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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용서를 빌겠어...

작성자  |nittany 작성일  |2008.12.23 조회수  |1927

제목:  솔직히 용서를 빌겠어...

엄마 아빠.
딸이야 딸.

나 엄마가 예전에 사준 틸버리 잘 입어 그게 나 중3때 사준옷이잖아.. 하비에르 다닐때...
하긴.. 그땐 그게 최고였다 그지? 지금도 잘 입어 엄마 ㅋㅋㅋ 진짜루.
엄마.. 돈이 전부가 아닌잖아요
나 추운데서 얼어죽으면 어떻해.. ㅠㅠ 고모가 준 옷말하는거야? 그건 얇지..
근데 너무 추워.. 부츠가 꼭 필요했어.. 나 어그도 사고 싶어 사실은. 근데 안샀어 알지?알자나 ㅠㅠ
엄마 아빠 나랑 같이 여기서 살았어도 내가 쫄르면 다 사줬을거야. 그게 결국 엄마 마음이잖아 ㅠㅠ

미안 그동안 계속 사고 싶은거 참다 참다 세일하는거 보고 눈 돌아가서 샀어..
다음부터 안 살게 엄마 아껴쓸게...
엄마도 안하는거 내가 한거 잘 알고있어..

엄마. 고마워 이 지갑을 볼때마다 많이 느껴.. 엄마의 옛날 사랑을
어떤 생각과 기분을 느껴서 이것을 샀을까 하면서 많이 뿌듯해
기억 하지? 내가 10학년. 올에이 받아서 기분 좋았잖아ㅋㅋㅋ 똥통학교에서 ㅋㅋㅋㅋㅋㅋ
아무리 똥통 학교지만
그래도 리즈디에서 나처럼 똥통학교 출신 없다. 거의 다 사립학교 아니면 뉴욕출신이야
그래도 떳떳하게 나 진짜 잘하고 있다 알지?
오죽하면 정선생님이 나보고 이쁘다구 이렇게 식사까지 하자 그러시겠어?
누구는 웨스트 포인트 가고 유씨엘에이, 버클리 가도 그런 말씀 잘 안하신단 말야 ㅠㅠ
옛날에 내가 라이드 없어서 걸어서 학원다닌거 다 생각하고 해주시는 거란 말야..

내가 요새도 이쁜 것을 보면 훽 가
내 고질병인가봐 엄마
쓰고지비 ...알지? 미안해
용서해줘.
너무 이뻐... 마음에 들고 따듯해 무엇보다 싸게 샀어.
미안해 엄마 그냥 날 때려
각오하고 갈게.

이씨... 나도 가난이 싫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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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율이 갑자기 1500원으로 치솟자 우리 집엔 비상이 걸렸죠.  겨울 방학이 짧기도 하지만 경비를 줄이기 위해.. 올해 동부에 있는 대학에 들어 간 딸은 LA 친척집으로 보내고.... 아들놈은 텅빈 기숙사를 지키면서 아르바이트를 할 수 있다기에... "그거 참 잘 되었다.. 넌 거기서 책이나 보고 운동이나 하며 지내라..." 모두 귀국을 취소시켰습니다. 그 대신 제 딸이 이메일로 자기 사진을 몇 장 보내 왔습니다. 내가 보기엔 사진 속, 딸의 볼에 살도 더 오르고 예뻐진 것 같아 난 너무 좋았는 데....제 집사람은 사진 속에서 딸의 오바와 부츠가 새 것임을 귀신같이 발견했습니다.
   엄마의 불호령이 떨어졌죠. 환율이 50%나 올라갔으니 꼭 필요한 것 외에는 쇼핑하지마라, 긴급 지시가 내려졌는데.. 그런데 딸이 그만 사고를 친거죠.. 딸내미는 침묵 끝에 위의 메일을 보내 왔습니다. 사실 지난  여름 영어 회화 알바를 해서 돈을 꽤 벌었고 딸내미는 그 돈이 자기 것이라 생각한 거죠... 전 항상 딸을  감싸니 애들 혼내는 악역은 내가 도맡아 한다고 와이프는 항상 불만입니다. 

  정선생님은 LA지역에서 제일 유명한 SAT학원 원장님입니다. 저도 한번 만난적이 있습니다. 제 딸이 언젠가 한번 라이드가 없어서 걸어서 학원에 온걸 알고 자기 여비서에게 라이드를 하게 해 준 정말 고마운 분입니다. 언젠가 제 딸이 " 아빠, 우리 원장님 원장님보다 휠씬 젊은 부인하고 벤츠 스포츠카에 타고 다니셔"  "그래? 야 좋겠다"... " 아빠! ..그렇게 부러워?"   " 아니 머 그냥 그렇다는 거지.. " 제 딸은 역시 여자라 제 마음을 꽤 뚫고 있는 것 같습니다. 

성탄이 오고, 연말, 연시에 집에 애들이 없으니 허전하군요...내년 초여름에야 애들이 돌아 오니 그때가지 기다려야죠..  올 겨울에는 와이프와  어딘가로 겨울 여행이라도 다녀와야 할 것 같습니다.

p/s: 우리 신자분들의 성스럽고 아름다운 글들을  잘보고 있습니다. 어제 제 딸의 메일을 보고 한참 혼자 웃다가 같이 웃자고 글을 올립니다. 가끔 하느님 안에서 인간스럽게 살아가는 우리 모습들을 같이 나누었으면 합니다... 제 딸이 나중에라도 허락도 없이 자기 메일을 올린 걸 알면 큰일이 나는 것 아닌가 모르겠네요...
 

