 남자로 태어나 근엄한 가장으로 평생을 살아왔어도 저 마음 한편에는 섬세한 여성의 성품, 순진무구한 어린이의 모습을 모두 가지고 있다는 것이지요. 신부님은 이제라도 늦지 않으니 주님께서 주신 그 성품 모두를 느끼며.. 때론 자연스럽게 끌리는 대로 따라가며 살라하십니다... 왕의 여정의 완성을 위해...
저도 이날 바느질을 해서 단추 달고 작은 주머니를 만들며 참 재미있다... 하는 것을 느꼈습니다. 불과 몇 주 전에도 이번에 새로 산 양복의 뒷주머니 단추가 곧 떨어질 것 같이 달랑거려서 집사람에게 달라고 하려다.. 그냥 세탁소에 맡기며 부탁했던 저인데... 하지만 남성도 갱년기가 있다는 데.. 그것 때문인가? 좌우간 약간은 혼란스럽웠습니다. ㅎㅎ 그러나 모두들 바느질 솜씨를 뽐내며 아주 열심히 작품을 만들어 내었지요...
그렇게 모두 재미있게 주머니도 만들고... 그 전날 저녁에는 회뜨는 강습도 듣고.. 매운탕 끓이고.. 쌀 씻어 밥하고...조별로 회뜨기 콘테스트가 있었습니다.
우리 조는 다들 연세 드신 분이라 이거 죽었구나.. 밥도 못 먹겠구나 했지요.. 왜냐면 제가 할 줄 아는 것이 하나도 없거든요.. 그런데 연세 지긋하신 오유방 형제님이 밥을 책임진다고 하셔서 기가 막히게 잘 되었고... 매운탕은 간을 못 맞추어 약간 고생하다 내가 애라 모르겟다.. 다데기 확 집어 넣고 짭짤하게 해서 잘 먹었지요.. 그 산속 잔디밭에서 둘러앉아 회와 매운탕에 마시는 소주 한잔의 맛... 모두들 얼굴이 동안으로 돌아가고 있었습니다.
그 날 늦은 밤, 장작을 쌓아 만든 캠프화이어에 둘러서서 지나간 옛노래를 부르며 별이 쏟아지는 마지막 밤을 보냈습니다. 칠순 넘은 분들이 언제 또 캠프화이어를 하겠습니까?
이렇게 다들 왕 아닌 왕으로 살아온 우리들 모두.. 밥, 매운탕 등 음식도 하고 바느질도 하며 우리에게 숨겨진 여성상을 느끼며 또 어린 시절도 생각하며 돌아 왔습니다.
피정 준비에 많은 고생하신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일회용 찌개그릇은 홀몬이 나와 몸에 해롭다며 저희
신자를 위해 100개 넘는 국그릇과 수저까지 챙겨 들고 내려오신 필레몬 원장수녀님.. 간식과 모든 음식재료 준비 해주신 전임 교육분과장님과 에삐까르타 자매님과 세 자매님.. 바느질 강의해 준 현 교육분과장님 자매님.. 그 정성과 사랑에 감사드립니다.
피정 프로그램 아이디어를 주신 신부님, 행사준비로 수고하신 사목위원님들.. 그리고 항상 행사때마다 신자들과 본당의 부담을 줄여주고 격려한는 차원에서 금전적 빨랑카를 보내 주시는 몇 분의 신자분께도 깊은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또한 지방에 갈 때마다 봉고차를 몰며 버스도 못 타고 항상 혼자 긴 시간 운전하며 묵묵히 봉사해 주시는 이광호 루까 형제님에게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그리고 보니 곧 루까 형제님 축일이네요.. 미리 축하드립니다.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