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천 줄기 바람
내 무덤 앞에 서지 마세요
풀도 깎지 마세요
나는 그곳에 없습니다
나는 그곳에서 자고 있지 않아요
나는 불어대는 천 개의 바람입니다
나는 흰 눈 위 반짝이는 광채입니다
나는 곡식을 여물게 하는 햇빛입니다
나는 당신의 고요한 아침에 내리는 가을비입니다
나는 새들의 날개 받쳐주는 하늘 자락입니다
나는 무덤 위에 내리는 부드러운 별빛입니다
내 무덤 앞에 서지도 울지도 마세요
나는 그곳에 없답니다
- 인디언 전래 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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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언들 사이에 전래되어 오다가 미국 9.11 참사 추도식에서 낭송되어 세계를 울린 시라고 몇 일전 일간신문에 소개된 적이 있다. 약간은 애상적이지만 대자연과 자신을 하나의 같은 존재로 생각하며 살아온 인디언의 모습을 떠오르게 하는 시이다. 옛날 인디언들은 대가족제를 이루며 할아버지, 아들, 며느리, 손자, 손녀들 이렇게 같이 살다가, 할아버지가 늙어서 이제 곧 자기가 죽을 때가 되었다고 느끼면, 가족들 모르게 거적같이 잠시 덮을 것 하나들고 높은 산에 올라갔다고 한다. 죽기 직전이니 무슨 힘이 있겠는가... 그러나 기력을 다해 오를 수 있을 때까지 오르다, 그곳에서 홀로 지내다가 죽었다고 한다. 아들은 어느 날 우연히 아버지가 산을 향해 마을을 떠나는 것을 보아도 모른 척 해 드려야 했고, 몇 일후 저 높은 산에 독수리 떼가 떠서 돌면 자신의 아버지가 돌아가신 것으로 알고 나중에 찾아가 작은 무덤을 만들어 드렸다고 한다. 흙에서 왔으니 그곳으로 가야 하는 것이 인생이라 생각하던 인디언과 어느 날 테러로 뉴욕 맨하탄에서 무너진 빌딩 잔해 속에 불행히 삶을 마감한 수많은 사람들의 모습이 교차되어 떠오른다. 그 옛날의 삶이 더 행복한 삶이라 느껴지기도 한다.
인디언들은 자신들이 죽은 후 광활한 우주로 돌아가 영원히 자유로이 살아갈 것이라 믿었다. 위 시에서도 죽음에 대한 불안보다는... 그래 당신도 이렇게 바람으로 가을비로, 그리고 별빛으로 다시 만날 것이니 너무 슬퍼하지 말라며 도리어 가족과 친구들을 위로하는 것 같다. 죽음에 대한 초월, 해탈이란 표현이 옳은지 모르겠으나 대자연에서 다시 만날 것을 믿는 것 같다.
우리는 죽음과 싸워 이기신 예수 그리스도와 같이 우리 모두 부활하여 주님의 곁으로 다시 모일 그 날을 기다리며 산다... 그 곳에도 가을비가 있고 부드러운 별빛도 있으면 좋겠다.. 하면서.....
늦여름 비 끝에 바람이 선선해진다. 문득 바람에 볼을 애이던 지난겨울 김수환 추기경님 영결미사에서 들었던 성서 말씀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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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제 심오한 진리 하나를 말씀 드리겠습니다.
우리는 죽지 않고 모두 변화할 것입니다.
마지막 나팔 소리가 울릴 때에 순식간에 눈 깜빡할 사이도 없이
죽은 이들은 불멸의 몸으로 살아나고 우리는 모두 변화할 것입니다.
이 썩을 몸은 불멸의 옷을 입어야 하고 이 죽을 몸은 불사의 옷을 입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 썩을 몸이 불멸의 옷을 입고 이 죽을 몸이 불사의 옷을 입게 될 때에는,
"승리가 죽음을 삼켜버렸다.
죽음아, 네 승리는 어디 갔느냐? 죽음아, 네 독침은 어디 있느냐?"
한 성서 말씀이 이루어질 것입니다.
죽음의 독침은 죄요, 죄의 힘은 율법입니다.
그러나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우리에게 승리를 주신 하느님께 감사합시다.
그러므로 사랑하는 형제 여러분,
굳건히 서서 흔들리지 말고 언제든지 주님의 일을 열심히 하십시오.
주님을 위해서 하는 노력은 결코 헛되지 않다는 것을 명심하십시오.
( 고린토 1서 15장 47- 15:5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