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토와 박토 -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의 의미는....
회사에서 일하고 있는 직원들에게 “부자가 되고 싶나, 가난한 사람이 되고 싶나.” 하고 물어보면 한결같이 다 “부자가 되고 싶다!”고 답한다.
그러나 정말 “부자”처럼 생각하고 말하고 일하고 행동하는 사람은 무척 드물다는 생각이다.
부자가 되고 싶다면 부자가 될 원리와 이치에 따라 생각하고 행하여야 하는데, 그렇게 생각하고 행하지 않으니 부자가 될 일은 멀어 보이기만 하는 것이다. 세상에 부자가 많지 않은 이유이다.
마찬가지로 “하느님의 사랑을 많이 받고 축복의 삶을 복되게 사는 하느님의 자녀가 되고 싶나, 아니면 부평초처럼 이리 저리 휩쓸리며 삭막한 삶을 살고 싶나” 이렇게 묻는다면, 모든 사람들은 한결같이 하느님의 자녀가 되어 축복받은 삶을 살고 싶다고 말할 것이 분명하다. 그렇지만 진정 하느님으로부터 축복 받을 수 있는 삶의 원리에 따라 살고 있는 사람은 드물다. 하느님의 축복을 많이 받아 정말 복된 삶을 살고 있다고 여겨지는 사람이 주변에 많지 않은 이유일 것이다.
오랫동안 부자로 있는 이들을 보면, 그들은 일할 때 자신이 일한 시간을 계산하면서 일하지 않고, 오로지 일의 목표와 취지, 그 성과를 달성하기 위해 자신의 전부를 던져 헌신적으로 일하며, 남이 하는 것 보아가며 따라 일하지 않고, 자기가 주인인 것처럼 생각하면서 스스로 일을 만들고 찾아 일하며, 작은 약속과 신용에 충실하고, 자신이 속한 공동체 전체를 배려하고, 함께 일하는 구성원에 대한 배려가 깊고, 남보다 앞서 생각하고 먼저 행하는 창의성이 가득하고, 도덕관념이 확실하며, 혼자 있는 시간을 생산적으로 쓰고, 절약정신이 뛰어나며, 항상 더 나은 발전을 위해 곰곰이 연구하고 반성하는 습관이 들어있다. 이들은 이승의 삶에서 큰 재물을 가꾸고 번성시키며 수확하는 옥토와 같은 자질을 지닌 사람들이다.
하느님께로부터 축복 받은 삶을 살고 있다고 보여지는 사람들을 보면,
그들은 개인의 길,흉사에 따라 하느님을 믿었다가 안 믿었다가 하지 않고,
항상 일관되게 하느님을 믿고 따름을 자신의 삶에 있어 첫째 가는 가치요, 의무로 여기고 있으며, 따라서 매일 새벽미사에 나가거나 교회 안팎에서 다른 신심, 봉사활동이나 기부행위 등을 하는 자신의 열심한 행위에 대해 자랑할 이유가 없다고 여긴다. 모든 것을 하느님께로부터 받았다고 여기므로, 항상 하느님께 모든 것에 대해 감사의 기도를 드리는 것이 습관이 되어 있고, 자기의 모든 것 전부를 하느님께서 다시 거두어 가셔도 할 수 없다는 믿음 속에 ‘ 아니, 적극적으로 되돌려 드린다’는 봉헌의 삶을 산다.
신앙에 있어서도 쉬 뜨거워졌다가 금방 식는 냄비처럼 가볍고 경솔하게 굴지 않으며, 한 번 달구어지면 오래 뜨겁게 유지되는 두꺼운 가마솥처럼, 하느님께 대한 믿음으로 뜨거워진 자신의 가슴 안에 모든 것을 받아들여 따스한 신앙의 온기로 포용하고, 모든 것을 하느님의 뜻으로 받아들이고 맡기며 여유롭게 살아간다.
그에게 겸손의 의미는 자신과 결부된 모든 이들과, 그들의 모든 것을 아량과 착한 뜻으로 버무려 수용할 수 있는 관용이요, 이런 관대함으로 자신이 속한 공동체의 모든 구성원이 풋풋히 생명력 있게 살아날 수 있도록 말 없이 배려하고 실천하는 것을 말한다. 그러한 교류가 사사로운 인간적 의리나 정분에 머무르지 않도록 주의하고, 또 자신의 사업이나 직장을 위해 이롭게 작용하는 이해타산적 관계로 변질되지 않도록 경계하면서, 모든 인간적 교류가 하느님의 구원사업 관점 안에 머물러야 하는 것임을 유의한다.
신앙인으로서 이러한 이상적 삶의 길이 어렵고 실패도 많기 때문에, 부족한 인간임을 양심으로 고백하는 그는 남의 잘못에 대해서도 항상 용서의 마음이 크고 관대할 수 밖에 없다. 죄는 미워하되 죄인을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신앙의 정신이 교회 안에서만 발휘되는 것이 아니라, 직장, 사업, 취미활동, 친목활동 등에 두루 반영되므로, 그와 가까운 모든 이는 그가 말하고 행하고 생활하는 모든 것을 보면서 그가 가톨릭 신앙인임을 안다.
참된 신앙인은, 항상 자신의 뜻보다는 하느님께서 가르쳐주신 원리, 즉 진리, 정의, 자유의 정신에 따라 살아야만 진정한 평화가 이루어질 수 있고 복된 구원의 삶이 이루어진다는 것을, 알고 노력하는 사람이다.
이들의 영혼은 옥토처럼 기름져, 모든 것이 그 안에 잘 자라 열매를 잘 맺고 결실이 좋으며, 삶이 평화롭고 축복된 하느님의 자녀로서의 삶을 살게 된다.
진정으로 이렇게 참된 신앙의 원리에 따라 삶을 사는 사람이 드물므로 하느님께서 선물하고자 하시는 평화롭고 복된 삶을 사는 이도 드문 것이다.
그러므로 한 해를 보내면서 우리가 반성해야 할 점은 ‘이런 박토와 옥토로 나가는 길에서 우리가 원한 길은 과연 어떤 것이었나’를 반성해야 하는 것이라고 믿는다.
그리고 새해를 맞이하면서 결심해야 할 점은 ‘자신이 진정 원하고 선택한 삶이 어떤 것인가. 부자인가, 아니면 가난한 이의 삶인가. 복된 하느님의 자녀로서 사는 길인가 아니면 그냥 부평초 같이 떠도는 유랑자 같은 삶인가’를 확실하게 하는 것이어야 할 것이다.
삶은 자신의 결정에 따라 결과를 만들며, 그 결과는 오롯이 자기에게 돌아온다. 하느님께서는 매번 우리에게 옥토와 박토의 길을 보여주시고 우리에게 그 선택을 맡기신다. 어떤 일의 결과가 있을 때 하느님을 원망하지 말아야 한다. 왜냐하면 우리 스스로 그 길을 선택했고 우리는 그 길이 주는 결과를 얻은 것일 뿐이므로.
그렇다면, 새해를 맞으며 이웃과 나누는 축복,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는 그냥 운이나 좋으라는 겉치레 인사가 아니라, “새해에 당신 복 많이 받도록 내 그렇게 기도하고 성원할 께요.” “박토 되지 말고 옥토 되세요. 내 그대를 위해 그렇게 기원합니다.”라는 의미이면 더욱 좋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