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성모성지를 다녀와서....
작성자 |나누미
작성일 |2009.04.05
조회수 |1525
남양성모성지를 다녀와서..
4월4일 토요일 아침 8시 반.
마리아 대모님과 네 딸들, 그리고 늘 존경하는 앙네따 형님 모시고 남양 성모 성지를 찾았습니다.
그 동안 딸들의 신심을 위해 늘 기도하시는 마리아 대모님께 바쁜 가운데 시간을 내어 주십사고 또 떼를 썼던(??) 효과가 있었는지… 아닙니다..사실은 대모님의 권유로 성지순례 일정을 잡은 것이 맞겠죠^^
특별히 사순시기를 맞아 성모성지를 찾은 것이 매우 잘 한 결정이었다고 모두들 행복해 했습니다.
10시부터 1시간 가량의 묵주기도가 있었습니다.
돌 묵주에 손을 올려놓고 20단 묵주 기도를 드릴 때… ‘아베마리아’ 성가를 부를 때…왜 그리 눈물이 나는지…마리아의 그 깊은 침묵의 고통을 온 마음과 몸으로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다음주 성지 주일에 더 깊은 묵상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곧 이어 11시 미사. 이상각 신부님께서 미사를 집전해 주셨는데…특히 비오 신부님의 기도와 고통의 삶에 대한 강론은 얇은 저의 신앙생활에 큰 감동으로 다가 왔습니다.
“고통은 은총입니다”
라는 말이 새삼 제 가슴 속을 후비고 들어 왔습니다.
그리고 그 깊은 의미를 담은 성모의 기도…
“은총이 가득하신 마리아님~~”
은총을 가장 많이 받으신 성모 마리아님..그 은총만큼이나 깊은 침묵의 고통.
성모 마리아의 깊은 침묵의 고통 끝에 결국 세상을 구원하신 찬란한 영광이 있었음을…그리고 그 깊은 고통이 나의 신앙의 십자가 임을 깨달았습니다.
과연 나는 나의 아들과 나의 가족과 나의 지인들과 또 다른 많은 타인들의 고통을 얼마나 나누고 살았는가? 반문해 보게 되었습니다.
늘 ‘왜 나에게만 이런 고통이 주어지는 것일까?’ 라고 생각하고 말하면서…때로는 투정어린 말로 ..때로는 분노로… 타인들에게 그 고통의 원인을 전가하지는 않았는지..때로는 그 모든 고통에 대해 하느님께 원망을 하지는 않았는지..
늘 ..바쁘다 하면서 …늘 물질적으로 만족하지 못 하면서…나에게만 주십사고 간구하지는 않았는지…
많은 복잡한 생각들로…강론 말씀 동안 하염없이 흘러 내리는 눈물을 주체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 동안의 삶이 순간 하나하나 떠오르면서 나름 그 고통의 삶이 사실은 아무 것도 아님을 깨달으니 내심 부끄럽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모든 고통이 내 마음에서 온 것도 알 수 있었습니다.
부모님을 모시고, 집안의 모든 대소사를 막내인 우리가 행하는 것들도….모두가 고통이라고 생각했는데… 성모마리아의 깊은 침묵 속의 고통에 비하면 차라리 행복한 고민을 하고 있었구나 생각하니..더더욱 부끄럽기만 했습니다.
나는 참으로 이기적인 인간이었구나 하는 자책감이 몰려 왔습니다.
모든 의사결정을 ‘나’를 위주로 해왔고 주변의 가족들이나 회사식구들의 아픔이나 두려움 들에 대해서는 전혀 배려를 하지 않고 살아 왔구나 ….다시 깨달았습니다.
아마도 하염없는 눈물은 이런 깨달음을 주신 하느님께 드리는 감사의 눈물이었나 봅니다.
미사가 끝나고 ‘성체강복’의 시간은 완전히 나를 무장해제(?)시키는 결정타였습니다.
나를 완전히 내려놓고…. 주님께 나를 온전히 내어놓는…아름답고 평화로운 시간이었습니다.
가슴에 묻어 두었던 깊은 우물이 모두 퍼올려 지는 듯…통회의 눈물을 주체할 수가 없었습니다.
“주님 늘 저에게 머물러 주셔서..나약한 제가 수시로 깨달을 수 있게 해 주시니..감사합니다.”
너무 행복했던 성모성지 순례를 통해 다시 생각해 봅니다.
‘이 작고 보잘 것 없는 나는 과연 무엇을 내어놓을 것인가?’ 라고. 순간 회사 식구들의 얼굴이 떠올랐습니다. 그들의 고통스러운 모습이… 경영의 주체는 그들이라고 늘 생각만 했던 것은 아닌지…그들 입장에서 무엇을 해 주었는지…경제적으로 정신적으로 많은 어려움이 있는 그들의 속내를 알면서도 그 동안 따뜻한 위로 한마디 해주질 못했구나 하는 생각이 저를 아프게 했습니다.
‘누군가 날 위해 기도하네’ 라는 성가가 생각났습니다.
“그래..나는 작고 보잘 것 없지만 그들을 위해 기도를 하자” 라는 생각이 스쳤습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누군가의 아픔을 나누면서 그들을 위해 기도하는 일 밖에는 없다는 생각을 합니다.
성지를 다녀와서 다시 한번 하느님과 약속합니다.
‘늘 누군가의 아픔을 나누면서 그들을 위해 기도’ 할 것을.
직장과 가정생활, 그리고 매일의 미사를 봉헌하는 놀라운 신앙생활 속에서도 늘 우리 딸들을 위해 당신의 시간과 노력을 아끼지 않으시는 어머니께 늘…마음으로 감사 드립니다.
함께하지 못한 막내 딸 로사에게도 은총 함께 하길 빌며….
5월의 성지순례…벌써 가슴이 설레입니다.
아버지, 감사합니다.
-나누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