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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동행...

작성자  |nittany 작성일  |2009.01.26 조회수  |1518



 


행복한 동행


                            


                                            <공복자>



사랑에 천하고 속된 것이 없습니다


사랑하기 이전엔


어떤 이론을 들고 나오는 거죠


사랑만치 진실한 것이 없는데


목숨도 아깝지 않은데


자기 목숨을 쉽게 내어주겠습니까?


같은 길을 가기 위해서는


차곡차곡 인내를 쌓아 올려야겠습니다


무슨 집을 지을까?


어떤 길로 갈까? 이전에


사람에 대한 믿음이 있어야 합니다.





힘든 상황, 환경들이


견디기 힘들 때도 있습니다


이웃에서 만나는


어려운 여건을 가지신 


육체적인 장애를 가진 아이를 봅니다


정신박약인데도


많은 사랑을 받은 아이와


구박으로 커는 아이의 행동은 너무나 다릅니다


천사가 어디 따로 있나요


같이 아픔을 나누면서


입가에 미소를 잃지 않는 어머니


티없이 생글거리는 아이가 천사입니다


그런 것에 비하면


나는 얼마나 행복에 겨운지?





동행하고자


하나씩 계획을 세워


서로에게 상처받지 않는 친구로


자신의 길을 인정하면서


간다면 가능할 것입니다


자신 없는 불신이


불안한 마음으로


주변인으로 맴돌게 합니다


열심히 노력하고


기뻐 받아들이는


당신과 나는


수레에 사랑을 밀고 당기는


힘들지만


행복한 동행입니다





------------------------------------------------------------------------------------


서로 소식이 끊긴지 십년도 훌쩍 넘은 친구의 누나에게서 전화가 왔다.

내 번호를 어떻게 알았을까?  순간 불안한 생각이 들었다.

“재하에게 무슨 일이 있나요?”

“미안하다, 이렇게 전화해서”

잠시 짧은 침묵이 흘렀다.


“재하가 죽었어. 그래도 네가 어렸을 때부터 친했던 친구라

연락을 해야 할 것 같아 수소문해서 연락하는 거야.

죽은 지 좀 됐어, 우울증이 있었어.

몇 주지나 토요일에 49제가 있어,

우리 식구들만 모이는데, 

그래도 재하가 네가 오는 것을 좋아할 것 같아 연락했어.”


내 친구는 참 멋있는 친구였다.

대학 다닐 때 돈이 없어도 싼 다방보다는 명동에 분위기 있는 카페 같은데 찾아갔고.

친구 애들 돌잔치 때에는 다른 친구보다 몇 배 비싼 선물을 가지고 늦게 나타나

우리 모두를 놀라게 하는 걸 좋아했던 친구다.


중학교 3학년 때인가, 더스틴 호프만 주연의 영화 ‘졸업(The Graduate)’의 주제곡이 너무 좋아

우리는 청계천에서 사이먼 앤 가펑클 LP판을 사들고, 동네 가게에서 맥주 몇 병 사서 친구 집에서

전축 위에 레코드판을 올려놓고, 몰래 마신 술에 취해서 사이먼 가펑클의 노래를 듣고 또 듣다가

친구 엄마에게 들켜서 둘 다 집에서 쫓겨났던 기억이 가물하다.


항상 후회없이 폼나게 살다 죽을거라던 친구였는데,

이혼하고 사업도 어려워진 후, 지방에 내려가 혼자 외롭게 지내다

마음의 병이 생겼다 한다.


눈 내린 토요일 낮,

벌써 귀향 차량들이 서울을 빠져 나갔는지

생각보다 빨리 양재동 구룡사에 도착한다. 

도시안 절이 왠지 더 낯설고 잠시 망설여진다.


이층 대웅전으로 올라가니

그 옛날 고등학생, 대학생이던 친구의 형과 누나가 반갑게 맞아 준다.

모두들 다 커서 대학에 다니거나 결혼한 자신의 아들, 딸들을 소개한다.


그 뒤로 풀이 죽어 고개를 떨구고 서성이는 한 친구가 보인다.

“이 애가 재하 아들이야” 서울에 있는 대학교에서 4학년이 된다고 한다.

줄곧 단과대학 수석이라 전액 장학금에 기숙사비도 학교에서 대준다고 한다.

성격이 너무 조용한 것 같지만 건강하고 참 착해 보였다.


"나쁜 놈, 아무리 사는 것이 힘들고, 외로워도

 이런 참한 애를 혼자 놔두고“

"태어나는 순간부터 그림자처럼 따라 다니는 것이 죽음인데,

 그렇게 떠나도, 죽음이 정녕 삶의 끝이 아닌데"


돌아오는 길에 어느새 훌쩍 커버린 애들처럼 그렇게 지나간 지난 날들을 생각해 본다. 

