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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과의 나눔 - "천사와 악마" & "자살"

작성자  |사랑해요 작성일  |2009.05.24 조회수  |1385

오늘 고등학생 아들과 "천사와 악마" 영화를 본 다음, 식사를 하며 아래의 대화를 했습니다. 이제 아들이 많이 커서 이런 생각들을 나눌 수 있다는 것이 참으로 기뻤습니다.

아들의 질문이,
"나는 아빠만큼 religious하지 못해서 단순히 엔터테인먼트로만 보았는데, 아빠는 그 영화를 보면서 무슨 생각을 했어?" "응, 무슨 생각을 했다기 보다, 우선 로마의 경관이나 성당의 내부, 그리고 흔히 볼 수없는 바티칸에서의 예식등을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로 생각했어."라고 대답했습니다. 이야기는 하느님 존재의 문제로 넘어 갔습니다. "일전에 성당의 한 내과의사분과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본인이 과학도로서 하느님의 존재를 믿지 않을 수 없다고 하더라. 가까이 우리 인체의 작용만 보더라도 하느님이 계심을 믿지 않을 수가 없지 않겠어?" 식당 옆좌석에서 교회를 다녀온 듯한 사람들이 무척이나 시끄럽게 웃고 떠들고 했습니다. 아들은 못마땅하다는 듯한 말을 하였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다른 사람을 비판하면, 다른 사람들도 우리를 다른 것들로 비판하거든! 그래서 모두 서로 불행해 지는 거야. 하느님 이외에는 아무도 완전할 수 없기 때문에 우리가 부족함을 진짜로 깨닫는다면 다른 사람들을 판단하는 일이 없어질 거야. 판단한다는 것은 결국 내가 그 사람보다 낫다는 말이거든. 판단과 비판이 없어지면 평화가 오는거야." "그렇지만 아빠, 내 나이에 이런 생각들 하는 것 당연한 것은 알지?" "물론 너 나이에 그렇게 분석적이고 비판하게 되는 것이 당연하지. 나이가 들면 이런 말들이 가슴에 와 닿을 때가 있을 거야. 그때 다시 한번 생각해보면돼." 식당에서 돌아오는 길에서는 자살에 대한 이야기로 화제가 바뀌었습니다. "나는 정말로 자살은 안할거야. 그런 사람들 이해가 안가." "맞아, 성당에서는 자살하면, 바로 지옥가게되고 구원 받을 방법이 없다고 가르치지." "그런데, 아빠, 나는 그건 안 믿는다. 자살한다고 왜 꼭 지옥에 가야해? 만일 누군가에 납치되어, 평생 죽지않을 정도로 고문 받든지, 아니면 자살하든지 선택하라면 아빠는 어떻게 할거야?" "물론, 아빠는 자살하지는 않지. 그렇지만 극단적인 예를 떠나 근본적인 문제부터 보자. 생명은 하느님이 우리에게 주신거야. 그래서, 우리가 마음대로 끊을 수가 없는 거지. 너가 말하는 것도 이해가 가. 우리를 만드신 하느님이, 사랑이 넘치는 하느님이, 우리를 구원해주기기를 원하시는 하느님이, 자살했다고 해서 우리를 지옥에 꼭 보내지는 않을 것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하지? 아빠도 그렇게 질문해 본적도 있고 이해할 수도 있어. 하지만 아빠는 교회에서 가르치는대로 믿는다. 왜냐하면, 수많은, 수백만 이상의 사람들이 연구한 끝에, 아빠보다도 더 훌륭하고, 신앙이 깊은 사람들이 체험을 한 뒤, 그리고 내가 믿는 신앙을 전하는 교회가 가르치는 대로를 믿지 않을 수가 없지. 아빠가 그 사람들보다 더 잘 알지도 못하고, 그 사람들이 이미 연구하고 체험한 것을 다시 반복할 필요도 없고, 내가 구원 받는 데에 영향을 미칠 것이 아니면, 그대로 받아 들이는 것이 가장 현명한 길이라고 생각해. 우리가 하느님 앞에서 겸손해지고 낮아지는 것이 구원에 이르는 길이고 그런 이론을 생각한다고 구원 받는데는 달라지는 것이 없거든. 물론 이런 생각을 아빠가 너에게 강요하는 것이 아니고, 모든 사람들이 아빠와 같은 생각을 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나중에 너가 때가 되면 이런 것들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아 말해두는 거야. 시간이 되면, 하느님이 허락해 주실거야."

아들은 이해하는 듯 보였습니다. 이 아이를 키우면서 성가정의 사랑을 피부에 많이 느끼게 해 주지도 못하였고, 또한 아버지 하느님의 사랑을 저절로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좋은 아빠가 아니면서, 많은 상처를 남긴 모자람에 대한 미안함이 늘 많았었는데, 그래도 잘 자라주었고, 좋은 생각들을 하려고 노력하고, 모르는 부분은 이해하려는 그 마음이 너무나도 대견하고, 아들이 자랑스럽고, 주님께 감사한 하루였습니다.

  • nittany

    아버지와 아들 사이의 대화가 너무 아름답습니다. 도란도란 두 사람이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떠오르며 기분이 상쾌해지는 아침입니다.

    2009-05-25 10:00:38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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