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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토와 박토의 차이점에 대하여

작성자  |까만콩 작성일  |2008.12.30 조회수  |1591

 

옥토와 박토의 차이점에 대해서



  옥토의 사전적 의미는 ‘농작물이 잘 자랄 수 있는 영양분이 풍부한 좋은 땅, 기름진 땅’이다. 그래서 네이버 검색창에 ‘우리나라에서 제일 좋은 땅은?’이라고 쳤더니 별 내용이 없다. 그런데 ‘제일 비싼 땅은?’하고 물으면, 1위부터 원하면 10위, 아니 50위까지도, 위치며 평당가, 그리고 선정의 이유까지 자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좋다’와 ‘비싸다’가 이렇게 동급일 수 있는 것은 아마도 우리가 살고 있는 자본주의 현실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조금도 의아할 것이 없다. 좋은 것이 제 값을 받을 수 있다면 얼마나 합당한 것인가.

그래서 우리나라에서 제일 좋은 비싼 땅은, 2002년까지 약 13년간 석권해 온 명동의 <우리은행> 건물에서 2003년부터 바로 옆, <밀리오레> 건물로 뒤바뀌었다고 한다. 결국, 유동인구를 기반으로 한 상권 형성에서 <우리은행> 건물이 옆 건물 <밀리오레>에 한 수 밀린 것이다. 그래봐야 명동 내에서의 치열한 숫자 싸움일 뿐, 우리에겐 ‘아, 명동이 우리나라에서 제일 비싼 땅’, 다시 말해, ‘제일 좋은 땅’이구나, 생각하면 될 일이다.


  그런데 여기엔 참 재밌는 것이 있다. 바로, 명동의 어느 곳에서도 농작물은커녕, 풀 한 포기도 일부러 옮겨 심지 않으면 자라지 않는다는 점이고, 그렇다면 사전적 의미의 옥토에는 명동은 해당이 불가하단 말이 된다. 또, 우리나라 범죄율을 지역별로 정리해 놓은 자료를 보면, 서울이 전국 1위, 그 서울에서도 명동이 또 단연 1위다. 범죄의 종류도 단순 절도에서 강도, 강간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기도 하다. 농작물도 자라지 않고, 범죄율도 제일 높은데도 비싸서 좋은 땅, 그래서, 조금 무리스럽지만, 우리나라 최고의 옥토인 명동이라! 아이러니하기만 하다. 아니, 명동은 옥토가 아니다.


  그래도 나에게 선택의 행운이 있다면, 나는 명동을 옥토로 믿고 그곳에 투자할 것이다. 


  이유는, 눈으로는 보이지 않는, 옥토가 될 수 있는 무한한 잠재력을 가진 땅들이 여기 저기 수도 없이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바로, 하느님께서 공평하게 허락하신 사람당 한 평씩의 마음밭! 그 움직이는 땅이 가장 많은 곳, 명동이기 때문이다. 하루 유동인구가 150만 명, 주말엔 200만 명을 넘어서는, 이미 개간이 다 끝난 실크기 0.9km2가 아닌, 언제든 옥토로 변화가 가능한 200만 평에 육박하는 움직이는 새로운 땅덩이가 무수히도 쏟아지는 명동!


  ‘모든 일은 사람 마음먹기 달렸다’는 옛말과 ‘신앙은 마음공부’라시던 신부님 말씀처럼, 결국 우리의 마음 밭떼기 한 평, 한 평이 옥토일 수 있을 때, 그곳에 심은 씨앗은, 유기농 따위가 주는 수확의 풍요로움이나 건강과는 비교할 수 없는 능력을 허락할 것이다. 상상해보자. 한 평씩 주어진 200만의 유동인구의 마음밭 중 하루 1%씩만 옥토로 개간된다면, 혹, 그 옥토 개간의 방법이, 하느님 사랑의 나라가 땅에서도 이뤄지는 일이 될 수만 있다면, 그곳이 하느님 계시는 천국이 되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옥토와 박토의 차이는 이처럼, 누가, 어떤 희망을 기준으로 그것을 명명하느냐에 따라 달리 평가될 수 있다. 비록, 시멘트 바닥에 높고 비좁게 올라간 회색 건물들 사이로 햇빛조차 아쉽고, 매연에 찌들어 옮겨 심은 가로수조차 초라하지만, 또 온갖 범죄가 들끓는 난해한 곳이어서 박토 같은 명동이지만, 무한한 가능성이 있는 우리 마음밭이 모여드는 곳이기에 명동은 아직 옥토일 수 있다.

다시 말하면, 아직 설익고, 뜸이 덜 든 우리 박토 같은 마음밭도 용서와 화해, 사랑과 희망이라는 물주고 땅 다지기 과정을 통해, 얼마든지 옥토로의 변모가 가능하고, 그런 우리 마음밭이라면 박토인 현재도 옥토일 수 있지 않을까.


  이에 앞서, 우리가 한 가지 간과하지 말아야 할 점은, 땅은 실제 토지이건, 마음밭이건, 무엇인가 심어 가꾸고 수확해 내는 일연의 활동이 이뤄질 때만 비로소 땅일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런 활동이 동반되지 않는 땅은 박토나 옥토로 구분할 것도 없이, 땅조차 아니다. 기능의 부제가 바로 이런 문제일 텐데, 우리 마음밭을 최소한 박토나, 혹은 옥토로 규정하려면, 그리스도인인 우리는 하느님 말씀의 씨앗을 심고 가꾸고 수확해 내는 활동이 우선 동반되어야 하고, 실패할지라도 잠시도 그런 노력들을 멈추어서는 안 될 터이다. 성공여부와 무관하게 휴작기에 들어간 땅은 그 순간, 박토도 옥토도 아니며, 땅이란 이름조차 상실하게 됨을 스스로의 마음속에 깊이 새겨본다. 그리스도인에게 옥토란 하느님 말씀의 씨앗을 경작해 내는 시작과 연속을 의미하며, 박토란 어쩌면, 그 과정의 일부일 뿐, 큰 의미가 없되, 휴작은 용서 받지 못할 하느님을 부정하는 행위라고, 한 번 더 다짐해본다. 우리 모두, 휴작 없는 마음밭을 봉헌하는 한강성당 그리스도인이 될 수 있길 기도한다. 






  • 출발천사

    콩콩콩 까만콩님! 휴작은 용서 받지 못할 하느님을 부정하는 행위라는 말씀 제게 채찍으로 다가 오는군요...이제부터 마음밭을 가꾸는데 노력을 기울여야 겠다고 마음 먹습니다. 열심히 참여해 주신 님께 고마운 마음 드립니다..^^*

    2008-12-31 00:00:51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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