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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마음

작성자  |nittany 작성일  |2009.06.27 조회수  |1576

 


당신의 마음


                                       / 방주연


 

바닷가 모래밭에 손가락으로

그림을 그립니다, 당신을 그립니다

코와 입 그리고 눈과 귀

턱 밑에 점 하나

입가에 미소까지 그렸지만은

아 아 아,,,,  

마지막 한 가지 못 그린 것은

지금도 알 수 없는 당신의 마음


.............

 

코와 입 그리고 눈과 귀

턱 밑에 점 하나

입가에 미소까지 그렸지만은

아 아 아,,,,  

마지막 한 가지 못 그린 것은

지금도 알 수 없는 당신의 마음



---------------------------------------------------------------

세월은 참으로 빨리 흐르는 것 같다.   

한강 가에 살아서 그런 가?

요즘 옛날 타령을 부쩍 더 하는 것이, 어째 좋은 징조가 아닌 것 같기도 하고...     


벌써 20년을 훌쩍 넘게 지나가 버린 시절이다.

그 때 신부님은 사십대 후반 아니면 오십 초반 쯤 이셨던 것 같다.

미남에 중후하시고, 좀처럼 드러내시진 않지만

넉넉한 마음으로 우리 모두를 안아 주실 것 같은 분이었다. 


늦은 나이에 멀리 타국에 와서 공부하는 학생들이 한국 신부님을 모시고 미사를 드리고 싶어 하는

그 간절한 소망에 이끌려 다섯 시간 넘는 길을 운전하여 오시던 분이었다.


신부님, 수녀님 오시는 날은 우리 모두에게 기쁘고 기쁜 날이다.  

한 주 내내 온 신경을 곤두세우며 듣던 대학원 수업을 마친 금요일 늦은 오후...

모두들 성당에 모여 미사를 드린다.


여름의 깊은 계곡 넘어.... 저녁 해가 Nittany산 위로 질 무렵,

Spring Creek 공원의 개울가 잔디밭에 애들이 뛰놀고,

자매들은 각자 준비해온 음식을 가지런히 펼쳐 저녁상을 차린다. 


아침에 아이들 잠자는 모습을 보며 학교로 나갔다... 수업 후 집에 와 잠시 저녁 먹고 다시 학교로 가서

새벽 한시에나 돌아오는 일과를 쳇바퀴처럼 돌던 시절...

잔디 위를 펄펄 뛰어 다니는 아이가 얼듯 보아 자기 아이인지 옆집의 아이인지 분간 못하던...

그렇게 정신없이 살던 시절이었다. 그 때, 애들은 어떻게 저렇듯 빨리 자라는 가 싶었다.   


저녁을 마칠 무렵, 어느새 다가온 어둠에 쫓겨 모두들 우리 집으로 몰려오면 작은 술상을 다시 차린다.

좁은 학교 아파트 방에서 자매들은 애들 재우며 이야기 꽃 피우고,

신부님, 수녀님 모시고 모두들 거실에 끼어 앉아 돌아가며 노래를 부른다.


신부님을 집에 모시는 날은 평생 안하던 걸레질하며 방과 거실, 화장실 바닥을 구석구석

닦는다. 안방 침대에 신부님을 위해 준비한 침대시트와 신부님 베개를 꺼내 주무실 자리를 준비한다.


새벽 한시가 넘으면 우리의 간절한 청에 신부님이 노래를 두세 곡 불러 주신다. 

  

“바닷가 모래밭에 손가락으로

 그림을 그립니다.... 당신을 그립니다....

 코와 입 그리고 눈과 귀... 턱 밑에 점하나... 입가에 미소까지.. “

 

아니, 저 노래는 내가 대학교 다닐 때 부르던 노래인데... 어찌 우리 신부님이 부르시다니...


해바라기의 노래였던가? 어느 노래의 가사처럼,
사랑하던 사람도 많았고, 나를 사랑해 주던 사람도 많았던 대학시절....

폼 잡으며 클래식 다방만 다니다 사랑의 달고 쌉싸래한 맛을 처음 알기 시작했을 무렵 

‘당신의 마음’이란 노래가 내 마음에 들어왔다. 

