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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하는 삶

대만 여행기 1

작성자  |길을 걷다 작성일  |2009.04.08 조회수  |1626

대만 자유여행 해보셨습니까?
중국어라고는 셰셰 한마디밖에 못하는 처지에서 말이지요.
꼭 가야만 하는 일 때문에 떠나긴 했지만 대만공항에 딱 도착하니 호텔 찾아갈 일이 기가 막혔습니다.
Information desk 에서 한 번 빼고는 영어 잘하는 딸내미가 아무 소용도 없는 겁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고등학교 시절 한자 쓰기 공부라도 열심히 해둘 걸, 야단 한 번 안치시고 인자하게 웃기만 하시던 한자 선생님이 원망스럽게 머리에 스쳐 지나갑니다.
그래도 미리 준비해 온 여행책자와 어디서든 통하는 '한국 아줌마'의 근성으로 버스표를 구입하고 승차, 드디어 한숨 돌리며 아직도 남아있는 정글나무를 처음 보듯 구경하며 시내로 들어갔습니다.

3박 4일의 일정을 주욱 들으시려면 지루하실 겁니다. 
다들 성삼일을 맞이하며 남다른 각오와 묵상으로 주님이 우리 안에서 부활하시기를 꿈꾸는 이때, 난데없는 여행기라니, 게다가 지루할 거면 또 왜 썼나 하시겠지요?
사순절 동안 열심히 살아오셨을 테니 잠깐 숨 좀 돌리시는 의미에서라면요?ㅋㅋ
사실은, 정말 중국어 한마디도 못하면서 버스타고 전철타고 늑대처럼 떼지어 몰려다니는 거리의 버려진 개들에게 생명의 위협을 받으면서도 이렇게 무사히 돌아올 수 있었던 것이 친절한 대만 국민 덕분이었음을 나누고 싶기 때문이랍니다.
우리 말로는 '낯선 곳에서 천사를 만남' 쯤으로 정의할 수 있겠습니다.^_^

천주교가 뭔지도 모르는 사람들에게 간신히 물어 주일미사에 참여할 수 있었습니다.
마침 성지주일이었지요.  예수님이 예루살렘에 입성하시는 모습을 재현하기 위하여 성당 마당에서 신자들에게 성지를 들고 호산나를 외치게 하며 한바퀴 돌게 합니다.
신자들이 먼저 성당으로 들어가고 난 후 신부님들이 들어오시면서 미사가 시작되었는데, 아, 신부님들이 나귀는 타지 않으셨군요, 참.

미사를 마치고 배부르게 점심을 먹은 후 아이랑 저는 테마파크를 가기로 결정을 하고 행인에게 여행책자에 나온 지명을 보여주었습니다. 
몇 사람을 거친 후 지도까지 받아 버스 정류장이라고 동그라미 쳐 준 곳까지 걷기 시작했는데, 아시지요, 지도가 보통 얼마나 축약된 건지를요.
한 40분 걸었을까, 도로표지판이 나오고 버스 정류장이 보입니다.
그런데 버스운행표가 너무 복잡해서 도대체 어떤 버스를 타야할 지 아무리 들여다 보아도 알수가 없는 터에, 마침 앉아계신 한 할머니께 역시 책을 보여 드리고 손짓으로 물어보았습니다.

할머니가 뭐라고 뭐라고 하시는데 저희가 한마디리도 알아들을 수 있었겠습니까?  눈만 멀뚱멀뚱..
이 할머니, 답답해 하시다가 결연히 자리에서 일어나시며 저희에게 따라오라고 손을 붙잡으시는 겁니다.
길을 건너 택시를 잡아 앞에 타시면서 저희를 뒷자석에 밀어 넣으십니다.
그 카리스마가 어찌나 대단한지 거역도 못하고 둘이 뒷자리에 탔는데 조금 있다가 손수 돈을 내시면서 내리라 하십니다.  정류장을 잘못 선택한 것이 분명했습니다. 
길을 다시 건너 저희에게 버스운행표지판 중 타야할 버스 하나를 주지시켜 주시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으시고 오던 길을 되돌아 가시는 겁니다.  셰셰 만 하는 저희에게 손사래를 치시면서..

