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피정의 장소로 선정한 지리산 뱀사골에 답사를 다녀왔습니다. 두 번째 발걸음이었습니다. 첫 번째 답사도 다녀왔지만, 먼 길임에도 불구하고 하늘에서 쏟아지는 별 구경 하고픈 마음이 또 다시 이 길을 이끌었나 봅니다.
뱀사골 산장에 여정을 풀었습니다. 7명의 형제들과 둘러 앉아 저녁을 먹었습니다. 계곡의 물소리에 흥하고, 하늘의 은하수 드러누운 곳에 촘촘히 박혀있는 별들의 향연에 취하고, 형제들이 너무 행복해 했습니다. 가져온 핸드폰으로 아내들에게 전화를 넣고 ‘너무 좋아라,’ 나누는 정경이 흐뭇하기 그지없습니다. “슬픔은 나누면 나눌수록 작아지고, 기쁨은 나누면 나눌수록 커진다.”고 그렇게 행복에 젖어, 끝내는 계곡의 물에 발을 담그는 형제가 착한 어린 소년 같아 이 시간이 마치 꿈만 같습니다.
우리 형제들이 이곳을 찾을 날은 10월의 마지막 주말입니다. 일백이 훨씬 넘는 형제들이 같이 올 예정입니다. 그 때쯤이면 이곳은 동네 분들 하시는 이야기가 단풍이 절정을 이뤄 산들이 온통 붉다고 합니다. 잠시 멈춰 서고 싶어도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이 인생길이라 했지만, 벌써부터 형제들이 이 산자락에서 나눌 정담을 떠올리니 마음이 너무나 좋습니다.
다음 날 이른 아침에 우리는 성삼재로부터 노고단까지 함께 걸었습니다. 아주 완만한 오름길 25분을 걷고 난 뒤, 이어지는 약 한 시간의 산행은 산행이 아닌 산책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노고단에 이르는 길은 하늘 밑 길게 드러누운 정원 같습니다. 1507미터 노고단을 향해 산책보행 지속하면서 내려다보이는 첩첩산중, 그 위에 떠있는 구름들, 묵주를 손에 잡고 기도하던 형제들도 연실 감탄 또 감탄입니다.
노고단에 이르러 한 바퀴를 둘러보고 난 후, 우리는 하나의 결정을 내렸습니다. 형제들과 함께 그 날에 우리는 미사를 이 곳 정상에서 할 예정입니다. 이 번 형제피정의 주제가 그렇듯 ‘산. 바람. 하느님. 그리고 나’를 만끽하기가 이곳보다 더 나은 장소는 없을 것 같습니다. 우리는 시작 성가로 성가 2번을 부르겠지요. “주 하느님, 지으신 모든 세계 내 마음 속에 그리어 볼 때, 하늘에 별 울려 퍼지는 뇌성 주님의 권능 우주에 찼네. 내 영혼 주를 찬양하리니 주 하느님 크시 도다. 내 영혼 주를 찬양하리니 크시 도다 주 하느님.”*마침 이 성가의 반주가 우리 홈페이지에서 흘러 나오네요. 참 기쁩니다.
이번 피정에는 ‘낭만에 초 처먹는 소리’를 비롯해 다수 서적의 베스트셀러 작가이기도 한,불과 얼마 전까지는 소록도에 계셨고, 지금은 지리산 피앗골에 자리 잡으신 강길웅 신부님의 두 시간 은혜로운 말씀도 준비 되어 있습니다. 아울러 광주대교구 교구장으로 내려가신 최창무 대주교님의 미사와 형제들과의 만남도 함께 있을 예정이지요. 이 모든 준비를 위해 수고 아끼지 않고 있는 우리 본당의 사목위원 형제들, 오늘도 이분들에 대한 감사의 마음으로 이렇게 하루를 열고 있습니다. 고마운 마음을 어떻게 전할까요? 오늘은 예전에 외웠던 시 한 소절 드리는 것으로 대신할 까 합니다.
"인간 한 잎이 팔공산에 떨어지니,
빛깔에 안팎 있어 바로 가을 잎이어라.
그 가운데 어떤 비밀 있는 듯하나,
그 잎이 떨어진 뒤 다시 꽃을 피우네."
좋은 날들 되십시오.