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도 힘겨운 시간이었던 2008년-......
묵은 달력을 차곡차곡 접어 놓고 저물어 가는 지난해를 잠시 아쉬워했다. 하지만, 밝아 오는 새날의 기쁨과 가슴 벅찬 행복감으로 새해 첫날 성모님의 대축일을 맞아, 어둠을 밝혀 주신 주님의 은총과 사랑에 먼저 감사의 기도를 드린다.
낡은 것을 접어두고, 새것을 받아들이는 것만큼 좋은 일은 없으니까. 그것이 물질적인 것이건 영적인 것이건 간에. 하느님을 만나기 전, 지나간 것에 연연 해 하던 내 모습- 늘 ‘이건 아니지’하며 후회하기를 자주했던 내가 그리스도 안에서 모든 것을 마음먹기로 한 이상 후회 같은 것은 없기를 다짐하고 있다.
아직 신앙의 깊이가 없는 나로서는 말씀 하나, 묵상하나, 기도 하나가 소중하고 값진 선물이 아닐 수 없다.
12월31일 오후
평상시와는 달리 졸음을 이기지 못하고 잠시나마 깊은 잠에 빠졌다.
석연찮은 꿈을 꾸고 잠시나마 두려움에 떨었지만, 마음속으로 이건 뭔가 좋은 일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모든 두려움과 걱정이 사라지게 되었다. 그 꿈은 바로 내가 지금 살고 있는 집에 강도가 들어와서 모든 돈과 재물을 가져가버린 꿈이었다. 하나도 남김없이 말이다. 실제 꿈 속에서 ‘이것이 꿈이기를..’하는 마음을 먹을 정도로 두려움과 공포 좌절의 시간이었던 것이다. 정말 꿈이었다. 얼마나 다행스러운지 순간 나도 모르게 감사의 기도가 나왔다.
지난해는 유독 생활고에 시달린 사람들이 주변에 많았고, 실패의 난관 속에서 이겨내지 못해 안타까움에 한숨짓는 사람들을 현실적으로 많이 보고 가족 친지 이웃 너나할 것 없이 모두가 아픔의 시간을 함께할 수밖에 없었다. 베푸는 마음조차 얼어붙게 할 정도로 경제난은 심각해 ‘곳간에서 인심난다’라는 속담구절을 절절히 생각나게 했던 것 같다.
나 보다 좀 더 어려운 사람들을 돕겠다는 마음은 항상 있으나, 우선은 나부터의 안위와 편안함을 생각했던 이기심에 급급했던 나 자신은 나눔의 사랑을 소홀히 해 왔던 게 분명하다.
비록 내가 꿈속에서 강도에게 모든 돈과 재물을 다 빼앗겼을지라도, 이 세상에 살아서 존재하는 것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라는 하느님 계명을 얻었고, 그것이 새해를 맞이하는 내 삶의방향을 주신 것이라 생각한다. “욕심을 버리는 일부터 나누는 일까지” 그것을 실천하라는 말씀이다.
때마침 오늘 교중 미사 때, 주임신부님의 강론의 주제가 “감사하는 마음과 행복지수”는 비례한다는 말씀이 내내 가슴 깊숙이 남아 있다. 마치 나 자신을 두고 하시는 말씀 같아서 여느 때 보다 더 머릿속에 쏙쏙 들어왔다. 불평과 불만을 표현하는데 더 익숙했던 내 자신을 성찰할 수 있는 시간이었고, “소유에 대한 집착의 무게”를 조금씩 줄여갈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겠다는 생각을 몇 번이고 하게 했다. 적어도 하느님의 뜻을 조금이라도 실천할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다면, 이것은 정말 행복의 길로 가는 소중한 진리가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