  • knight

    \"이씨...나도 가난이 싫다\" 마지막 말에 얼마나 부모의 마음이 아팠을까? 실은 가난한게 아니라 덜 부자인 것인데...진솔한 아이의 이야기가 가슴을 훈훈하게 하네요. 좋은글 나누어 주심에 감사 드리고, 우리 모두 내일밤 산타의 선물로 청해 보자구요. \"환율내림\'이라는 선물 주세요 하고...

    2008-12-23 17:00:47 삭제
  • 흰구름

    어쩜 그렇게 아이가 솔직하고도 예쁜 마음을 가졌을까요. \'어떤일이 있어도 결국 부모님은 나를 사랑하신다\'고 굳게 믿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사랑은 하는 것이 중요한게 아니라 사랑이 되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사랑을 하는 것\'은 결국 자기 방식대로, 초점이 \'나\'에게 맞추어져 있다면, \'사랑이 되어주는 것\'은 상대방에게 자기를 맞추는, 초점이 \'너\'에게 맞추어져 있기 때문에 \'네\'가 느낄 수 있는 사랑을 줄 수 있는 까닭이겠지요, 인간이 \'되어 오신\' 예수님의 방식처럼...어찌되었건 저도 산타께 같은 선물을 청해야 하는 처지랍니다^^아, 그리고, 오늘 새벽까지도 기꺼이 성사를 주신 신부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개인적이지만 여러가지 사정상 미리 성사를 볼 수 없었던 교우들에게 마음 편하게 해주심, 사제들을 위한 기도를 바치겠습니다. 메리 크리스마스^^*

    2008-12-24 08:00:43 삭제
  • nittany

    제 딸이 그냥 재미있게 표현한 것이라 생각해요. 중학교는 국제학교를 다녀서 너무 유복한 환경의 친구만 사귀는 것 아닌가 걱정햇는 데, 고교는 공립을 다녀서 미국에 이민와서 부모가 이혼하고 동생을 키우며 알바하면서 공부하는 친구들도 많이 사귀면서 많이 큰 것 같아요. 다행이지요. 항상 감사하며 자신의 현재 환경을 모두 하느님의 은총으로 받아들며 살도록 가르쳐야겠지요. kinght님의 글을 잘 보고 있습니다. 글의 깊이와 함께 문장력이 너무 좋으신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기대가 큽니다. 컴뮤터에서 일하다 가끔 우리 성당 홈피에 오면 마치 천국에 온 것 같지요? 흰구름위에 장미꽃 사이로 곰돌이, 꽃사슴이 뛰놀고 까만꽁 줄기를 따라 내려가니 바닷가에 등대가 있고 수호천사를 따라 날라가니 멀리 미리내 성지가 보이지요? 모두들 올해 좋은 글 남겨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교중미사 시간 중에도 성사를 보게 배려해 주시는 신부님께 감사드립니다. 수녀님들에게도 저희의 사랑을 전합니다. 모두들 뜻 깊은 성탄 맞으시길 기원합니다.

    2008-12-24 09:00:40 삭제
  • 출발천사

    nittany님이 여자분인 줄 알았는데 남자분께서 이처럼 감수성이 예민하시다니....수호천사라함은 저를 보고 말씀하신것 같은데 전 출발천사랍니다..ㅋㅋ 자식을 가진 부모면 모두 예쁘고 잘 좋은 환경에서 교육을 받게 하고 싶은 마음이 들 것입니다. 근데 전 제딸아이가 뭐든지 열심히 하지 않는 것 같아 성에 차질 않는데 저처럼 대기만성형일거야 하며 위로를 삼는답니다. 지난 3년동안 그리고 올핸 밤새워가며 초등부어린이들과 성탄예술제를 성황리 마쳤으니 하느님 보시기에 예쁜 교사이겠지요? kinght님과 더불어 문장 실력과 그 구성 재미가 만만치 않으신 nittany님의 글 새해에도 기대하겠습니다. 복된 성탄 되시고 행복하시길 빕니다..*^^*

    2008-12-24 14:00:37 삭제
  • nittany

    성탄을 보내고 홈피에 오니 내가 남자가 되어 버렸군요. 출발천사님, 내가 발칙하게 천사님 이름을 바꾸었군요..출발천사님 글을 잘 보고 있습니다. 어느 수녀님 말씀이 복사를 했거나 본당일에 열심이던 애들은 나중에 잠시 방황을 해도 곧 하느님에게 돌아온다고 합니다. 이보다 더 큰 은총이 어디있겠어요? 예쁜 교사이니 걱정마세요.. 제 남편의 능력이 이것 밖에 안되나, 이틀이 멀다 하고 술먹고 들어 오고, 의지가 약해 담배도 못 끊고,, 속에 불이 나면 전 인터넷 공간에 가서 남자가 되서 글을 확 써버리곤 하지요. 그러면 속이 시원해요..그러나 증상이 아직 병원에 갈 정도는 아니예요. 언니뻘인 것 같은데 언젠가 만나겠지요? 근대 제가 워낙 농담을 잘하고 짓굳은 편이니 제 말을 너무 믿지는 마시구요...
    출발천사님이 옥토와 박토의 글을 start하셔야 할 것 같군요..

    2009-01-28 23:00:12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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