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용서를 빌겠어...
작성자 |nittany
작성일 |2008.12.23
조회수 |1974
제목: 솔직히 용서를 빌겠어...
엄마 아빠.
딸이야 딸.
나 엄마가 예전에 사준 틸버리 잘 입어 그게 나 중3때 사준옷이잖아.. 하비에르 다닐때...
하긴.. 그땐 그게 최고였다 그지? 지금도 잘 입어 엄마 ㅋㅋㅋ 진짜루.
엄마.. 돈이 전부가 아닌잖아요
나 추운데서 얼어죽으면 어떻해.. ㅠㅠ 고모가 준 옷말하는거야? 그건 얇지..
근데 너무 추워.. 부츠가 꼭 필요했어.. 나 어그도 사고 싶어 사실은. 근데 안샀어 알지?알자나 ㅠㅠ
엄마 아빠 나랑 같이 여기서 살았어도 내가 쫄르면 다 사줬을거야. 그게 결국 엄마 마음이잖아 ㅠㅠ
미안 그동안 계속 사고 싶은거 참다 참다 세일하는거 보고 눈 돌아가서 샀어..
다음부터 안 살게 엄마 아껴쓸게...
엄마도 안하는거 내가 한거 잘 알고있어..
엄마. 고마워 이 지갑을 볼때마다 많이 느껴.. 엄마의 옛날 사랑을
어떤 생각과 기분을 느껴서 이것을 샀을까 하면서 많이 뿌듯해
기억 하지? 내가 10학년. 올에이 받아서 기분 좋았잖아ㅋㅋㅋ 똥통학교에서 ㅋㅋㅋㅋㅋㅋ
아무리 똥통 학교지만
그래도 리즈디에서 나처럼 똥통학교 출신 없다. 거의 다 사립학교 아니면 뉴욕출신이야
그래도 떳떳하게 나 진짜 잘하고 있다 알지?
오죽하면 정선생님이 나보고 이쁘다구 이렇게 식사까지 하자 그러시겠어?
누구는 웨스트 포인트 가고 유씨엘에이, 버클리 가도 그런 말씀 잘 안하신단 말야 ㅠㅠ
옛날에 내가 라이드 없어서 걸어서 학원다닌거 다 생각하고 해주시는 거란 말야..
내가 요새도 이쁜 것을 보면 훽 가
내 고질병인가봐 엄마
쓰고지비 ...알지? 미안해
용서해줘.
너무 이뻐... 마음에 들고 따듯해 무엇보다 싸게 샀어.
미안해 엄마 그냥 날 때려
각오하고 갈게.
이씨... 나도 가난이 싫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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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이 갑자기 1500원으로 치솟자 우리 집엔 비상이 걸렸죠. 겨울 방학이 짧기도 하지만 경비를 줄이기 위해.. 올해 동부에 있는 대학에 들어 간 딸은 LA 친척집으로 보내고.... 아들놈은 텅빈 기숙사를 지키면서 아르바이트를 할 수 있다기에... "그거 참 잘 되었다.. 넌 거기서 책이나 보고 운동이나 하며 지내라..." 모두 귀국을 취소시켰습니다. 그 대신 제 딸이 이메일로 자기 사진을 몇 장 보내 왔습니다. 내가 보기엔 사진 속, 딸의 볼에 살도 더 오르고 예뻐진 것 같아 난 너무 좋았는 데....제 집사람은 사진 속에서 딸의 오바와 부츠가 새 것임을 귀신같이 발견했습니다.
엄마의 불호령이 떨어졌죠. 환율이 50%나 올라갔으니 꼭 필요한 것 외에는 쇼핑하지마라, 긴급 지시가 내려졌는데.. 그런데 딸이 그만 사고를 친거죠.. 딸내미는 침묵 끝에 위의 메일을 보내 왔습니다. 사실 지난 여름 영어 회화 알바를 해서 돈을 꽤 벌었고 딸내미는 그 돈이 자기 것이라 생각한 거죠... 전 항상 딸을 감싸니 애들 혼내는 악역은 내가 도맡아 한다고 와이프는 항상 불만입니다.
정선생님은 LA지역에서 제일 유명한 SAT학원 원장님입니다. 저도 한번 만난적이 있습니다. 제 딸이 언젠가 한번 라이드가 없어서 걸어서 학원에 온걸 알고 자기 여비서에게 라이드를 하게 해 준 정말 고마운 분입니다. 언젠가 제 딸이 " 아빠, 우리 원장님 원장님보다 휠씬 젊은 부인하고 벤츠 스포츠카에 타고 다니셔" "그래? 야 좋겠다"... " 아빠! ..그렇게 부러워?" " 아니 머 그냥 그렇다는 거지.. " 제 딸은 역시 여자라 제 마음을 꽤 뚫고 있는 것 같습니다.
성탄이 오고, 연말, 연시에 집에 애들이 없으니 허전하군요...내년 초여름에야 애들이 돌아 오니 그때가지 기다려야죠.. 올 겨울에는 와이프와 어딘가로 겨울 여행이라도 다녀와야 할 것 같습니다.
p/s: 우리 신자분들의 성스럽고 아름다운 글들을 잘보고 있습니다. 어제 제 딸의 메일을 보고 한참 혼자 웃다가 같이 웃자고 글을 올립니다. 가끔 하느님 안에서 인간스럽게 살아가는 우리 모습들을 같이 나누었으면 합니다... 제 딸이 나중에라도 허락도 없이 자기 메일을 올린 걸 알면 큰일이 나는 것 아닌가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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