정말 행복했던 순간들은 굳이 생각해내려 노력해야만 한다.

우리 모두 그냥 열심히 살아온 삶이다.

내 친구는 무슨 삶을 그려온 걸까...


우리 삶은 설령 애락이 겹쳐 흐른 그냥 그런 평범한 삶이었지만

당신께서 함께 해 주신 은총 속에 있지 않았던 가...  

정 외롭고 답답하면 찾아갈 신부님, 수녀님, 그리고 지금은 본당과

이 작은 나눔의 방에 서로 잘은 모르지만 서로를 아껴주는 동행자들도 있지 않은가.


내 친구는 주변인으로 외롭게 살다 떠났다.

이제 친구 아들과 아주 긴 시간이 남지는 않았지만

가끔 연락하며 동행하려 한다.


이미 떠난 친구에게는 못하지만,

착한 친구 아들에게 "행복한 동행"이

가까이 있음을 알려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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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구정을 앞두고 있었던 가슴 아픈 친구이야기입니다.

그냥 울적한 마음을 어떤 형식으로든 어딘가에 남기고 싶어

우연히 마음이 다가간 시와 함께 글을 올립니다.  

분야를 막론하고 추운 겨울이 갈수록 길어지며 우리의 삶이 더 어려워 질것 같습니다.

우리 모두 항상 동행해 주시는 분과 같이함을 믿고, 미약한 우리들이지만 서로 의지하면서
어려움을 헤쳐 나갔으면 합니다.

 

 






  • 은하수

    마음을 함께 나누어 주어서 감사합니다. 친구 분을 위해 기도하겠습니다.

    2009-01-26 21:00:52 삭제
  • 등대

    태어남 그자체가 죽음에로의 한발자욱 다가서기 위해서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인생은 空에서 空으로, 無에서 無로 마감하는 것을 잘 알면서도,
    아직까지는 사랑하는 이들의 죽음 소식은 안타까움으로 다가옵니다.
    어려움의 일들, 우울한 생각들, 함께 나누면 가벼워 진다 하였습니다.
    우리 삶의 작은 공간에서 그 마음 조금씩 나누어 동행해 드리려 합니다.
    기축년 새해, 건강한 새해 ,힘차게 화이팅하시고,
    이 밤이 가기 전에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2009-01-26 22:00:04 삭제
  • 저녁노을

    슬픈 이야기이네요. 떠나가신 분의 영혼이 하느님의 품에 안길 수 있기를 빕니다.

    2009-01-27 09:00:14 삭제
  • nittany

    은하수님, 등대님, 그리고 저녁노을님 친구를 위한 기도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떠난 사람은 떠났고..비슷한 또래 자식이 있어서 그런지 미운 친구보다 남은 아들에 더 마음이 쓰이네요. 주님안의 삶을 친구에게 미처 전해주지 못한 것이 정말 아쉽습니다.

    2009-01-27 09:00:27 삭제
  • 출발천사

    이렇게 저렇게 바빠서 이제 입장해 보니 nittany님의 애닮은 소식의 글이 있군요. 마음이 아주 많이 아프셨겠습니다. 친구 아드님에게 사랑천사로 동행해 주신다면 주님 보시기 아니 하늘에서 친구분께서도 편안한 안식을 하실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2009-01-27 21:00:59 삭제
  • 늦둥이

    제 친구도 먼저 자기 뜻대로 뜬 녀석이 있습니다. 한번씩 꿈에도 나타나곤 하는데..자주 만나지는 못하더라도, 소식이라도 들었던 그 시절이 차라리 감사할 때였음을 느낍니다. 마음 아프시겠지만, 주변의 다른 친구분들을 좀 더 관심있게 살피며, 먼저 간 친구분을 오랫동안 기억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2009-01-27 21:00:06 삭제
  • nittany

    경제적으로 어려워 떠난 것은 아니더군요. 그냥 모두와 연락을 끊고 살았지요..요즘 어려워지니 친구 사이도 어색해 지곤 합니다. 돈을 빌려 주었다가 연락이 더 뜸해진 친구, 집에서 가족이 큰 수술해서 어려울 것 같은 데 서로 처지를 아니 구정에 그저 서로 문자만 주고 받은 친구.. 아, 이럴땐 사업이나 해서 돈이나 확 벌어 돕고 살았으면 좋겠다 생각이 듭니다. 모두 마음으로라도 의지하며 살아야 하겠지요...

    2009-01-28 10:00:00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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