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당 모임에는 참으로 여러 종류의 모임이 있다.
가장 근간이 되는 미사, 구역모임부터 각종 기도 또는 활동 모임, 교육, 피정, 사목회, 그 외 이런 저런 친목모임에 이르기까지 신자들이 모이는 모임은 참 다양하다. 우리 본당만의 월요일 해장국 모임도 얼마나 구수하고 친근감 넘치는 모임인가!
이런 모임엔 한결같이 신심 깊고 사려깊으면서도 친절한 분들이 앞장 서 이끌어주고 있어 신앙 생활에 좋은 본보기가 되고 많은 자극과 도움을 많이 받게 되는 것이 사실이다. 남녀노소, 신분고하, 빈부차이, 어떤 차별이나 편견도 없이 서로를 받아들이면서 친교를 나누고, 스스로 자신을 비우는 겸손한 모습으로 누구든지 똑같이 대하며 살아가는 형제, 자매들로 이루어진 가톨릭 교회의 모습은 타 종교가 부러워하며 쉽게 따라올 수 없는 면이기도 하다. 신앙의 깊이가 느껴지는 분들이 여러 모임에서 겸손되이 솔선수범으로 믿음과 행함이 일치하는 모습을 보여줄 때 우리 마음 깊은 곳으로부터 그분들에 대한 존경심이 저절로 우러나오는 것이다. 그런 분들을 만날 수 있는 여러 모임을 정말 사랑한다.
그런데 간혹 이런 저런 모임에서 형제들을 부를 때 ‘XXX교수님,’ ‘OOO변호사님,’ ‘***판사님,’ ‘XXX 총장님’ 하며 부르거나, 또는 서로 처음 만난 형제들을 소개하면서, “이 분은 우리 성당에서 아주 높은 분입니다.” 하며 소개하거나, 또는 “어느 본당 총회장 출신이세요.” 하며 은근히 남과 다른 분이라는 것을 강조하며 소개하는 경우를 볼 때, ‘이것은 아닌데....’ 하는 생각이 들곤 한다. 또 형제의 지위에 따라 부인되는 분께 ‘사모님'하고 불렀다가 어느 분께는 그냥 ‘자매님’ 하며 부르게 되면 이것이 과연 가톨릭 정신에 잘 부합되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 것이다. 존경을 받는 지위나 출신을 자랑하는 사람일수록 겸손한 모습이면 더욱 좋겠고, 그와 다른 입장의 형제들은 공연히 가톨릭 정신과는 무관하게 위축되거나 심할 경우 자존심 상하지 않았으면 하는 순간이 없지 않을 것이다.
형제들 중 평범한 직업 또는 자그마한 가게를 간신히 운영하고 있는 사람도 있을 수 있고, 회사원 중에는 ‘전무’, ‘‘감사’ ‘이사’, 등 여러 지위가 있을 수 있다. 또는 경제 위기로 ‘구조 조정’ 또는 명퇴‘를 할 수 밖에 없어 실직 중에 있거나 기타 여려 다른 사정으로 힘들어 하는 형제도 있을 수 있을 것이다. 구성원이 다양한 성당 모임에서 누구에게나 차별 없이 그저 ’아무개 형제님’ ‘아무게 자매님’ 하고 부르며 소개하는 것이 자연스럽고 가톨릭 정신에도 맞지 않을까?!
‘모두가 하느님 앞의 한 형제’ 라는 것을 믿고 실천하는 마음으로, 호칭부터 서로를 형제, 자매라는 친근한 말로 차별 없이 부르고 진정 ‘하느님 앞의 같은 자녀’로서 받아들이고 따뜻하게 대하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이렇게 서로에 대한 호칭부터 보편된 가톨릭 정신이 살아있을 때, 그런 모임에 참가하면서 누구나 가톨릭 신앙 정신을 더욱 가까이 피부로 느끼고, 차별 없이 친교하는 형제, 자매들로부터 더욱 큰 위로와 용기를 얻을 수 있고, 또 더욱 깊이 있는 신앙인이 되기 위한 분발심도 느낄 수 있으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