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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하는 삶

출발천사 이야기...

작성자  |nittany 작성일  |2009.06.12 조회수  |1405



                              
           출발 천사




언젠가 아늑한 곳에 자리잡고 영원히 살고 싶은 것,
안전한 고향 같은 곳에 머물고 싶은 것은  인간에게 근원적인 동경이다.
마음에 드는 곳에 천막을 치고 계속 머물러 있고 싶은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이 세상에서는 영원히 정주할 수 없다는 것도 알고 있다.
언제나 새로 길을 떠나야 한다. 거듭 새삼 출발해야 한다.
길을 계속 가기 위해 자기가 세워서 편안하게 살림을 차렸던 천막을 거두어야 한다. 


언제까지나 그대로 계속될 수는 없다. 내가 지금 있는 곳에 언제까지나 머물 수는 없다.

우리가 여행 중에 있는 동안은 몇 번이고 되풀이하여 천막을 철거해야 한다.
새로운 땅으로 출발하기 위해서, 모든 출발에는 우선 두려움이 앞선다.


친숙했던 옛것이 철거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철거하는 동안에는 무슨 일이 다가올지 아직 모른다.
그 미지의 것이 내 안에 불안한 느낌을 만들어낸다.


동시에 출발 안에는 어떤 약속이, 간 적도 본 적도 없는 새로운 것에 대한 약속이 감추어져 있다.

새로 출발하지 못하는 사람의 삶은 경직되기 십상이며, 변하지 않는 것은 낡고 질식해 버리게 마련이다.
새로운 삶의 가능성이 우리 안에 들어오고자 하지만, 그러나 낡은 틀이 철거되어야 들어올 수 있는 것이다.


우리는 마음을 끄는 곳에 정주하고 싶어한다.
타볼 산 위에서 제자들은 그리스도 변모의 행복한 체험 가운데 영원히 머물러 있기 위해
기꺼이 초막 셋을 짓겠다 한다. 그러나 예수께서는 동의하시지 않는다.
이미 다음 순간부터 타볼의 광채는 어두운 구름에 의해 사라지고 만다.


그들은 그 체험을 붙들어둘 수 없다.

다시 출발해서 골짜기를 향해 길을 떠나야 한다. 그곳에서 그들은 산의 광채가 없어진 것을 깨닫는다.
모든 심오한 종교적 체험은 우리가 붙들어둘 수 없는 그 무엇에 우리 자신을 묶어놓고
영원히 정주하려 들도록 유혹한다.


하느님은 당신을 붙들어두게 하시지 않는다.

그분은 본질적으로 출애굽의 하느님, 출발의 하느님, 거듭 새삼 우리에게 출발을 권고하는 하느님이시다.
그분은 모세에게 말씀하셨다 :
"어찌하여 나에게 부르짖기만 하느냐? 이스라엘 백성에게 전진하라고 명령하여라." (출애 14,15)


이스라엘 백성은 출발을 두려워 했다.

분명 이집트에서 자기네 삶이 억압받고 자유롭지 못함을 깨닫고도 타국의 통치에 길들여져  있었다.
적어도 고기냄비는 풍족했다. 그들은 출발을 원하면서도  동시에 출발에 대한 두려움을 떨쳐버리지 못했다.
우리의 이러한 반대 감정의 병존을 수없이 거듭 경고하고 있다.


바로 지금 우리의 삶에 만족을 느끼지 못하지만, 동시에 출발에 대해, 친숙했던 것을 떨쳐버리고
안팎으로 변혁을 감당해야 한다는 데에 불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삶은 우리가 몇 번이고 되풀이하여 길을 떠날 준비를 하고 있을 때만 체험될 수 있다.


그때 우리는 이스라엘 백성들처럼,
근심의 홍해 바다 위에 지팡이를 뻗쳐 들고 출발의 용기를 심어줄 천사가 필요하다.
그럼으로써 우리가 깊은 신뢰심을 가지고 안심하며 우리 삶의 바다를 걸어 통과할 수 있도록.


오늘날 출발천사는  특별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우리 시대의 풍조가 공의회를 통해 먼저 교회 안에 강한 개혁의 분위기가 지배적이던 1960년대처럼  
출발의 분위기가 아닌 까닭이다.


오히려 오늘날 주조를 이루는 분위기는 체념, 자기 연민, 우울, 애상 같은 것들이다.
모든 것이 아주 힘들어질 것 같고 정말 아무것도 해낼 수 없을 것 같다며 한탄하고들 있는 것이다.


오늘날 우리에게야말로 출발 천사가 필요하다.
우리 시대에 희망을 선사하며, 우리를 새로운 물가로 떠나가게 하고, 공동체의 새로운 가능성과 피조물과의
새로운 관계 그리고 정치와 경제 안에 새로운 상상력을 꽃피울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우리로 하여금 출발을 감행하게 할 천사가.


그대 스스로 고정된 관념들과 경직된 표상들을 깨뜨리는 것도 출발에 속하는 일이다.
내면의 봉쇄를 부수고 닫힌 것을 열며 낡은 관습과 기득권을 포기하는 것,
이 모든 것이 우리에게 새로운 생활 방식과 생애의 한 시기를 향해 출발할 가능성을 열어준다.


종종 그대는 어느 길로 갈지 몰라 머뭇거릴 것이다.
그러면 출발천사가 옆에 서서 그대 자신의 길을 가도록 용기를 줄 것이다 :

우리가 언제 어디로 떠나든 천사가 바로 옆에 살고 있다네 - (디킨슨Emily Dickinson)



「올해 만날 50 천사」에서
안셀름 그륀 지음 / 서명옥 옮김 / 분도출판사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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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출발천사님이 아프시다 하여...표현을 둘러서  글을 올렸으나,  흰구름님이 기도의 글을 올리신 김에
  출발천사의 의미를 찾아 소개합니다.  출발천사가 안셀름 신부님의 50천사  중 하나이며,   그 의미가 이렇  게 좋은 것임을 이번에 처음 알았지요...   몇 일전 잘 마치고 씩씩하게 돌아오시겠다고 약속하였듯이...
 주님의 은총으로 부디 쾌유하시어 우리 모두의 출발천사로 빨리 돌아오시길 기도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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