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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하는 삶

또 한해를 보내며...

작성자  |nittany 작성일  |2008.12.31 조회수  |1581

                          

         

      또 한해를 보내며...


“신부님, 이렇게 태평양 건너편에서 신부님과 같이 앉아 있게 될 줄 정말 생각도
못 했습니다. 너무 좋습니다!”

“그렇지? 나도 그래”


높은 하늘과 짙푸른 바다,

백사장 따라 끝없이 펼쳐진 로돈도 비치의 겨울바다가

신부님과의 오랜만의 재회를 더 눈부시게 만든다.  


“어서 와인 한잔 해. 이렇게 경치 좋은 데서는 한잔 해야지”

내가 술을 마시면 자연히 다른 사람이 운전을 하게 될 걸 아시고
먼저 마시라고 자꾸 권하신다.

딸아이가 이곳에 혼자 머무는 것이 못내 마음에 걸리신다며

내가 한국으로 떠난 후에도 딸애 학교 근처에 오셔서 한국음식을 사주시는 신부님. 

   .......


"신부님, 저 밑에 와 있는 데요"

"그래, 나 본당에 있어, 올라와"

"같이 묵상부터 해야지"

묵상 후 주모경을 같이 바치고 나서 나와 딸애 머리에 강복해 주신다.


"너 미술 전공할거라 그랬지?"

"너 이 성당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했던 건축가 김수근씨가 설계한 성당인거
모르지? 그 건축가가 한참을 고민하다가 우리 옛날 한옥동네 골목을 생각하며 설계한 건물이야" 하시며 성당의 뒷골목까지 구석구석을 데리고 다니시며 보여 주신다.


떠날 무렵 갑자기 지갑에서 무엇인가를 한참을 찾으신다.

그리고는 쓰시던 묵주와 꼬깃꼬깃 접은 백 불짜리 지폐 한장을 딸 손에 쥐어 주신다.


"신부님! 외국에서 비상금으로 가지고 다니시는 걸 왜 그러세요.
돈은 절대로 안 됩니다"

"아니 왜 그래, 내가 주고 싶어서 그러는데. 이것도 못 주나?"

할 수없이 받아들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자꾸 마음이 저려온다.  

  ......


한 해를 넘기려 해서 그런지 강바람이 더 매섭게 느껴지는 밤이다.

핸드폰 진동 소리가 나며 램프에 옅은 불빛이 들어온다.

오후에 전화를 드렸던 신부님이다.

식당을 빠져나와 전화를 받는다.


"아, 신부님 아까 낮에 전화드렸었는데, 안녕하셨죠?”

"나야 항상 똑같지. 그동안 다들 잘 지냈지?"

"기도해 주시는 덕분에 저희는 잘 지냅니다. 신부님, 자주 못 찾아뵈어서 죄송해요. 

다름이 아니라 올해가 가기 전에 저희가 찾아가 뵙고 저녁이라도 할 가해서요.

근대 너무 갑자기 전화 드렸죠?"


"왜 이리 바쁜 연말에 굳이 오려고 해,

내년 초에 천천히 와도 돼, 괜찮아" 


사실 해를 넘기기 전에 내 마음 편하자고

신부님께 앞뒤 안 가리고 갑자기 전화를 드린 것이다. 

그러나 "난 괜찮아, 괜찮아" 하시며 항상 이해해 주시며, 기다려 주시는 신부님.


그 동안 여러 본당을 다니시며 나 같은 신자 때문에 

마음이 이미 다 너덜너덜 해지셨을 당신.     


못난 자녀들이 세상사에 휩쓸리다

언젠가 회심의 마음으로 주님께 돌아오기만 하면

난 괜찮다 하시는 당신.


저희 때문에 행여 남아 있던 모서리마저 다 달아

어느새 반들반들 빛나는 옥구슬이 된 당신의 마음.  


올해 마지막 밤,

옥구슬이 부서져 옥토(玉土)가 되어 버린 당신께 말씀드린다. 

신부님, 올해도 건강하세요.

그리고 용서하세요. 



    

  • nittany

    우리 한강을 지키는 기사님과 천사님이 다녀 가셨군요...
    남기신 글 감사드립니다.
    천사님, 내가 실수로 언니뻘일 것 같다고 했지만 대장님은 말도 안되죠...
    한번 언니면 영원한 언니!
    knight님도 그 분과 여행을 하셨군요...
    올해 행복하시고, 새해에도 주옥같은 글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2009-01-02 04:00:27 삭제
  • knight

    그리운 사람이 있다는 것. 참 행복한 일이지요.
    그리고, 그리운 사람이 언제든지 만날수 있는 사람이라면 더욱 행복한 일이지요.
    새해를 맞이하면서 이곳을 방문해보니 뜻밖의 선물이 기다리고 있었네요.
    내가 그리워하는 분을 함께 그리워 하고 있었군요.
    몇년전 그분과 함께 중국으로 여행을 갔었습니다.소박하고 따뜻했던 그분의 마음을
    받으면서, 자애로운 아버지의 모습을 보았지요.
    아직도 그분에 대한 그리움으로 함께 웃고 함께 만나는 사람들이 있답니다.
    참으로 반가운 마음에 nittany님의 방을 두드립니다.
    새해에는 nittany님의 가정에 행복 가득 하시기를 기도드립니다.

    2009-01-01 01:00:03 삭제
  • 출발천사

    오늘 새해 아침에 저 태평양 건너 텍사스에 살고 있는 Mrs. Norma로부터 새해 인사
    전화를 받았답니다. 항상 그리운 그녀.. 더듬더듬 하는 말을 친절하게 갈켜 주었고, 신심이 너무 좋아 일을 마치고 딸과 함께 꼭 저녁미사를 드렸던 넉넉한 파나마 아줌마..
    그녀가 전하는 안부 중에 빠지지 않는 그 신부님이 두분께서 말씀하시는 신부님이신듯..
    옥구슬 같은 nittany님의 글을 보며 새해의 상큼한 출발을 하렵니다.. 대장님! 좋은글 감사드립니다..^%^

    2009-01-01 13:00:49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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