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토와 박토차이-신앙고백
작성자 |나누미
작성일 |2008.12.28
조회수 |1565
-좋은 씨를 심고 가꾸자 -
2006년 3월26일. 나에게는 삶의 큰 전환점이 되었던 날이다.
영적으로 새롭게 태어나던 날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청소년기부터 결혼 전까지 10여 년을 새문안 교회를 다녔으니 겉으로 보면
그렇지 않을 수도 있겠다. 사실 지금 가톨릭 안에서의 믿음을 생각하면 그것은
믿음이 아니었다.
사실은 내 자신의 욕심을 채우기 위한 하나의 수단에 불과했었다.
늘 더 많은 물질과 성공을 주십사고 기도했었기 때문이다.
그 후 20년이라는 방황을 했다. ‘그래 하느님은 늘 나와 함께 계시니 내가 교회를
가지 않는다고 무슨 큰 죄가 될 것인가’ 라는 유혹이 늘 나를 지배했었다. 유혹은
늘 내 곁에 가깝게 있었고 하느님 나라는 멀어서 삶이 늘 공허하기만 했었다.
그런 공허함을 달래기라도 하듯 영세식 때 왜 그리 눈물이 나는지….
그 동안의 죄를 모두 씻기라도 했으면 좋았으련만.
세례를 받고 난 후 매일의 기도와 성서쓰기를 통해 난 조금씩 마음의 평화를
느낄 수 있었고 감사하는 마음에 주변에서조차 행복바이러스가 전파 된다고 우스개
소리를 할 정도였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뿐. 2007년 하반기부터 다시 유혹이 시작되었다.
그 당시 ‘만들어진 신’ 이라는 책이 나와서 세간이 떠들썩했다. 늘 이성적으로 생각하는
걸 좋아했던 나는 ‘그래 이 책을 보고 그것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찾고 내 신앙심을 확고히
해야겠다’ 라는 결심을 하고 책을 보았다. 동시에 교육방송에서 ‘예수의 무덤’이라는
다큐멘터리를 우연히 보게 되었는데..과학적 증명 과정들을 보면서 ‘만들어진 신’ 의 내용을
접목시켜 보았다. 결론은 도저히 이성적으로는 ‘삼위일체’를 받아 들일 수가 없었다.
이런 마음이 들자 수많은 유혹들이 또다시 시작되어 2008년 봄부터 여름까지 무던히도
나를 괴롭혔다. 그래도 이런 유혹들로부터 나를 지탱시켜 준 것이 바로 미사였다. 미사 내내
한가지 지향기도뿐이었다. ‘주여 제 맘의 욕심을 비워주시고 사랑으로 오소서’
일주일 동안의 방황을 미사시간에 다잡고 또 일주일을 시작하곤 했다.
그렇게 여름을 지내고 회사일로 출장을 가게 되어 미사를 빠지게 되었다. 아~~그 명주실
같이 가늘고 질겼던 …그러나 맑은 그 끈이 끊어져 버린 것이다.
그 다음주 또 그 다음주도 나는 미사를 빠졌다.
이성이 완전히 나를 지배해 버렸던 것이다.
세상의 많은 유혹 속에서 나의 비뚤어진 자아가 완전히 나를 항복시켜 버렸다.
그리고 3개월…. 내 마음은 갈라진 황무지와 같았다.
더 이상 주변에 빛을 나누지도 못했다. 더 이상 사람들은 나를 보고 웃어주지 않았다.
내가 괴로운 얼굴을 하고 다니는데..그들이 나를 보고 웃어줄 리가 없었을 것이다.
9월 말경. 이런 나를 지켜보던 나의 아우 미카엘라로부터 전화가 왔다.
한강성당 앞이라고. 같이 미사를 보자고. 뜬금없는 그녀의 출현에 놀라면서 한편으로는
감사함이 느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멀리서 온 그녀를 바쁘다는 핑계로 혼자 미사를 보게 했다.
내 마음은 더 황폐함을 느꼈고 일도 제대로 풀리지 않았으며 가족들에게는 짜증만 늘어갔다.
난 ‘불행’ 이라는 단어를 처음으로 떠올렸다.
더 이상 이대로는 안되겠다 생각하고 드디어 냉담 3개월 만에 주일 미사를 참석했다.
그것도 늦게 도착해서 고백성사도 보지 못하고 말이다.
성당에 들어서자 마자 울음이 복받쳐서 미사를 볼 수가 없었다.
3개월 동안의 어둠에서 이 밝은 빛으로 나를 이끌어 주신 분에 대한 감사의 눈물이었나 보다.
난 미사 내내 빛 속에 홀로 앉아 있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또다시 지향해 본다. ‘주님 감사합니다.
저를 버리지 않으셨군요. 주님 제 맘이 많이 누추하지만 그래도 저와 함께 계셔 주실 것을
믿습니다. 저의 갈라진 황무지 같은 마음에 단비를 주시니 감사드립니다.
주님께서 주시는 사랑을 통해 평화를 얻었습니다. 저 또한 그 사랑을 이웃들과 나누겠습니다.
끝까지 주님 말씀의 씨앗을 뿌리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늘 사랑하올 아버지, 제 안에 머무르소서.’ 라고.
난 3개월 간의 긴 어둠의 터널에서 빠져 나와 이제는 마음의 평화를 되찾았다.
그러나 살아가면서 언제 나에게 이런 유혹이 다시 올지 모른다.
주임신부님의 강론 말씀 중에 늘 마음에 새기는 말씀이 있다. ‘여러분, 성불하십시요.
그리고 그 비워진 깨끗한 마음에 하느님의 사랑을 담으십시요. 하느님은 늘 사랑을
넘치게 주십니다. 우리는 그저 받아 먹기만 하면 됩니다.’라는 말씀이다.
나는 다시 스스로에게 묻는다. 현재 내 마음의 밭의 사정은 어떠할까? 라고
그 동안 돌 밭을 거쳐 가시덤불의 집착을 거두어 주시면서 다시 옥토로 만들어 주신 주님.
아마 지금은 이토록 평화로우니 옥토가 아닐까 싶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밭도 좋은 씨앗을 뿌리지 않으면 잡초가 무성한 밭이 되고 말 것이다.
내가 경험했던 3개월처럼.
성탄절을 보내면서 다시 다짐해 본다.
주님이 내게 내어 주셨던 것처럼..내 이웃이 내게 손 내밀어 주었던 것처럼...
끝까지 좋은 씨를 뿌려보자고.
그리고 좋은 씨를 만들기 위해 늘 깨어 기도하고 누군가의 얘기에 귀 기울여주고,
또는 누군가와 함께 걸어주고, 누군가의 어깨가 되어주고,
또 함께 나누어 보자고.
감사합니다. 주님!!
2008. 12. 28. -나누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