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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를 만나고 싶다 " 외 시2편 / 김재진

작성자  |nittany 작성일  |2009.05.16 조회수  |2106

 


      너를 만나고 싶다   


                                          / 김재진



나를 이해하는 사람을 만나고 싶다

사소한 습관이나 잦은 실수,

쉬 다치기 쉬운 내 자존심을 용납하는

그런 사람을 만나고 싶다

직설적으로 내뱉고선 이내 후회하는

내 급한 성격을 받아들이는

그런 사람과 만나고 싶다

스스로 그어 둔 금속에 고정된 채

시멘트처럼 굳었다가 대리석처럼 반들거리며

한 치도 물러서지 않는 사람들 헤치고

너를 만나고 싶다

입 꼬리 말려 올라가는 미소 하나로

모든 걸 녹여 버리는

그런 사람

가뭇한 기억 더듬어 너를 찾는다.

스치던 손가락의 감촉은 어디 갔나.

다친 시간을 어루만지는

밝고 따사롭던 그 햇살,

이제 너를 만나고 싶다

막무가내의 고집과 시퍼런 질투,

때로 타오르는 증오는 불길처럼 이글거리는

내 못된 인간을 용납하는 사람

덫에 치여 비틀거리거나

어린아이처럼 꺼이꺼이 울기도 하는

내 어리석음 그윽하게 바라보는

그런 사람을 만나고 싶다

내 살아가는 방식을 송두리째 이해하는

너를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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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십견                    

                                                  / 김재진


나는 오십견이 쉰 살 된 개인 줄 알았다 
오십에도 사랑을 하고 오십에도 눈물이 있는지 비릿한 나이에는 알지 못했다
오십에 기르게 된 어깨 위의 개들을 풀어놓아 먹이려고 침을 맞는다

어깨에 꽂힌 이 바늘은 우주와 교신하는 안테나다

고슴도치처럼 온몸에 피뢰침을 세워놓고 웅크린 채 앉아 있는 이 짐승은

못돼먹은 성깔에 내린 벼락일지 모른다

벼락 치듯 가버린 친구 한, 둘 늘어나는 쉰 살 된 몸 안에 개들이 살고

부글거리는 속 지그시 눌러 앉히고 양념 센 국그릇에 소 떼가 산다

오십에도 그리워할 것이 있고 오십의 하늘에도 별이 돋는지

들끓는 나이에는 알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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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


                                              / 김재진


믿었던 사람의 등을 보거나

사랑하는 이의 무관심에

다친 마음 펴지지 않을 때

섭섭함 버리고 이 말을 생각해 보라


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

두 번이나 세번, 아니 그 이상으로 몇 번쯤

더 그렇게 마음속으로 중얼거려 보라

실제로 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


지금 사랑에 빠져 있거나

설령 심지 굳은 사람과 함께 있다 해도

다 허상일 뿐

완전한 반려란 없다


겨울을 뚫고 핀 개나리의 샛노랑이

우리 눈을 끌 듯

한때의 초록이 들판을 물들이듯

그렇듯 순간일 뿐

청춘이 영원하지 않은 것처럼 그 무엇도

완전히 함께 있을 수 있는 것이란 없다


함께 한다는 건 이해한다는 말

그러나 누가 나를 온전히 이해할 수 있겠는가

얼마쯤 쓸쓸하거나 아니면 서러운 마음이

짠 소금물처럼 내 한 가슴 속살을

저며 놓는다 해도 수긍해야 할 일


어차피 수긍할 수밖에 없는 일

상투적으로 말해 삶이란 그런 것

인생이란 다 그런 것

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


그러나 혼자가 주는 텅 빔

텅 빈 것의 그 가득한 여운

그것을 사랑하리라

숭숭 구멍 뚫린 천장을 통해 바라 보는

밤하늘 같은 투명한 슬픔 같은

혼자만의 시간에 길들라


별들은 멀고 먼 거리

시간이라 할 수 없는 수많은 세월 넘어

저 홀로 반짝이고 있지 않은가

반짝이는 것은 그렇듯 혼자다

가을날 길을 묻는 나그네처럼

텅 빈 수숫대처럼

온몸에 바람 소릴 챙겨 놓고 떠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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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시인 깁재진씨는 ' 시를 장미 향기 같은 것 ' 이라 말하곤 한다.  상처를 통해 진주를 잉태하는 조개처럼 장미또한 어둡고 추운 한밤중에 가장 매혹적인 향기를 내뿜는다는 것이다. 시에 대한 김재진씨의 말을 그대로 인용하면 " 저는 시를 삶의 상처라고 생각해요. 기억하고 싶지 않은 삶의 상처에 대한 기록이라고 할 수 있어요. 물론 그 상처들과 화해함으로써 세상을 따뜻하고 아름답게 살고 싶다는 생각도 합니다.
슈베르트가 " 네 슬픔으로 비롯된 음악이 사람들을 위안하고 기쁘게 한다 ! " 고 한 적이 있는데, 저도 그래요. 이제는 내 상처에서 비롯된 시가 사람들을 위로하고 위안할 수 있기를 바라게 돼요. 저 자신만 해도 세상에서 소외된 상태에서 간절하게 위로받고 싶은 마음이 이 시를 쓰게 했어요." - 시집 < 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 > 의 발문 '상처받은 나무의 고독' 중에서



  • 출발천사

    며칠 동안 집의 컴이 말을 듣지 않아 기분이 down되신 친정어머니께 와서 nittany님께서 올려 놓으신 시를 감상하고 갑니다. 누군가의 상처가 다른이에게는 위안이 되고 기쁨이 된다는 시인의 말에 내 안에는 어떤 상처가 있어 다른 이에게 위로가 될까 생각해 봤습니다. 근데 아버지께 받은 상처로 이미 굳어질 대로 굳어져 어찌할 수가 없음을...
    그래도 이 순간 지금을 사랑하고 감사하며 살아 가려고 합니다..^^*

    2009-05-16 16:00:44 삭제
  • nittany

    내가 살아가는 방식을 송두리째 이해해 주는 사람을 만날 수 있을가요? 부모님도 그렇기는 어렵습니다. 우리를 한없이 사랑해 주시고 기다려주시는 주님뿐이겠지요. \"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는 김재진의 대표시인데, 모든 인간은 절대고독속에 살아가는 운명을 타고났으며 동시에 그것을 특권으로 받아들이며 살아 가야 한다는 뜻인 것 같다. 인간은 결국 이 땅에서는 어느 무엇, 어느 누구로부터도 진정한 위로와 구원을 받을 수 없다는 뜻이리라.. 오십견은 김재진의 시 중 매우 독특한 시이다. 상상하건대 친한 친구의 장례에 문상갔다가 대취하여 아침 쇠고기 육계장으로 해장하러 숟가락을 들때 어깨쭉지가 아파오자 술이 덜 깬 상태에서.. 침을 맞는 자신을 상상하며..오십견이란 시상을 떠올린 듯... 표현이 좀 거친 것이 더 매력적이지요? 비오는 주말 시감상하시라고 올렸습니다. 지난 몇주 주말에 흐리다가 월요일은 화창해 집니다. 모두들 따뜻하고 큰 가슴으로 새로운 힘찬 출발하세요...

    2009-05-18 09:00:19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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