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총 (혹은 기적) -앤소니 드 멜로
작성자 |길을 걷다
작성일 |2009.02.09
조회수 |1412
한 신부님이 창가에 있는 책상에 앉아서 섭리에 관한 강론준비를 하던 중, 뭔가 폭발하는 것 같은 소음을 들었다. 댐이 터지고 강물이 범람해서 사람들이 집을 비우고 떠나는 모습이 보였다.
아래쪽 거리까지 물이 차오르고 신부님 자신도 당황하기 시작했지만 스스로를 억누르며 말했다,
"나는 섭리에 관한 강론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드디어 그 강론 내용을 실천할 기회가 주어졌다. 나는 다른사람들과 함께 달아나지 않겠다. 여기 이대로 머물며 나를 구해주실 하느님의 섭리를 믿으련다."
물이 창문까지 차올랐을때 보트에 가득 탄 사람들이 지나가면서 외쳤다.
"뛰어내려 타세요, 신부님!"
"아, 아닙니다. 여러분." 하고 신부님은 자신있게 말했다.
"나는 나를 구해주실 하느님의 섭리를 믿습니다."
물은 점점 차오르고 신부님은 지붕위로 올라갔으나 물이 그 위까지 다다랐을 때 또 다른 보트에 가득 탄 사람들이 지나가면서 그 배에 타시라고 재촉했다. 그는 다시 사양했다.
이번에는 종각 꼭대기로 올라갔으나 물이 곧 무릎까지 차올랐을 때, 모터보트를 탄 한 관리가 그를 구하러 왔다. "아니오, 감사합니다." 하고 그는 조용히 미소를 지었다.
"아시다시피 저는 하느님을 믿습니다. 그분께서는 결코 제가 빠져 죽게는 안하실 것입니다."
"저는 하느님을 믿었습니다! 왜 저를 구하기 위해 아무일도 하지 않으신 겁니까?"
결국 물에 빠져 죽은 신부님이 하느님께 불평을 하였다.
"너도 알지 않느냐." 하고 하느님이 말씀하셨다.
"나는 세 번이나 보트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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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지에서 불시에 감당못할 일을 당한 경험이 있었습니다.
그때 움직이지 못하던 저를 업고 병원에 데려다준 택시 기사 아저씨와
한의원 의사선생님이 저에게는 천사셨습니다. 하느님이 보내주신 은총의 도구, 바로 '기적'이었던 겁니다.
의사선생님이 저를 보고 하신 첫 말씀이 기억에 남습니다.
"한번의 손길로 낫게 해주시는 분은 이천년 전에 사셨던 한분뿐이십니다. -의사선생님은 교우셨습니다-
우리는 하나하나 조금씩 고쳐 나갑시다."
다시는 아름다운 성당에서 미사를 못할줄 알았던 저는 이제 압니다.
미사를 드릴수 있는 것도 진정 은총임을, 아니 이렇게 살아 숨쉬며 사랑하고 사랑받는 것조차 기적임을..
오늘 주임신부님은 '치유'를 이야기하시면서
"하느님의 한부분으로서 병원이 존재함을 믿어야 한다"고 하십니다.
치유란 곧 사람의 치유이고, 그것은 몸 전체의 회복을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이며, 결국에는 이러한 치유가 하느님 앞에서 일어날 수 있음을 굳게 믿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입니다.
이 강론말씀 때문인지 전의 기억이 떠올랐고
존경하는 앤소니 드 멜로 신부님의 글 하나를 퍼오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