 

혹시... 신부님도 그 옛날 잊지 못할 애틋한 첫사랑이?

모두들 눈빛이 반짝인다.

그러나 신부님의 당신은... 역시 그분이셨다.


..................


지난 시절 중후한 음성으로 노래를 너무도 잘 부르시던 신부님이 이제 칠순이 넘으셔서 

오십대에 접어든 우리들과 얼마 전 신부님 아파트 근처 식당에서 만났다. 

다들 공부를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와, 십년 전쯤 신부님께서 한강성당에 계실 때

한두 번 모이고는 다들 무엇이 그리 바쁘게 살았는지 서로 연락이 끊겼다.


그 날 저녁, 다들 모인 가운데 옛날 미국 이야기 하시며 너무도 즐거워하시던 신부님 모습을 보며,

가끔, 신부님께서 “ 옛날 그 친구들 잘 있나? ” 하고 물어 오실 때,

신부님의 그 뜻을 알면서도 그동안 대답도 않고 그냥 넘어간 것이 너무 죄송했다. 

사실 옛날에 내가 한두 번 전화해 다 같이 만나자고 연락해도 반응이 없자...

나도 은근히 화가 나서 연락을 끊고 살았다.

그러다 지난 성삼일을 보내며, 웃기는 자존심 같은 것 다 버리고 거의 십년 만에 연락을 했다.   

이제 신부님 모시고 서로 만날 날이 얼마나 남았다고...

왜 이리 살아 왔나... 다시 나의 좁은 마음을 탓하며 뉘우쳐 본다.                        

 








 

  • 흰구름

    퇴원하시기 전날, 출발천사님의 얼굴은 정말 천사처럼 빛나셨더랬습니다.
    형형하신 눈빛도 잊을 수가 없구요. 사랑합니다.

    2009-06-28 20:00:54 삭제
  • nittany

    그동안 츨발천사님이 착하게 사셔서 많은 신자분들이 같이 마음 아파 하셨고... 모두들 기도 드려서... 이렇게 마음을 같이 나눌수 있게 된것 같습니다.... 긴 인생의 여정을 보내다 보면 누구에게나 어김없이 찾아오는 아픔과 고통도 은총입니다. 천사님이 지금 그렇게 받아들이고 계신 것 처럼......

    2009-06-29 04:00:39 삭제
  • 수평선

    남녀를 막론한 한강의 모든 교우가 그분의 중후함과 미묘한 멋스러움에 쓰러지기 직전이었던 기억, 이 노래를 불러주시던 때가 그립습니다.
    세월의 녹이 말하듯이 영원이란 인간 모습에서만은 존재치 않지만, 그분께만은 영원히 간직 되었으면 하는 바람과 따스함과 정겨운 지금의 모습으로 행복하시고 건강하시면 좋겠습니다.“ 여름의 깊은 계곡 넘어.... 저녁 해가 Nittany산 위로 질 무렵” 아련함이 묻어져 나오는 풍경이네요. 그래서 Nittany 가 탄생되었고... 한강 홈피의 즐거움과 추억을 나누어주심에 언제나 감사드릴 뿐입니다. 더위 조심하시고 건강들 하십시오.


    2009-06-29 07:00:56 삭제
  • 출발천사

    어제 저녁 texax 사는 파나마친구 Morma에게 소식을 전했더니, 주님이 Lisa를 얼마나 사랑하시는지 아느냐고 자기도 저를 많이 사랑한다고 꼭 올해 안에 절 보러 온대요. ㅠㅠ
    노르마랑 지낸 3년은 정말 행복했었지요. 김치와 갈비를 좋아했고 제게 영어도 갈켜 줬고, 항상 잊지 않고 h 몬시뇰, H 미카엘, 글라라, 원심이라 부르는분, 줄줄이 안부를 전하라 하는 정많은 아줌마, 말이라도 보러 온다니 눈물겹도록 고맙더라구요... 전 복도 많은가 봅니다. 힘들지만 몇자 적습니다. 고맙습니다. 전 행복합니다.

    2009-06-28 16:00:30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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