할머니 천사!  
다시 40여분을 기다려 간신히 올라 탄 버스였는데, 기사아저씨가 지금 가면 입장시간이 끝났으므로 못들어 간다고 하십니다.  어떻게 알아들었느냐구요?  어, 정말 신기하지요?  만국 공통 손짓발짓에 억양으로?
목적하던 곳에 가지는 못했지만 그 할머니 덕에 나머지 오후는 행복하게 지낼 수 있었습니다.
오면서 아이가 저에게 한마디 말을 합니다.
"엄마가 그동안 남들 도와준 것 대만 와서 다 받네.." 
제가 그동안 남들을 도와주었다니, 생각나는 것이 하나도 없는데, 남들 도와주면서 살라고 하는 말인가.
언젠가 '네가 남을 도와주고 그 사람은 또 도움이 필요로 하는 사람을 도와주면 그 사람이 너에게 고맙다 하지 않더라도 고리처럼 연결되어 언젠가 너도 도움을 받을거야' 라고 이야기 했던 기억만 있는데...
마음으로는 쥐구멍을 찾았지만 겉으로는 " 다 썼으니 이제부터 다시 저금해야겠네" 하며 씨익 웃었습니다.

--'또 다른 버스기사 아저씨 천사'편은 2부에 계속됩니다.  혹시 열화와 같은 성원이 있으면요..
부활을 축하드립니다.!!

  • 출발천사

    다음달에 친구가 딸과 함께 대만을 여행한다고 하는데 흰구름님이 한 발 앞서 다녀 오셨군요. 천사는 국적이 따로 없나 봅니다. 대만에도 천사들이....제가 마치 대만을 여행하는 듯한 기분이 듭니다. 생생한 대만 여행기 2부도 기대할께요. 외국여행기에 관심이 많은 \"천사\"가 응원합니다.....

    2009-04-09 19:00:30 삭제
  • 오스테파노

    먼저 열화와 같은 성원을 보내드립니다. 멋지군요, 따님과의 여유롭고 행복한여행.
    더 많은 행복가득 누리시고 건강하게 돌아오시길 주님께 간절히 기도드립니다.

    2009-04-09 17:00:39 삭제
  • 은수데레사

    법정스님의 \"아름다운 마무리\"라는 책에는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종교는 \"친절\"이라는 말이 있더군요. 따뜻하게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이 가득한 그런 세상에서 살고 싶습니다. 우리가 베푸는 곳과 받는 곳은 돌고 있는 이 지구와도 같이 돌아가는 것 같아요. 여행 좋았겠네요. 정말 정말 부럽습니다.

    2009-04-10 14:00:35 삭제
  • 흰구름

    열화와 같은 성원과 무사귀환을 위한 기도, 정말 정말 감사드립니다. 우리의 멋진 예수님이라면 이런 경우 어떻게 하셨을까 생각해보면(은하수님 댓글 중) 하느님 나라는 그리 먼데 있지 않을 거겠지요. 우울한 평소의 모습들과는 달리 열정적으로 여행자를 도우려는 그들의 마음씨 덕에 하느님 나라를 살짝 맛본 대만 여행기 2탄도 조만간 올리기로 결정하였습니다! 쏟아지는 은총을 받아 주위까지 흘러갈수 있는 성삼일 되시옵소서.

    2009-04-10 16:00:18 삭제
  • nittany

    최근엔 외국에 나가는 것이 뜸해졌지만 저도 외국에 자주나가는 편입니다. 그런데 외국에 가서 근처 성당이 어디 있는지 미리 알아 놓고 주일 미사던 매일미사던 시간 맞추어 가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특히 차를 렌트해서 가지고 있지 않으면 더 어렵지요. 우리 모두 여행 가서도 주일미사에 참례하신 님의 정성을 배워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러나 저러나 2탄은 언제나 나오나? 나처럼 성질 급한 사람은 그 사이 대만에 비행기 타고 직접 갔다 오겠다.ㅎㅎ.. 즐거운 하루되시길.. 저는 하루, 이틀 바람 좀 쐬고 옵니다.
    그리고 \'함께하는 삶\'을 찾아 주시는 모든 분들께 예수님의 부활을 다시 축하드립니다. 모두 은총 많이 많이 받으옵소서...

    2009-04-13 07:00:54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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